홍콩 펜싱 국가대표 청카룽이 지난 26일 홍콩 펜싱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SCMP 캡처지난 26일 마쿠하리 메세홀. 홍콩 펜싱 국가대표 에드가 청카룽은 이날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펜싱 플뢰레 결승 경기에서 이탈리아의 다니엘레 가로조를 15대11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윈드서핑 종목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나온 두 번째 금메달이자 홍콩 펜싱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 무엇보다도 홍콩이 지난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 처음으로 나온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모처럼 금빛 소식에 홍콩 시민들은 크게 환호했지만, 곧 야유가 쏟아졌다. 청카룽의 메달 수여식에서 홍콩특별행정구(HKSAR) 깃발이 게양되자, 중국 국가가 흘러나왔기 때문. 현지 시민들은 국가가 연주되는 내내 "우리는 홍콩이다(We are Hong Kong)"라는 구호를 외쳤다.
청카룽의 경기를 지켜보는 홍콩 시민들. 해당 트위터 캡처
홍콩 시민들은 이날 펜싱 기대주인 청카룽의 경기를 보기 위해 도심에 위치한 APM 쇼핑센터에 모여 함께 청카룽의 경기를 관람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해 경기가 끝날 때쯤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모였다.
현지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기자, 이안 제임스 영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홍콩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쇼핑센터에 모여 대형 스크린에서 청카룽의 경기를 봤다"고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했다. 그들은 청카룽의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We are Hong Kong"이라는 구호와 함께 박수를 치며 청카룽을 응원했다. 마침내 청카룽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홍콩 시민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청카룽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기뻐하는 홍콩 시민들. SCMP 캡처하지만 청카룽의 메달 수여식에서 중국 국가가 연주되자,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또다시 "We are Hong Kong"을 외치기 시작했다. 야유는 중국 국가가 연주되는 내내 이어졌다.
홍콩은 1997년 반환된 이후 중국의 특별행정구에 속하지만, '홍콩 기본법'에 따라 국가만으로 제한되지 않은 국제기구에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홍콩은 '홍콩 차이나'라는 명칭으로 올림픽 등 국제스포츠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다만 국가는 중국의 국가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청카룽의 메달 수여식 영상에 'Glory to Hong Kong'이라는 곡의 소리만 덧씌워 영상을 합성해 SNS에 게시하기도 했다. 이 노래는 지난 2019년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중 현지 한 누리꾼이 광둥어로 제작한 홍콩의 민중가요다. 이제는 홍콩 시민들에겐 국가처럼 사용되는 곡이기도 하다.
홍콩은 1997년 이후 '홍콩 차이나'라는 명칭으로 국제스포츠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홈페이지 캡처이 같은 모습을 촬영한 시민들이 SNS를 통해 영상을 게시하며 현지 소식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의 누리꾼들이 홍콩에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영상을 본 국내 한 누리꾼은 "나에게 당신들은 홍콩 외의 다른 이름은 없다"며 "그대들이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독립을 외칠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며 홍콩을 응원했다. 일본의 한 누리꾼 역시 "눈물이 난다"며 "올림픽을 통해 세계가 평화로우면 좋겠다. 홍콩이 자유롭기를 희망한다"고 격려했다. 대만의 한 누리꾼도 해당 동영상을 공유하며 "대만은 대만이고, 홍콩은 홍콩이다"라며 "우리는 모두 자유를 보장받을 가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