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피의자 백광석(48). 고상현 기자제주의 한 주택에서 중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된 백광석(48). 사건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는 백씨는 경찰의 신속한 수사가 아니었다면 법의 심판을 받지 못할 뻔했다.
휴대전화 끄고 현금만 사용…동선파악 애 먹어
27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18일 오후 6시 8분쯤 백씨는 제주시 조천읍의 한 주택에서 김모(16)군을 살해한 뒤 주택 2층 다락방 문을 통해 집 밖으로 나왔다.
앞서 이날 오후 3시 16분쯤 백씨는 지인인 김시남(46)과 함께 주택 다락방 문을 통해 침입했으나, 김씨는 20여분 뒤인 오후 3시 41분쯤 혼자만 주택에서 빠져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이전까지 김씨의 차를 타고 이동했던 백씨는 사건 직후에는 홀로 도주 행각을 벌였다.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피의자 김시남(46). 고상현 기자이날 저녁 10시 51분쯤 김군 어머니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백씨의 행방을 추적했으나 애를 먹었다. 백씨가 휴대전화를 끄고 현금만 사용해 동선 파악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특히 주택에 달린 폐쇄회로(CC)TV 2대 외에 현장 주변에는 CCTV도 없다.
경찰, 형사과 전 직원 투입…이동 동선 역추적
경찰은 형사과 8개 팀 전 직원을 투입해 백씨의 행방을 쫓았다.
우선 백씨의 휴대전화 최종기지국 신호가 제주시 삼양동에 마지막으로 잡힌 점을 토대로 백씨가 범행 장소인 제주시 조천읍에서 택시를 탄 뒤 삼양동을 거쳐 도주했을 것으로 봤다.
이후 범행 직후 시간대에 조천읍에서 삼양동을 지나간 택시가 모두 33대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일일이 택시기사를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여 백씨가 사건 직후 범행 장소 인근에서 택시를 타고 제주시내 주거지 인근으로 도주한 사실을 알아냈다.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살인사건이 벌어진 주택 모습. 고상현 기자경찰은 이때부터 탐문수사와 CCTV 수사를 병행하며 백씨의 도주 경로를 역추적했다. 그 결과 백씨가 사건 당일 저녁 제주시 일도1동으로 이동해 인근 숙박업소에 묵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하루 만인 19일 오후 7시 29분쯤 숙박업소에서 백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시남은 이보다 앞선 19일 오전 0시 40분쯤 주거지에 숨어 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극단적 선택 하려 했다"…유치장 자해소동도
백광석은 경찰 조사를 받는 와중인 지난 22일 유치장 안에서 자해할 정도로 심리 상태가 불안정한 상태다. 사건 직후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백씨는 경찰 조사에서 "붙잡히지 않았다면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조금만 늦었다면 백씨의 형사 처벌이 불가능해지고, 실체적 진실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 제기 자체를 할 수 없다.
다만, 사건 발생 보름 전 백씨의 잦은 폭행‧협박으로 김군 어머니가 신변보호 요청을 해 스마트워치 지급 결정이 내려졌지만, 재고가 있는데도 전달하지 못 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신상정보 공개 결정이 내려진 백광석(48·사진 왼쪽)과 김시남(46). 제주경찰청 제공한편 경찰은 27일 살인 혐의로 구속된 백씨와 김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이들이 주택에 침입한 직후인 18일 오후 3시 16분부터 20분여간 김군을 결박하고 목 졸라 살해 했을 것으로 봤다.
경찰은 또 이들이 사건 직전 범행도구를 구입하고, 주택에 사전 답사를 하는 등 살해범행을 계획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피의자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공모 정황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백씨가 김군 어머니와 연인 관계가 틀어지자 앙심을 품어서 김군을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평소 백씨는 김군 어머니에게 "소중한 것을 빼앗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결과 백광석이 지인인 김시남에게 수백만 원을 빌려준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백광석이 빚을 탕감해주겠다며 김시남을 살해 범행에 끌어들인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