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부경찰서. 고상현 기자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피의자의 자해를 막는다는 이유로 유치장 안에 경찰관을 '동반 입감'시킨 경찰의 조치에 대해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경찰관의 인권이 침해당했다는 이유다.
피의자 유치장서 자해하자…집중 관리 지시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1시 36분쯤 전 연인의 아들인 김모(16)군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백광석(48)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자해를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백씨는 유치장 벽 모서리에 스스로 머리를 박아 피를 흘렸다. 이를 발견한 경찰의 119 신고로 백씨는 소방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다시 유치장에 수감됐다.
이후 제주동부경찰서장과 과‧계장 등 경찰 지휘부는 대책회의를 열어 백씨가 다시 자해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과 직원들에게 교대로 유치장에서 백씨를 집중 관리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경찰관들은 백씨가 자해한 당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인 23일 오전 9시까지 13시간 동안 1명당 3시간씩 번갈아가며 유치장에 들어가 백씨의 상태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 앞 주차장에서 중학생 살인사건 피의자 백광석(48)이 소방 구급차에 실려가고 있다. 독자 제공"엄연한 범죄행위" VS. "적극적인 조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 내부망인 '폴넷'에는 비판 글이 쏟아졌다. 유치장 근무 경험이 없는 직원이 비무장 상태로 피의자와 같은 공간에 머문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제주경찰청‧제주동부경찰서‧제주서부경찰서‧서귀포경찰서 직장협의회는 폴넷에 성명서를 올려 "자해하는 것을 막겠다고 경찰관이 강력범죄자와 감금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살인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헬멧을 씌우는 등 다른 방법으로 자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데도 아무런 죄도 없는 경찰관을 유치장에 감금한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청은 이를 지시한 책임자에 대해 직위해제를 하고, 살인 피의자와 함께 감금된 경찰관에 대한 심리 치유, 지휘부의 인권의식 강화 등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피의자 백광석(48). 고상현 기자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도 "다급하게 자해를 방지하려는 목적이었겠지만, 유치장에 들어간 경찰관의 안전과 인권 보호도 함께 고려하는 게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반면 현재 백씨의 심리 상태가 불안정해서 또 자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조치라는 의견도 있다. 살인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어 형사 처벌이 불가능해진다.
경찰, 중학생 살해 피의자 2명 신상 공개 한편 경찰은 26일 의사‧변호인‧종교인 외부위원 4명과 경찰관 3명 등 7명으로 구성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중학생 살인사건 피의자 백광석(48)과 김시남(46)의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특정강력범죄처벌 특례법상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중학생 살인사건 피의자 백광석(48·사진 왼쪽)과 김시남(46). 제주경찰청 제공백광석과 김시남은 지난 18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2층짜리 주택에 침입해 김군을 살해한 혐의다. 이들은 담벼락에 올라간 뒤 2층 다락방 창문을 통해 주택에 들어가 범행했다.
현재까지 경찰은 주범 백씨의 살해 동기에 대해서 "전 연인과 관계가 틀어지자 앙심을 품어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공범 김씨와의 살해 모의 여부는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