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코로나 팬데믹 공포 포착한 '호스트: 접속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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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호스트: 접속금지'(감독 롭 새비지)

외화 '호스트: 접속금지' 스틸컷. 씨네쿼넌·NEW 제공외화 '호스트: 접속금지' 스틸컷. 씨네쿼넌·NEW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 무기력함, 상실감, 일상이 된 비대면 등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안겨준 것들, 새롭게 바꿔놓은 풍경이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사람들에게 주는 공포감을 포착한 영화 '호스트: 접속금지'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를 지나는 우리들의 눈앞에 도착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길어진 록다운(봉쇄령)과 함께 자가 격리를 시작한 헤일리(헤일리 비숍)와 친구들은 랜선 미팅으로 수다를 나누는 것도 지루해진다. 이에 새로운 놀이를 찾던 이들은 온라인 교령회(영매(심령술사)를 통해 산 사람들이 죽은 이의 혼령과 교류를 시도하는 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화상회의 어플 '줌(ZOOM)'을 통해 모인 헤일리와 친구들에게 이들을 이끌어 줄 영매는 온라인으로 교령회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니 "함께 모여 할 때보다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반드시 영혼을 존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친구들은 '랜선 교령회'라는 새로운 시도에 들떠서 영매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는다. 그리고 이 위험한 놀이에 예상하지 못한 존재가 참여하면서 즐거움은 공포로 변하기 시작한다.
 
외화 '호스트: 접속금지' 스틸컷. 씨네쿼넌·NEW 제공외화 '호스트: 접속금지' 스틸컷. 씨네쿼넌·NEW 제공

신예 롭 새비지 감독은 첫 장편 '호스트: 접속금지'을 통해 영국에서 록다운과 자가 격리를 겪었던 경험을 담아 독창적인 형태의 공포 영화를 선보였다. 타인과의 접촉은 물론 외부 활동이 제한된 코로나 시대에 랜선 미팅이란 어쩌면 가장 안전한 모임 수단이었다. 그러나 '호스트: 접속금지'는 이처럼 안전하다 믿었던 수단마저 철저하게 무너뜨리며 현실의 관객들에게 공포를 자아낸다.
 
영화는 코로나19로 비대면 모임이 활성화되고 타인과의 접촉이 제한된 요즘 시국을 관통하는 작품이다. 실제 감독의 경험이 담긴 만큼 현실에 놓인 관객들이 어느 지점에서 두려움을 느낄지 잘 포착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PC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는 일견 '서치'(감독 아니쉬 차칸티)를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마치 실제를 방불케 하는 날것의 화면이 가져오는 생생함에서 오는 공포라는 점에서는 '블레어 위치'(감독 아담 윈가드)나 '파라노말 액티비티'(감독 오렌 펠리)를 연상하게 만든다.
 
그러나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촘촘한 서사보다는 단순한 줄거리와 직관적인 상황 속에서 열린 듯 폐쇄성 짙은 공간이 주는 공포를 충실히 전달하는 게 '호스트: 접속금지'의 특징 중 하나다.
 
외화 '호스트: 접속금지' 스틸컷. 씨네쿼넌·NEW 제공외화 '호스트: 접속금지' 스틸컷. 씨네쿼넌·NEW 제공

여기에 오직 줌 화면으로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그렇기에 관객은 그 어느 때보다 인물들의 얼굴을 내내 마주하게 된다. 헤일리와 친구들은 줌에 접속해 코로나 시대 농담 아닌 농담들을 주고받으며 현실성을 쌓아 올린다.
 
이는 마치 우리가 줌에 접속해 채팅방의 일원이 된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그들이 느끼는 오싹함과 공포에 스며들게 된다. 실제 배우들은 자신의 실명으로 등장하는데, 이것이 영화가 관객들을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며 보다 효율적으로 긴장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보이지 않는 존재의 위협은 그동안 많이 다뤄졌지만, 헤일리와 친구들이 위협받는 상황과 공간은 특수성을 지닌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공포에 놓인 이들이 현실에서 가장 안전하다 여겼으며 유일한 소통의 공간마저 더 이상 안전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은 팬데믹 시대 최대 공포일 것이다.
 
외화 '호스트: 접속금지' 스틸컷. 씨네쿼넌·NEW 제공외화 '호스트: 접속금지' 스틸컷. 씨네쿼넌·NEW 제공

서로 직접 대면할 수 없기에 경고는 약해지고, 함께하고 있지만 사실상 서로가 서로에게 직접적인 의지가 될 수조차 없다. 적어도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일말의 기회조차 사라진 것이다. 보이지 않을뿐더러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고, 영매조차 줌 연결이 끊긴 상황에서 대처 방법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서로 희생되어가는 모습을 목격할 뿐이다.
 
흔히 말하는 주인공 버프(일시적으로 캐릭터의 능력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뜻하는 게임 용어)조차 없다. 말 그대로 무기력한 상황의 연속이다. 마치 백신조차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한창 인류를 위협하던 현실의 우리들처럼 말이다. 이렇게 '호스트: 접속금지'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 가능했던 영화이자 피부에 더욱더 가깝게 와 닿는 공포 영화로 완성된다.
 
전에 본 듯한 설정과 장면들을 시대와 사회 현실을 반영해 짧은 러닝타임 안에 무리하게 설정이나 상황을 욱여넣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실제로 모든 촬영 역시 줌으로 이뤄지며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작품으로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내비친 롭 새비지 감독은 공포 명가 블룸하우스와 차기작 3편을 계약했다. 감독이 보여줄 3편의 영화가 벌써 기다려진다.
 
59분 상영, 7월 21일 개봉, 15세 관람가.
외화 '호스트: 접속금지' 메인 포스터. 씨네쿼넌·NEW 제공외화 '호스트: 접속금지' 메인 포스터. 씨네쿼넌·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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