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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여고괴담 6: 모교'가 잃은 것과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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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감독 이미영)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스틸컷. 씨네2000·kth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여고괴담' 시리즈를 아는 이들에게 이들 작품은 단순한 공포 영화 그 이상이다. 학교라는 공간은 친숙하고 많은 추억이 서린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공포의 공간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 입시 위주 교육 등을 호러적인 수사로 비판해 온 '여고괴담'이 12년 만에 '모교'로 돌아왔다.

고교 시절 기억을 잃은 은희(김서형)는 모교에 교감으로 부임한 후부터 알 수 없는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아로 내몰린 하영(김현수)은 홀리듯 들어간 학교의 폐쇄된 장소에서 귀신 소리를 듣게 되고, 그 곳에서 같은 아픔을 가진 은희와 마주친다. 두 사람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이 그 장소에 있는 존재와 연관됐음을 알게 되고, 곧 죽음의 공포와 마주한다.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스틸컷. 씨네2000·kth 제공

 

지난 1998년에 여고에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공포스러운 상황을 그려내며 한국 공포영화 장르에 한 획을 그은 '여고괴담'의 여섯 번째 이야기가 12년 만에 관객들을 맞이했다.

'여고괴담' 시리즈는 학교를 배경으로 경쟁 위주 교육의 폐해와 왕따 문제 등 우리 사회 부조리를 호러 장르로 풀어내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당대를 향해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수행한 인기 호러 시리즈다.

특히 1편과 2편은 오래 전부터 다양한 소문과 괴담을 품은 학교라는 공간이 가진 또 다른 이미지와 사회적 문제를 적절하게 엮어냈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수작으로 불리면서 여전히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공포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힌다.

새로 돌아온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는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와 닮았다. 시리즈의 포문을 연 '여고괴담'에 대한 오마주를 영화 속에서 선보이면서도, 그동안 '여고괴담' 시리즈가 집중해 온 '학생'에서 벗어나 '선생님'으로 중심을 옮겨가 이야기를 진행한다.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스틸컷. 씨네2000·kth 제공

 

이야기는 크게 은희와 하영을 통해 진행되는데, 주로 은희의 시선을 따라 움직인다. 은희와 하영의 과거와 숨겨진 진실은 비슷한 맥락을 보이는데, 학교라는 폐쇄적인 사회 공간 안에서 위계질서로 인해 벌어진 폭력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은희의 시대에서 하영의 시대로 이어진 폭력과 이러한 폭력의 대물림은 반성하지 않는 어른과 위계질서를 통해 생겨난 권력관계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폭력과 성찰하지 않는 가해자들, 비판 없는 위계질서를 감춘 공간은 결국 사람들, 즉 학생들에게 슬픔과 아픔밖에 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장치들 뒤에 가려진 사회적 문제를 하나둘 꺼내어 관객들에게 드러내는 방식은 '모교' 역시 이전 '여고괴담' 시리즈의 정신을 계승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호러 장치에 놀랐던 관객들이 후반부에 이르러서 공포 속에 담긴 눈물을 마주하는 시간은 우리 사회가 학생들을 어떻게 공포에 떨게 했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스틸컷. 씨네2000·kth 제공

 

그러나 '모교'가 이 같은 '여고괴담' 시리즈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는지는 의심스럽다. 영화의 중심이 은희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영화는 은희가 기억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문제, 즉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거대한 사건으로 이야기 중심을 옮겨오면서 길을 잃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의 방관자가 여전히 존재하며 하영의 문제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 주려 한 것인지, 여전히 반복되는 가해의 역사를 보여 주려 한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과거 사건와 현재 사건의 연결점을 제대로 찾지 못해 과거와 현재 사건 모두 제대로 드러나 보이지 않게 된다.

이로 인해 하영이 겪은 현재 사건이 흐려지기도 한다. 각각의 사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제각기 길을 가는 과정에서 은희의 사건이 갖는 충격과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인한 당혹스러움 탓이다. 은희와 하영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주변 인물들 역시 스테레오 타입에 머물며 사건에 녹아들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무엇보다 호러 장르의 미덕은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여러 장치와 호러적인 수사다. 그런데 1편에 대한 오마주는 물론이고 새로운 장치들 역시 장르적인 만족감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아쉬운 와중에도 이 영화가 확실하게 획득한 것은 은희를 연기한 김서형이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부족한 연결고리와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들, 그리고 약한 호러 장치의 아쉬움을 김서형이 연기로 채워 넣었다. 잃어버린 기억과 자신을 죄어오는 환영, 그리고 모교가 감춘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에서 은희 안에 차오르는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덕이다.

108분 상영, 6월 17일 개봉, 15세 관람가.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포스터. 씨네2000·kt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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