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주기장에 주기 되어 있는 공군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시그너스(KC-330)에 청해부대 34진과 대체인력이 사용할 의무 및 각종 물자들을 적재 완료한 후 장병들이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국방부는 청해부대 34진 전원의 안전후송을 위해 작전명을 오아시스 작전으로 명명하고 이날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2대를 해당 지역으로 급파했다. 국방부 제공 아프리카 해역에 파병 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승조원들 가운데 80%가 넘는 인원이 코로나에 집단 감염됐다. 전체 인원 301명 가운데 24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추가로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승조원 전체가 감염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해적들이 출몰하는 위험한 해역을 지키기 위해 파병 된 우리 군 장병들이 정작 자신들은 지키지 못하고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승조원의 집단감염사태는 국방부의 부실한 방역관리에 기인한다.
지난 2월 한국을 떠난 문무대왕함의 승조원들은 출항하기 전 백신 접종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가 전 세계에 창궐하고 있는 시기에 의료수준도 떨어지고 지원을 쉽게 받지 못하는 지역으로 우리 장병을 파병하면서 예방접종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방부는 올 3월부터 군 장병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됐기 때문에 2월에 파병 된 청해부대 승조원들에 대한 백신 접종은 시기 상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병장병들에게 관심을 조금만 기울였다면 어떻게든 백신 접종은 가능했을 것이다.
국민의 힘 강대식 의원은 "유엔의 요청에 따라 파견된 만큼 유엔에 백신 접종을 요구할 권리와 명분이 있다"고 밝혔다. 굳이 유엔에 요청하지 않더라도 현지 공관을 통하거나, 아니면 파견지역에서 백신을 조달하는 방안도 있었을 것이다.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못했다면 승조원 관리라도 세심하게 이뤄져야 했는데, 그마저도 부실하게 이뤄진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감기 증상이 있는 승조원이 발생했는데도 사실상 방치했다가, 감기 증상 환자가 속출하자 부랴부랴 검사를 했지만, 그나마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간이 검사에 그쳤다.
모두 음성으로 나타난 간이 검사 결과만을 믿고, 보다 신뢰성 높은 PCR검사를 추가로 실시하지 않은 결과는 참담하다. 결국 국방부와 현지 지휘부의 안이한 판단이 겹치면서 초유의 선박 집단감염 사태를 야기한 것이다.
국방부의 부실한 방역관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갓 입대한 신병들과 휴가 복귀자들을 격리조치하면서 열흘 넘게 몸을 제대로 씻지 못하도록 강제하는가하면, 도저히 음식이라고 볼 수 없는 부실한 도시락을 제공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나마 바이러스 전파가 우려된다며 씻지도 못하게 관리한 육군훈련소에서는 최근 집단 감염이 발생해 제대로 된 방역을 해온 것인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국방부는 문제가 불거지자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민간에 급식을 맡기고, 입찰제를 도입하겠다며 부산을 떨었지만, 결국 철저한 '방역관리'가 아닌 '부실급식'에만 초점을 맞춘 대책마련에 그친 셈이다. 결국 이런 무신경하고 부실한 대응이 해외파병장병의 집단 감염이라는 엄중한 사태를 불러오고 말았다.
국방부는 청해부대를 철수하기로 결정한 뒤에도 수송작전의 이름이 '오아시스'라며 이례적으로 작전명을 공개해 뒷말을 낳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교신명칭이 되는 작전명을 공개한 것은 테러단체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며 섣부른 공개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공군 여부사관의 성추행에 이은 자살사건 부실수사 논란등 갖가지 문제를 노출하면서 국민신뢰를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할 방역관리마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는다면 바닥에 떨어진 우리 군에 대한 신뢰 회복은 어려울지 모른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국방을 맡기고 자녀들을 군에 보낼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과 함께 확실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