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에서 수경옹주 역을 맡은 배우 권유리. SM엔터테인먼트 제공 MBN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이하 '보쌈')로 전환점을 맞기까지 배우 권유리가 걸어 온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비교적 탄탄대로였던 소녀시대 활동과는 또 다른 과정과 도전들의 연속이었다. 국내 최정상 아이돌 그룹 멤버라는 이력은 오히려 선입견을 낳기 일쑤였다.
인지도로 쉽게 주연 자리를 꿰찼다는 시선과 함께 대중은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첫 주연작 '패션왕'부터 연기력은 자연스럽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그와 비례해 표현이 한정적이라는 비판도 따라왔다. 저조한 시청률로 마감한 드라마들이 많아 '패션왕' 이후 이렇다 할 만한 대표작을 꼽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권유리는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편하고 안전한 길은 권유리의 선택지에 없었다. 고통스러워도 더 나은 내일을 향해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보쌈'은 그런 노력이 10년 동안 조금씩 모여 탄생한 결과물이다. 기대보다 앞선 두려움 속에서도 권유리는 끝내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그간 여러 경험을 거치며 잘 여물어 단단해진 내면이 버팀목이 됐다.
세상에 우연한 성공은 없다. 누구나 수많은 실패의 경험을 먹고 성장한다. '보쌈'은 그래서 권유리에게 더 뜻깊은 작품일 수밖에 없다. 나조차도 몰랐던 나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견한 시간들. 이제 권유리는 '새로운 나'를 보여주는 것에 겁내지 않기로 했다. 다음은 CBS노컷뉴스가 권유리와 나눈 일문일답.
Q 첫 사극 도전이었다. 수경옹주 역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을까A 사극 장르는 경험이 없어서 겁이 좀 났다. 처음에는 도전이 더 컸기 때문에 발성이라든지 준비해야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사극을 위한 연기를 준비할 게 아니라 수경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서 진정성 있게 연기하고 싶었다. 감정의 깊이가 남다른 캐릭터라 그 모습을 구체화시켜서 연기하는데 집중을 했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연기해야 시청자들이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한복을 입고 연기를 하는 게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캐릭터에 몰입하기 좋았다. 적응하고 나니 미술이나 분장 등 장치들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MBN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에서 수경옹주 역을 맡은 배우 권유리. SM엔터테인먼트 제공 Q 1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역대 MBN 드라마 최고 기록을 썼다. 이번 작품이 갖는 의미도 남다를 것 같은데A 이번 작품을 통해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과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엔 기대감보다는 걱정이나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에 새로운 제 모습과 잠재력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어 더 뜻깊고,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고마움이 있다. 특히 조상궁 역의 신동미 언니가 저와 좋은 화학작용이 나올 수 있도록 해줬다. 감독님과 대화를 할 때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나도 현장에서 저런 역할을 하는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니에게 위로 받으면서 눈물이 난 적도 있었다.
Q 현장에서 사극 도전에 대한 부담감이 컸나. 신동미 배우의 위로에 눈물이 난 이유가 있을까
A 언니는 그냥 한 말인데 원래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 배우로서 대하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권유리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줬다. 저는 티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게 티가 났나 보다. 이 캐릭터를 잘 해내고 싶다는 싶다는 생각들 때문에 버겁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게 언니 눈에 보여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야기 해주고 하나씩 숙제가 풀렸었던 것 같다. 캐릭터 만들어주는데 언니가 큰 몫을 했다. 어떤 따뜻한 사람에게서 받는 위로 때문에 눈물이 났다.
Q 액션 장면도 많았다. 보통 여자 배우들이 액션을 경험하면 '중독될 것 같다' '또 하고 싶다'는 소감을 많이 전하는데 본인은 어땠나A 저도 중독된 것 같다. (웃음) 소녀시대로 무대에서 댄스 가수 활동을 했던 게 도움이 됐다. 무대를 완성하기까지 댄스를 연습하고 구성하는 과정이 액션을 만드는 과정과 닮아 있었다. 무대에서 멤버들과 합을 맞춰서 퍼포먼스를 완성한다면 액션 역시 상대 배우와 약속에 맞춰서 몸을 움직이고 거기에 감정을 싣는 작업이었다. 물론 남자 배우들에 비해서는 적게 하긴 했지만 재밌었다. 나도 기회가 되면 '미녀 삼총사' 같은 매력적인 영화, 캐릭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 평소에 체력 단련을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MBN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에서 수경옹주 역을 맡은 배우 권유리. SM엔터테인먼트 제공 Q 소녀시대 중에 먼저 사극을 경험한 멤버들이 있었을텐데 조언을 해주기도 했을까A 처음 공개된 스틸 사진을 보면서도 반응이 있었다. 이렇게 쪽 진 머리가 잘 어울리는지 몰랐다더라. 본방 사수 인증샷도 보내주고 그랬다. 생각보다 너무 사극 재질이라고 응원을 많이 해줬다. 윤아나 서현이가 저보다 먼저 사극을 해봤기 때문에 산 속에서 춥고 덥고 할 때 노하우가 있었다. 그런 지점에서 조언을 많이 해줬다.
Q 워낙 밝고 에너지 넘치면서 긍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스스로 슬럼프나 위기가 올 때도 그런 성격을 발판 삼아 이겨내는 편인지A 밝은 부분이 있어서 어렵고 힘들 때는 먼저 가서 고민 상담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는 편인 것 같다. 긍정적인 부분은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에너지를 내기가 너무 힘든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게끔 많은 사랑을 받아서 힘든 시간을 저절로 잘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에너지가 방전됐다고 생각이 들 때면 좋은 피드백과 말들로 힘을 주신다. 그런 것들이 제게 원동력이 된다. 시간과 정성을 쏟았을 때 인정해주고 좋은 가치라고 생각해 주시는 게 엄청난 힘이 된다. 체력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 그렇다. 슬럼프는 그런 과정 속에서 저절로 극복된다. 심플하게 명상이나 걷기, 등산도 많이 한다.
Q 지금 이 순간 '새로운 발견'을 고민하는 이유가 있다면A 자신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소녀시대라는 단체 활동에서 이제 권유리라는 저만의 자아를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됐다. 과연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예전에는 그 모습을 남에게서 많이 찾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내 안에서 많이 찾으려고 한다. 그래서 더 편안해진 부분도 있다. 새로운 발견을 고민하는 이유는 본능적으로 안주하고 싶지 않아서다. 물론 쉬운 방법들이 편안할 수 있는데 그 과정이 조금 고통스러울지라도 느릴 지라도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나아졌을 때 만족감과 성취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