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구도가 조금씩 바뀌면서 1위와 2위 후보 간 네거티브전이 점점 과열되는 모양새다.
서로에 대한 반박에 재반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이낙연 후보 캠프는 서로 '내가 하면 검증, 상대가 하면 네거티브'라며 추가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팀킬이자 백신" 이낙연 "검증·네거티브 구분해야"
제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황진환 기자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과 사생활 스캔들, 이낙연 후보의 측근 비리 논란을 놓고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로를 향한 감정 섞인 발언도 연일 나오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본경선에서는 좀 달라야 하고, 정상적으로 할 것"이라며 "부당한 공격이 이어지면 반격해야 한다. 발로 차면 막아야 되고, 손으로 때리는 것은 저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사생활 검증 자제라는 자신의 발언을 '자기 가족 검증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 이낙연 후보 측을 향해서는 "본인 주변을 먼저 돌아보셔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 후보는 "일일이 다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며 "인내심이 강하신 줄 알았더니 강하지 못하다. 제 지지율이 올라간 지 이틀 만에 흠을 무지하게 잡는다"고 응수했다.
두 사람의 상호 검증은 당 경선 흥행 면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두 후보 모두 '내가 하는 건 검증, 상대가 하는 건 네거티브'라는 인식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 윤창원 기자 이낙연 후보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검증은 좋은 일이지만 검증과 네거티브는 구별해야 한다"며 "본선을 거쳐 내년 민주정부 4기를 출범시킬 책임이 있다. 그런 것을 감안해서 절제할 건 절제하고 지킬 건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지도가 좀 오른다고 흠부터 잡는 풍토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렇게 해서 좋은 지도자가 나오겠냐. 서로를 위하는 큰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후보간 상호) 검증은 팀킬이냐, 백신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둘 다 인 것 같다. 팩트에 기반한 것이라면 백신"이라고 답했다.
야권 후보와의 본선에 앞선 당 내부 검증이 결국 본선에서 백신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재명 후보는 "제가 공직자가 아닐 때 음주운전했다는 건 팩트다. 여러 차례 사과 말씀을 드렸고 지적은 아프지만 백신 효과는 있다"면서도 "영남 지역 감정 발언은 팀킬일 수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윤건영 "민주당 승리에 지장"…속내는 "본선 예방주사"
두 사람의 네거티브 공방전에 당 내에서도 조금씩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내심 흥행 효과가 상당하다고 보기도 한다.
먼저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15일 MBC 라디오에서 "(경선은) 개인전이 아니라 단체전"이라며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의 크기로 싸워야지 상대 약점을 가지고 싸우면 민주당이 승리하는 데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로에 대한 지나친 힐난이 오가면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고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만 커질 거라는 것.
반면 상당수 의원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속 흥행 실패를 염려하다가 점차 '대선 분위기'가 잡혀가는 것에 안도하는 눈치다.
양측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한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서로 물고 뜯으면서 경선 흥행이 되는 것"이라며 "야당도 이미 다 아는 얘기 아니냐. 국민들도 두 번, 세 번 같은 말을 듣다 보면 본선 국면에선 오히려 무뎌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어느 쪽에도 적을 두지 않은 한 초선 의원도 "아직 서로에게 치명타가 되고 있는 걸 끄집어내서 공격하는 게 아닌, 다 알려진 얘기를 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서로 기분은 나쁘겠지만 이 정도 수위는 본선 예방주사라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