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낙연 전 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자료사진 코로나19 거리두기 4단계가 실시되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서 경선 유예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여권 1·2위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한자릿수로 좁혀진 가운데 두 캠프 모두 경선 유예 여부에 대해 역풍을 우려해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지지율 요동 속 이재명도, 이낙연도 '신중'…입장 선회한 박용진·추미애
경선 유예론이 재분출되자 반(反) 이재명 전선이 선명해지는 분위기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도부가 후보들 얘기를 잘 안 듣는다"며 "제가 경선에 나간 적도 있는데 원래 후보자들 의견도 수렴해가면서 하는 건데 어떻게 된 것인지 요즘은 그것이 거꾸로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경선 연기에 반대했던 박용진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코로나19 방역 상황에 따라 입장을 선회했다.
박 의원은 "지금 방역당국의 지침은 국민 2명 이상 모이지 말라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당이 (경선) 행사를 강행하는 것을 국민께서 어떻게 보실지가 일단 걱정"이라고 했고, 추 전 장관도 "2인 이상 집합금지가 된 상황에서 민심을 제대로 경청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없지 않다"고 했다.
반면 선두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이 지사는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선 연기에 대한 질문에 "당이 정하면 따라야죠"라고 했다. 일전에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의원들을 향해 '기기묘묘한 약장수'라고 한 것에 비해 한결 유연해진 모습이다.
12일 여론조사 결과 상승세에 탄 이 전 대표는 특히 더 신중해진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켜드리려면 방역지침대로 거의 전면 비대면으로 가야된다는 얘기인데 그게 가능한지, 국민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9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14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낙연 전 대표 후보 적합도는 18.1%로 나타났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29.7%), 이재명 경기지사(26.9%)에 이은 3위지만 전주보다 5.9%포인트 크게 상승했다.
범 진보권을 별도로 물었을 때도 이 지사가 29.7%, 이 전 대표가 20.6%로 양측 격차는 10%포인트 이내로 좁혀졌다.
다만 두 후보의 속내는 다르다.
이 전 대표 측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캠프 차원에서 경선 유예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이 전 대표 측 핵심 의원은 "당 지도부도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지도부의 판단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경선 연기를 얘기하면 정략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 얘기를 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략적으로 따지면 우리도 상승세가 가팔라서 미루는 게 유리할 수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지사 측 의원들은 이 지사에게 심경의 변화가 있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지사 입장으로서는 이 전 대표의 상승세가 굳어지기 전에 '한판승'으로 승부를 판가름 짓고 싶은 눈치다.
이 지사 측 핵심 의원은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원론적 얘기를 한 것"이라며 "경선 연기론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다른 후보들에 대한 립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宋, 나홀로 '원칙 고수' …현장에선 불만 토로
각 캠프가 눈치 싸움을 벌이는 동안 현장 실무진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같은 방역 상황에선 1:1 대면 방식으로 이뤄지는 선거인단 모집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당내에선 지방은 '청정지역'이기 때문에 서울 캠프에서 지역을 방문하는 것 자체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불평이 이미 파다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역 순회 일정을 최소화하고 TV토론 등을 강화하는 방안도 경선기획단에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인호 의원은 12일 경선기획단과 각 선거 캠프 대리인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코로나 상황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도 다이나믹한 방식은 온라인이나 TV 토론를 통한 것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직접 국민을 만나서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TV 등 언론 매체를 통한 토론을 앞으로 많이 도입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경선 유예와 관련한 결정권을 쥔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아직 연기한다, 아니다를 지도부가 얘기할 수가 없고, 그래서 현재까지 당 대표의 스탠스는 가능하면 '원칙을 고수하자'다. 그러나 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에 2주간 그 사이를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고용진 수석대변인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