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청소 노동자가 본 시험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다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여성이 직장 갑질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학교 측이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8일 서울대는 "관악학생생활관 청소미화원 사망에 관해 총장 직권으로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인권침해 여부의 객관적인 조사를 서울대 인권센터에 의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사 기간 동안 가해자로 지목된 안전관리팀장 A씨는 기존 업무에서 다른 업무로 전환될 예정이다.
앞서 서울대 기숙사인 관악학생생활관의 청소노동자였던 50대 여성 이모씨는 지난달 26일 밤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숨진 이씨에게 극단적 선택이나 타살 혐의점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후 주변으로부터 이씨가 생전 A씨에게 직장 갑질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씨는 노동자를 총괄 관리하는 안전관리팀장으로 지난달 1일 새로 부임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에 따르면 A씨는 부임 이후 근무 질서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매주 수요일 오후 3시 30분부터 5시까지 '청소 노동자 회의'라는 것을 만들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및 유족 등이 지난 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청소노동자 A씨 사망과 관련해 오세정 서울대 총장을 규탄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그런데 A씨는 회의에 정장 등 단정한 옷을 입고 오지 않으면 감점을 하겠다고 경고했고, 실제 첫 번째 회의 때 작업 복장으로 온 노동자에게 1점을 감점했다. 또 볼펜·수첩 등을 가져오지 않아도 감점됐다.
심지어 노동자들에게 시험을 보도록 했는데,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게 하거나 기숙사의 첫 개관연도 등을 맞히도록 했다. 점수 또한 공개해 노동자들에게 모욕감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A씨는 기존에 없던 '청소 상태 검열'을 하는가 하면, 노동자들을 상대로 '근무성적 평가서'를 도입해 점수를 책정하는 등 업무 강도를 높였다고 한다.
노조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된 이씨는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 지시, 힘든 노동 강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며 "근무하던 925동 여학생 기숙사는 건물이 크고 학생수가 많아 여학생 기숙사 중 일이 가장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쓰레기양이 증가해 엘리베이터가 없는 925동의 전 층에서 100L 대형 쓰레기봉투를 매일 6~7개씩 직접 날랐다"며 "이씨가 평소에도 작업량이 많아 힘들어했는데, 검열 준비로 작업 강도가 더욱 늘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