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텔레비전수신료조정안 설명회에서 양승동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KBS 경영진과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에 얽힌 각종 의문에 답했다.
지난 1월 수신료조정안이 KBS 이사회에 상정됐지만 전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는 쉽지 않았다. 여론 숙의 과정을 거쳐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는 기존 월 2500원 수신료를 3800원으로 인상하는 조정안이 최종 의결됐다. 지난 1월 조정안보다는 40원 낮춘 금액이었지만 여전히 수신료 인상을 향한 눈초리는 따갑다.
가장 반감을 산 것은 '억대 연봉자' 문제였다. 전체 4400여 명 직원 중 46%에 달하는 억대 연봉자 비율은 물론이고, 1억원 이상 연봉자 중 무보직자가 1500여 명에 이르러 꾸준히 방만경영이 지적돼 왔다. KBS 측은 1980년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술직 인력을 대거 채용해 이 같은 인력구조가 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수신료 인상 전에 세월호, 고성 산불 등 문제적 보도를 통해 훼손된 공영방송의 신뢰를 먼저 회복해야 한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KBS 양승동 사장과 김상근 이사장 그리고 임병걸 부사장에게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1일 여의도 KBS 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수신료조정안 의결 기자회견'의 일문일답.
▷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다. 지금 꼭 수신료 인상이 필요한가양승동 사장(이하 양)>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경제적 부담을 더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저희도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마냥 미룰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를 비롯해 다양한 재난재해를 겪으면서 공영방송의 공적 정보 전달 기능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해졌고, 글로벌 OTT 등 거대 상업미디어의 확장 속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다양성 등 공적 가치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도 이대로 방치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제를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꺼내놓게 됐다. 물론 수신료 인상 시기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국회의 승인과정을 거치면서 적절한 시점에 합리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지켜야 할 공정성을 지켜왔나양> 공정성은 공영방송이 추구해야 할 절대 덕목이다. 하지만 KBS는 한때 정치권력에 휘둘린 적도 있었고, 때로는 자본의 힘을 의식해 제길을 가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이 점 인정하고 성찰한다. 그래서 이번 수신료조정안에는 뉴스에 대한 시청자의 관여 확대, 팩트체크 강화, 뉴스의 출처와 근거 공개 제도, 기자들에 대한 제널리즘 교육 강화 등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담았다. 이러한 장치들이 제대로 가동하고 안착되도록 철저히 관리하면서 그 결과를 국민들께 정례적으로 보고하겠다.
▷ 고호봉·무보직 구성원과 46%에 달하는 억대 연봉자 등 조직 비대화에 따른 방만경영 지적이 많았다양> KBS는 과거 20여년간 1800여명의 인력을 줄이고, 최근에는 수년간 임금을 사실상 동결 수준으로 억제해 왔다. 고강도 예산 긴축으로 매년 1500억원에서 2천억원의 비용을 절감해 왔다. 아직도 국민들께서는 부족하다고 지적하신다. 더욱 노력하겠다. 관련 경영 정보를 공개하면서 설명책임을 다하도록 하겠다.
2026년까지 인력 1400여 명을 줄이고 신규 채용은 500여 명으로 제한해 5년간 920명을 단계적으로 줄여 인건비 약 2600억원을 절감하겠다. 공적책무 확대에 투입되는 수신료 인상분과는 별개로, 기본 운영예산은 현재의 연간 예산 수준에서 억제하겠다. 콘텐츠 수입 확대, 유휴자산 매각 등으로 약 2천억원의 부가수입을 마련해 국민의 수신료 부담 요인을 완화하겠다.
김상근 이사장(이하 김)> KBS의 재정상태가 너무 어렵다. 절대적 한계에 이미 이르러 있다. 강도 높은 경영 혁신,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할 거다. 이사회가 철저하게 감독하겠다. 공정성, 신뢰성, 독립성을 담보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피나는 노력을 하겠다는 자기 결의가 있다. 이것 또한 이사회가 눈 부릅뜨고 감독하고 또 함께 하겠다.
▷ 수신료 인상 하면 무엇이 바뀌나양> 단번에 모든 것이 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KBS는 분명히 시청자가 원하고 기대하는 모습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수신료조정안은 국민 참여로 성안되고, 완성된 결과물이다. 국민들께서는 진지한 숙의와 토론 끝에 KBS가 변화해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해 주셨다. 구체적인 실천 과제들도 제안하셨다. 그 방향대로 가겠다.
국민들이 우선 과제로 꼽아주신 경영투명성과 시청자 참여 확대, 공정한 뉴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재난방송, 제대로 이루어 내겠다. 상업방송과 확실히 다른 질 높은 콘텐츠와 공익 프로그램, 소수자와 지역 등 사회적 다양성의 가치도 온전히 지키고 구현하겠다. 최선을 다해 실천하고, 소상하게 알려드리고, 정직하게 평가받겠다. 수신료조정안에 담긴 모든 약속을 지키겠다.
2021년은 KBS가 '공영방송’으로 출범한 지 48년이 되는 해이다. 반드시 시청자의 방송으로, 국민의 KBS로 거듭나겠다.
1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텔레비전수신료조정안 설명회에서 김상근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KBS 양승동 사장, 김상근 이사장, 임병결 부사장. 박종민 기자
▷ 10년 전 광고 매출이 높을 때는 수신료 인상 필요성이 크지 않았는데 이제 매출이 반토막 나니 그 손해를 수신료 인상분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 TV 수상기 보유 가구가 늘면서 수신료도 연간 80억~100억원 사이로 꾸준히 늘고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지금보다 광고 비율을 줄일 계획은 없나
임병걸 부사장(이하 임)> 수신료를 현실화했는데 광고를 줄이면 또 1500원의 인상 효과가 나오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로컬 광고를 폐지해 연간 약 50억 원 지역 미디어 상생에 기여하고, 중소미디어에 연간 약 397억 원 광고 수익 20%를 지원할 예정이다. 수익 일부를 다양성 기금으로 내놔서 결합판매를 줄이고 군소방송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광고는 재원의 의미도 있지만 시청자와 접점의 의미도 있다. TV를 벗어나 플랫폼이 다양화된 시대에 연계된 광고를 전혀 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KBS 콘텐츠가 사라지는 효과가 우려된다.
10년 전만 해도 재원 중 광고 비중이 높았고, 지금은 2분의 1, 3분의 1이 줄어든 것도 맞다. 이에 따라 재원 중 수신료 비중이 높아졌다. 그러나 그 절대 액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아니다. 광고 수익 감소를 따라갈 수 없었다. 공영방송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공적 재원을 늘려 재원 구조를 건전화해야 하기에 현재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율 45%는 기형적이라는 인식이다.
▷ 수신료조정안 주요 내용을 보면 인건비 절감을 위해 5년 간 1440명 인력 감축을 하겠다고 돼있다. 정년퇴직 등이 대다수라면 사실상 인력 감축이라기 보다는 자연감소인데 1440명에 대한 구체적인 감축 계획은 어떻게 되나양> 1400여 명 중 1100여 명은 정년에 따른 자연감소 인력이고, 명예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 규모는 300여 명이다. 양적인 부분과 함께 질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디지털 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인력의 재배치와 재교육, 직무재설계를 통해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공영방송으로 탈바꿈할 생각이다.
임> 명예퇴직은 노조를 설득해 능동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인력 효율화를 추구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법률에 따라 명예퇴직자에 대한 매력적인 인센티브 확보가 불가능해 신중히 추진할 사안이다.
▷ 어제 수신료 3800원으로 인상하는 조정안 의결 이후 국민 여론을 살펴봤을 것 같다. 이사회 의결에서 끝이 아니라 전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비로소 수신료 인상이 가능해 보이는데 어떻게 설득할 생각인가
양> 2010년 초중반까지 여러 제작 거부와 파업이 잦다보니 제작과 취재 역량이 충분히 쌓이는데 어려움과 실수들이 있었다. 지금은 극복이 돼서 어이 없는 실수는 많이 줄었다. 저희도 나름대로 사과를 하고 후속조치를 취하지만 워낙 매체가 많다보니 의도하는 방향으로 잘 되지 않더라. 국민들이 기꺼이 동의하셔야 수신료 인상이 가능한 건 사실이다. 방통위와 국회 승인과정을 거치는 동안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KBS가 하기 나름이다. 공을 돌려 받았고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올 것이다.
김> KBS의 대국민 자세가 오만한 측면이 있었다.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려면 친절하게 설명해야 되는데 내부 구성원들이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번 수신료조정안을 준비하고 심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잘못을 뼈저리게 느꼈다. 국민들에게 더 다가가서 모든 걸 공개한다는 자세를 기본으로 가져야 하는 게 맞다. 국민들이 수신료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걸 받아들이라고 할 게 아니다. 이렇게 된 것은 국민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책임이고,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