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에서 중학생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40대 계모에게 경찰이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2월 이른바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이 개정된 이후 첫 적용 사례다.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중학생 의붓딸 B양(13)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계모 A씨에 대해 상습학대 및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2일 남해군의 한 아파트에서 B양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사건 당일 오후 9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B양에게 손으로 밀치고 발로 차거나 배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B양은 넘어져 화장실 변기 모서리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런 폭행으로 B양은 숨을 제대로 못 쉬고 몸이 축 늘어지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A씨는 119에 전화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다만 별거 중인 남편에게 연락했고, 다음 날인 23일 새벽 2시를 넘겨 남편이 도착할 때는 이미 몸이 굳은 상태로 숨져 있었다.
그러나 119 신고는 2시간 뒤인 새벽 4시 14분쯤이었다. 소방 공동 대응으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주거지에서 A씨가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남편과 별거한 시점인 지난 3월부터 학대 행위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폭행이 이뤄졌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연합뉴스
사건 당일에는 이혼 서류를 접수하는 등 전화 통화를 하면서 다퉜고, 이후 2시간 가까이 B양에 대한 폭행으로 이어졌다. 당시 B양의 동생 2명도 누나가 폭행당하는 것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B양의 병원 진료 기록과 A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4차례 폭행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전부터 상습적인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봤다. B양의 동생에게도 한 차례 학대한 사실도 확인했다.
A씨는 이전부터 말을 안 듣는다는 등의 이유로 배를 밟는 등의 폭행이 있었고 B양의 배가 부풀어 있었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장염 증세로 병원 진료를 받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폭행과의 개연성 여부는 국과수의 부검 결과가 나와 봐야 하지만, 장기적인 학대로 제대로 치료가 안 된 상태에서 염증으로 인한 것인지 살펴보고 있다. 이미 국과수는 '외부 충격에 의해 장기 손상'이 사망 원인이라는 구두 소견을 냈다.
B양이 숨지기 전에 자주 복통을 호소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또래보다 왜소한 B양의 몸 상태가 나빠진 것을 알고도 A씨가 배를 밟아 폭행한 게 결정적인 사망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교 친구들의 진술을 보면 자주 복통을 호소했고 얼굴이 창백했다고 했다. 배가 아프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3~4차례 조퇴도 했고,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있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B양의 상습적인 폭행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황진환 기자
경찰은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딸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된 상태에서 방치하고 폭행한 데 대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경찰은 구속 영장을 신청할 당시에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지만, 송치 단계에서 아동학대 살해죄로 변경했다.
'정인이법'에 따라 아동학대 살해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해 아동학대치사죄보다 처벌이 강화됐다. 형법상 일반 살인죄보다 처벌이 무겁다.
이는 기소 전 송치 단계이지만, 정인이법이 신설된 이후 경찰이 처음으로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한 사례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으로 B양이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쓰러져 있는 아이에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했다"며 "그동안 상습 폭행한 점도 확인해 혐의를 추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