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신시내티와 홈경기에서 결승 투런홈런을 치고 기뻐하는 김하성. 덕아웃 앞에서 김하성에게 목걸이를 전달한 매니 마차도 역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SD)의 간판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지난 20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수비 도중 어깨 부상을 당했다.
샌디에이고는 타티스 주니어를 곧바로 교체했다. 타티스 주니어는 지난 몇년간 고질적인 어깨 통증을 참고 뛰었고 올시즌 초반 어깨 때문에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다. 타티스 주니어는 21일 열린 신시내티전 막판 대타 출전을 준비했을 정도로 몸 상태가 괜찮았다. 22일부터 시작하는 LA 다저스와 경기에서는 선발 라인업에 복귀할 계획이다.
샌디에이고는 타티스 주니어를 무리시킬 이유가 없었다. 팀당 162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에서 주축 야수의 건강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또 샌디에이고는 이미 내야 주요 포지션을 채워줄 수 있는 든든한 유틸리티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바로 김하성이다.
샌디에이고는 타티스 주니어의 공백 속에서도 신시내티를 상대로 연승을 달렸다.
김하성은 타티스 주니어의 부상 이후 대수비로 출전해 8회말 결승 투런포를 때려 7대5 팀 승리를 견인했다.
21일 경기에서는 휴식을 취한 타티스 주니어를 대신해 주전 유격수로 나섰다. 1안타 1볼넷을 올렸고 안정된 수비력은 더욱 호평을 받았다.
특히 3대2 팀 승리를 확정하는 마지막 호수비는 대단했다. 9회초 2사 1루에서 신시내티 거포 제시 윈커가 때린 바가지 안타성 타구를 잡아냈다. 중견수 방향으로 뛰면서 어깨 위로 넘어오는 공을 정확히 포구했다.
팅글러 감독은 경기 후 현지 언론을 통해 "김하성은 대단한 선수"라며 그가 경기 내내 보여준 수비력을 칭찬했다.
팅글러 감독은 마지막 수비 장면에 대해 "9회에 압박감이 큰 상황이었다. 김하성은 태양빛의 방해 속에서 '버뮤다 삼각지대(중견수-우익수-내야수 사이의 공간을 비유)'로 떨어지는 공을 잡았다. 그는 시즌 내내 수비를 잘했다. 특히 오늘은 여러 수비 상황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치르는 것 같았지만 그는 모든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최근 출전한 10경기(선발 출전 5경기)에서 타율 0.316, OPS(출루율+장타율) 0.907을 기록했다.
주전과 백업을 오가면서 서서히 팀 기여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는 루이스 카스티요가 던진 시속 99마일(약 159km) 빠른 공을 공략해 중전안타를 기록했다.
MLB닷컴에 따르면 김하성이 올해 안타로 연결한 공 가운데 가장 빠른 공이었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진출 후 KBO 리그에 많이 접해보지 못한 빠른 공에 고전해왔다.
샌디에이고 김하성. 연합뉴스
이날 경기에서 김하성에게 의미있는 숫자는 또 하나 있다.
김하성은 4회초 아키야마 쇼고가 친 느린 땅볼을 앞으로 달려 나오면서 잡아 빠르게 1루로 던져 아웃을 잡아냈다. MLB닷컴에 따르면 김하성의 송구 속도는 시속 89.5마일(약 144km)로 나타났다. 대단한 호수비였다.
내야 유틸리티 자원에게 특히 중요한 덕목은 바로 수비다.
김하성은 유격수를 포함한 내야 주요 포지션에서 수비력을 인정받았고 이는 선수 기용의 유동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주전 선수에게 과감히 휴식일을 부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팀 전력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확실한 주포지션 없이 다양한 상황에서 출전해 팀에 기여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팀 동료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김하성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이유다.
크로넨워스는 현지 언론을 통해 "김하성 선수는 대타 출전이든 대수비 출전이든 경기에 투입될 때 항상 준비가 돼 있는 선수다. 시즌 내내 그랬다"며 호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