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왼쪽 네번째)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지난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8일 1가구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현행 공시가 9억 원에서 '상위 2%'(현 11억~12억 원선)로 완화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또한 민주당은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축소하기로 한 부동산특위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특위는 당초 모든 매입임대 등록사업자의 신규등록을 폐지하고 등록말소 뒤 6개월 동안만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세금폭탄론'에 포획된 민주당
기실 이번 부동산 의총은 민주당이 '세금폭탄' vs '집값 폭등', '다주택자 및 고가주택 소유자' vs '무주택자 및 중저가주택 소유자'라는 대립항 가운데 재보선 패배의 원인으로 어떤 것을 선택할지, 누구를 대변할지가 관건이었다.
송영길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부동산특위를 만들어 종부세 및 양도세 개악안을 만든 데 이어 이번 의원총회를 거쳐 이를 당론으로 확정하였다. 거기에 더해 민주당 의총은 특위에서 만든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축소안마저 원점재검토를 결정하였다.
결국 민주당은 지난 재보선 참패의 원인을 '세금폭탄'으로 프레이밍한 언론에 완전히 포획된 나머지 부동산 시장을 다시 불안하게 만들 최악의 부자감세안을 당론으로 확정한 셈이다.
2014년 이후 진행 중인 부동산 대세 상승은 보유세 등 투기억제장치의 미약함에 기인한 투기수요의 창궐과 과잉유동성이 결합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난 재보선 참패도 급등하는 집값을 못 잡는 민주당에 대한 시민들의 민심이반과 심판정서가 LH사태를 방아쇠로 분출한 것으로 해석해야 옳다.
사정이 이렇다면 민주당은 집값 폭등을 진압하는데 실패한 것이 재보선 참패의 원인임을 직시하고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보유세 등 세제를 강화해 투기수요를 억제시키고 대출을 조이며 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를 전면적으로 없애는 방향으로 정책을 디자인했어야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민주당은 정확히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의 부자감세에 시장 참여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보유세 등 세제를 약화시키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 축소를 주저하는 걸 본 다주택자 등이 매물을 더 걸어 잠글 것이 자명하다. 민주당에 마지막까지 기대를 걸었던 무주택자들이 민주당의 부자감세에 낙담한 나머지 빚을 내서라도 집을 구매하려는 패닉바잉 수요자가 되면 시장은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종부세 납부 대상 절반이 50만 원 이하 낸다
지난 4월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종부세, 재산세 완화 개정법률안 대표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세금부담이 과중해 종부세 등을 감세하겠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는 종부세 납부 대상자들의 현황을 보면 석연해진다.
2019년도 종부세 결정세액을 분석해 보면 50만 원 이하 납부자가 전체 종부세 과세대상자 가운데 절반이다. 상위 1%가 전체 결정세액의 64.8%를, 전체 5%가 전체 결정세액의 80%를 각각 납부한다.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십몇억 원 오른 집값에 비해 많아야 고작 50만 원을 내는 게 부담이 되니 그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게 맞는 말인가?
1주택 종부세 과세기준이 올라가면 쥐꼬리만 한 종부세를 내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재산세만 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작 큰 수혜는 종부세를 대부분 납부하던 초고가 주택 소유자들이 될 것이다. 이게 부자감세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또한 현재 1주택자는 설사 비과세 대상이 아니라 해도 양도차익에 비하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런 마당에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리겠다는 민주당의 결정에 어안이 벙벙해질 따름이다.
◇민주당의 부자감세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과도 어긋나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주거 안정은 민생의 핵심입니다. 날로 심각해지는 자산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철저히 차단하겠습니다"라고 천명한 바 있다.
민주당의 종부세 등 감세당론 채택은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과도 상반된다. 도대체 대표적인 투기억제 장치인 종부세 및 양도세 등을 감세하면서 무슨 수로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고, 더 나아가 자산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단 말인가?
토지+자유연구소 이태경 부소장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은 명확했다. '부자감세'가 아니라 무주택자, 2030세대, 비고가 1주택자 등으로 구성된 '토지 공개념 동맹'을 구축하는 게 그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시장 불안과 지지층의 대거 이탈을 야기할 최악의 선택을 했다. 민주당의 선택이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못 궁금하다.
※본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