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미국의 작은 산골 마을이 수천억 원 복권 당첨자가 나오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올해 1월 메릴랜드주 라나코닝에서 누군가 7억 3100만 달러(약 8300억 원)짜리 파워볼 복권에 당첨됐다.
이는 메릴랜드주 사상 최고액이자 미국 전역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액수로 기록됐다.
낙후한 폐탄광촌으로 인구가 400가구, 1200명에 불과한 로나코닝은 난리가 났다.
마을 주민들뿐만 아니라 외지에서도 당첨금을 나눠달라는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당첨자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당첨복권을 판매한 가게의 주인인 리처드 레이븐스크로프트는 적선 요구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안주면 말고' 식으로 대든다"며 "아는 관련자가 나니까 나한테 묻는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뭉칫돈을 쾌척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탄광업, 목재업이 사양산업이 돼 성장동력을 잃은 라나코닝의 빈곤율은 24%로 메릴랜드주 전체의 두 배다.
외지인들은 아픈 친척 치료비, 농장 재정난 해소, 마당통로 보수, 전기톱 구매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애걸에 나섰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당첨자로 의심을 받은 한 커플은 동냥 공세에 일상이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은 당국에 구조를 요청하고 대응을 위해 변호사를 부른 데 이어 지역 신문에 헛소문이라고 광고까지 냈다.
복권 판매점주 레이븐스크로프트는 매일 새벽 복권을 사러 들렀다가 잭폿이 터진 뒤 발길을 끊은 한 사람을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채 유력한 당첨자로 추정했다.
점원들은 당첨자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며 그 시점은 당첨자가 조용히 마을을 떠날 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첨자는 당첨금을 30년 분할 대신 한번에 받는 방식을 선택해 수령액이 줄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세금까지 모두 제외하면 실제 수령액은 3억6700만 달러(약 4200억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