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제공
한국투자증권이 금융사로는 처음으로 판매책임이 있는 사모펀드 전체에 대해 100% 보상을 결정했다. 이는 사모펀드 사태 뿐만 아니라 역대 각종 금융관련 사태 피해보상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결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16일 "부실 사모펀드로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상품에 대해 전향적인 보상기준을 마련하고 해당 상품에 투자한 고객 투자금 100% 전액을 보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사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판매책임 소재가 있는 부실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새로운 보상기준에 따라 상품 가입 고객 전원에게 투자 원금 대비 100% 손실을 보상하기로 결정했다"라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고객 신뢰회복을 위해 내린 선제적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에서 판매된 사모펀드 가운데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US핀테크), 삼성Gen2, 팝펀딩(헤이스팅스), 팝펀딩(자비스), 피델리스무역금융, 헤이스팅스 문화콘텐츠, 헤이스팅스 코델리아, 미르신탁 등 10개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는 투자 원금의 100%를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추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결과 보상 비율이 이보다 낮아지거나, 손실률이 확정되더라도 기 지급한 보상금을 회수하지는 않기로 했다.
10개 펀드의 전체 판매액은 806계좌 약 1584억 원이며, 이미 일부 상품이 전액 또는 부분 보상 진행된 상황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추가로 지급할 보상액은 약 805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보상은 관련 절차를 거쳐 오는 7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서 희대의 금융사기 사건으로 꼽히는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원금 100% 반환 결정이 나오기 이전에 이미 원금의 100%를 돌려주는 절차를 진행해 지난 4월 보상절차를 모두 마무리했다.
이같은 결정은 판매사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지만 정 사장은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보다 고객 신뢰회복이라는 대명제와 이를 토대로 한 장기적인 영업력 강화를 우선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와함께 이번 조치를 실행하기 위해 내부 보상기준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보상여부를 판단하는 항목으로 단순 불완전판매뿐 아니라 △설명서 상 운용전략과 자산의 불일치 △운용자산 실재성 부재와 위험도 상이 △보증 실재성 및 신용도 불일치 △설명서 상 누락 위험 발생 △거래 상대방의 위법 및 신의원칙 위반행위 등 최근 사모펀드 사태의 주요 발생요소를 포함시켰다.
또, 이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상품선정위원회 기능과 책임 대폭 확대.강화 △투자상품 사후관리 전담 조직 신설 △직원 교육과 감사 확대 등 상품 공급과 판매 관련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이번 결정은 '고객을 향한 바른 생각'이라는 분명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금융상품에 대한 고객 신뢰회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며 "선제적 금융소비자 보호정책 추진을 통해 소중한 고객을 보호하고 금융상품에 대한 신뢰회복에 미약하나마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한국투자증권의 고심어린 결정은 무너졌던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한국투자증권이 리딩 증권사로서 발돋움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