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ABC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살인자라는 당신의 말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비웃었다. 아직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나?"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 NBC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살인자라고 한 말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비난을 수십 번 들었다. 난 신경 쓰지 않는다"며 코웃음을 친 것을 거론한 질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 ABC와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러시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그러다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과거 발언이 다시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질문에 대해 껄껄껄 웃으며 "나 역시 웃고 있다"며 답변에 나서려했으나 자꾸만 말이 꼬였다.
"그들은 실제로는... 보세요. 그는 명확히 했는데요"라며 횡설수설 하는 듯하더니 8초간이나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긴 침묵이 흐른 뒤 "제 대답은, 과거에는 그랬다는 것입니다. 그는 사실상 그가 하려했거나 했던 일들에 그가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보세요. 제가 그 질문을 방송에서 받았을 때 솔직하게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아니라고..."라고 말하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서 다소 더듬거리는 말투로 "다음 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고 마무리 지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긴 침묵과 당황한 표정, 어투는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마음을 어느 정도 엿보기에 충분하다.
매끄럽지 않은 회담 결과를 예상한 듯 백악관과 크렘린궁도 이번 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단독 회견으로 따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는 그 동안 여러 현안들로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미국의 대선에 개입하려했고, 미국에서 잇따르고 있는 국가 기간시설들에 대한 해킹 사건의 배후라고 의심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내 반군을 러시아가 지원하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러시아의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암살 미수 사건에도 러시아 권부가 개입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란 핵 개발을 러시아가 뒤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 밖에 아프가니스탄 문제, 군축 문제, 기후변화 문제, 미국인들 수감 문제 등도 양국의 관계를 악화시킨 또 다른 이슈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브뤼셀 기자회견에서 해킹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대해 러시아가 사이버 안보 등의 이슈에 협력하지 않는다면 똑같이 대응하겠다며 보복을 암시했다.
그는 푸틴과의 정상회담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레드라인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현재 암살 미수 이후 러시아에 수감 중인 나발니가 사망하면 양국 관계를 해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