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추신수. 연합뉴스
메이저리거 출신 추신수는 지난 2월 국내 복귀를 위해 귀국하는 자리에서 "실력이 돼야만 대표팀에 나가는 것이다. 성적이 좋고 실력이 되면 당연히 갈 것"이라며 도쿄올림픽 출전 의지를 나타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했던 시기에 두 차례 태극마크를 달았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해 한국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야구 대표팀에서 추신수를 볼 수 없었다. 늘 실력은 국가대표급이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이 맞지 않았다. 런던과 리우올림픽에서는 야구가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고 두 차례 WBC를 앞두고는 이적과 부상 등의 이유로 참가하지 못했다.
1982년생으로 불혹의 나이가 된 추신수가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빌 기회는 이대로 끝나는듯 했다.
하지만 지난해 개최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올해로 연기됐고 때마침 추신수가 미국 무대를 떠나 KBO 리그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변수는 추신수의 성적이었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챔피언으로서 13년 만에 다시 열리는 올림픽 야구 무대에서 개최국 일본과 우승을 다툴 후보로 여겨진다. 베이징 대회의 사령탑 김경문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를 선발할 때 이름값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올림픽이 7월에 개최되는 가운데 절정의 실력을 발휘하는 최정예 멤버로 대표팀을 구성해야 한다.
추신수의 KBO 리그 첫 시즌 출발은 쉽지 않았다. 미국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지만 낯선 리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5월까지 타율은 0.233에 그쳤다.
이때까지도 비교적 높은 OPS(출루율+장타율)를 기록하며 팀에 기여했지만 추신수라는 이름값이 주는 기대감은 그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추신수는 6월 9경기에서 타율 0.419를 올렸고 OPS는 무려 1.204로 높다. 이 기간에 홈런 2개를 쏘아올렸고 3득점 5타점을 쓸어 담았다.
추신수가 지난 13일 인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시즌 10호 홈런을 쏘아올린 장면은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 관중석에서 직접 지켜봤다.
추신수는 시즌 타율을 0.266으로 끌어올렸고 10홈런에 도루도 13개나 기록했다. 홈런 부문은 공동 11위, 도루는 단독 4위다.
현재 KBO 리그에서 홈런과 도루를 각각 10개 이상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추신수가 유일하다.
적잖은 나이에도 호타준족으로 이름을 날렸던 메이저리그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추신수의 이름값,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강력한 투수를 상대하면서 쌓은 풍부한 경험 그리고 적잖은 나이에도 그라운드에서 증명하고 있는 실력을 모두 감안하면 김경문 감독은 지난 13일 인천에서 자신의 결심을 굳혔을 가능성이 높다.
김경문 감독은 16일 오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도쿄올림픽 최종 명단을 발표한다. 추신수가 11년 만에 다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