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관광공사. 박창호 기자
부산시 산하 공기업 부산관광공사에서 문서유출 사건과 관련해 직위해제 조치를 당한 직원과 공사 간에 진실 공방과 갑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에서는 지난 4월 22일 내부 승진자 관련 비공개 문서를 일부 직원이 열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별감사에 나선 공사 측은 지난 5월 4일 사건에 연루된 직원 6명 중 2명이 '중징계 의결 요구 중'을 이유로 직위해제했고, 2명을 경징계 요구, 나머지 2명은 불문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이에 직위해제를 당한 직원들은 감사 내용과 과정, 결과의 부당함 등을 이유로 강한 어조로 반발하고 나섰다.
◇"이미 공개된 문서" vs "공개된 적 없다" 첨예한 입장 차직위해제 당사자들은 해당 비공개 문서를 최초로 만든 직원이 열람 범위를 잘못 설정해 사내 그룹웨어 상으로 권한이 없는 직원들도 문서를 볼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위해제 당사자 A씨는 "당일 오후 한 직원으로부터 '인사문서가 떴다'며 문서 화면을 찍은 사진을 전달받았고, '오픈된 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했다"며 "이에 평소 친분이 있던 직원 B에게 문서를 보냈는데, 다음날 갑자기 회사에서 '보안문서를 유출했다'고 호출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산을 담당하는 직원 B가 그룹웨어 업체로부터 로그 기록(사용자가 시스템에 접근해 활동한 기록)을 받아보니, 유출 당일 오후 9시 37분에 문서 최초 작성자가 접속해 열람 범위를 바꾼 흔적이 나왔다"며 "이 기록을 감사실에 모두 넘겼지만, 최초 작성자는 전혀 징계를 받지 않고 우리 두 사람(A, B)만 직위해제를 당했다"고 말했다.
부산관광공사 CI. 부산관광공사 제공
이에 대해 공사는 애초에 해당 문서가 공개된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부산관광공사 정희준 사장은 "지금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오후 3시 7분 상임이사 전결로 결재된 해당 문서는 10여분 뒤부터 직원 사이에 돌기 시작했는데, 이때 기록상 단 한 번도 문서 상태가 중간에 공개나 비공개로 바뀐 적이 없다"며 "당일 오후부터 저녁까지 문서유출을 인지한 팀장급 직원들이 확인했을 때도 문서를 열람할 수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9시 37분 로그 기록은 공개에서 비공개로 문서 상태를 바꾼 게 아니라, 해당 직원이 다시 들어와 재차 확인하는 과정에서 '확인' 버튼을 누른 게 기록에 남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직위해제에 대해 "A씨는 감사에서 실수를 인정하고 사실대로 설명한 다른 직원들과 달리 누구에게 문서를 받았는지에 대해 진술을 거부해 감사를 방해했다고 판단했고, B씨는 개인정보보호 업무 담당자인데도 문서유출 사실을 알고도 조치는커녕 유포에 적극 가담했다고 보고 중징계 의결 요구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태 파악 과정서 폭언·갑질" 주장…"사실무근" 반박해당 직원들은 또 공사 측이 문서유출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폭언과 갑질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인권위 등에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유출 다음 날 오전 사장실로 불려간 B는 '문건을 유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이 자리에 모인 팀장급 직원들은 '수사기관', '증거인멸' 등 단어를 써가며 B를 가해자로 단정 짓고 압박했다"며 "이후 감사팀에서 입장을 소명하고 있었는데, 당일 점심시간에 아무런 설명 없이 B를 직무배제하고 사무기기를 압수해 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에 4월 27일 내부 인권경영위원회에 B에 대한 인권침해 내용을 대신 신고했는데, 신고 당일 B의 상사인 C 팀장은 압수한 PC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직원들 앞에서 폭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런데 5월 6일 공사는 오히려 인권침해 가해자로 신고된 C 팀장을 감사와 인권경영위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감사팀장으로 발령냈고, 인권침해 건은 조사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본인은 회사 내부감사를 신뢰할 수 없어 '유출자를 말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외부 수사기관 등에는 밝히겠다고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감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를 당했다"고 말했다.
부산관광공사. 박창호 기자
이에 대해 공사 측은 조사 과정에서 인권침해는 없었으며, 해당 건을 조사한 부산시 감사위에서도 사내 갑질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부산관광공사 정희준 사장은 "해당 직원과 이야기한 자리에 함께 있었지만 억압적인 분위기가 아니었으며, 어떤 발언이 갑질에 해당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C 팀장에게 B씨가 '개인정보'라며 못 주겠다고 버티는 과정에서 서로 언성을 높인 사실은 있으나 목격자들은 '폭언과 갑질은 없었다'고 말했으며, 부산시 감사위도 갑질 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C 팀장 발령은 지난 3월 감사팀에 직급이 높은 직원이 없다는 부산시 지적사항이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건 전부터 검토가 돼 5월 1일 자 정기인사로 이미 발령이 예정된 상태였다"며 "해당 팀장은 인권침해 사안과 관련해서는 이미 업무 배제된 상태지만, 추가로 인사를 해야 하는지는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인권침해 조사가 미뤄지는 데 대해서 정 사장은 "현재 해당 직원들이 이 사안을 감사원, 국가인권위, 부산지방노동위원회 등에 진정 또는 신고를 해놓은 상태라 대응 담당 부서인 감사팀 업무가 폭주해 내부 인권위를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 발단인 문서유출 건을 마무리지은 뒤 여는 것으로 잠정 유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직원 고소·인권위 진정으로 번진 공방…"성실히 소명하겠다"A씨 등은 지난 4월 조사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취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고, 지난달에는 직위해제가 부당하다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부산관광공사는 지난달 28일 A·B씨 두 사람을 보안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해운대경찰서에 고소한 상태다.
이에 대해 A씨는 "회사에 밝힌 대로 외부기관인 노동청에 이미 3주 전에 소위 '유출자' 실명과 증거자료 등을 제출한 상태며, 경찰에도 입증 자료 등과 함께 누구에게 문서를 받았는지 모두 밝힐 예정"이라며 "해당 문서를 최초 작성한 사람의 과실 등 유출 경위에 대해 제대로 조사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