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에서 양부로부터 학대피해를 당한 두 살배기 입양아동의 실명 공개와 함께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영이 기억해야"…엄벌진정서 강력 촉구11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9일 카드뉴스를 통해 피해 아동의 실명을 붙여 '민영이 사건'으로 명명하고 이튿날 해당 사건의 진상 등을 알리기 위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 "민영"'이라는 인터넷 게시글을 올렸다.
먼저 협회는 "친부모로부터 버려져 양육시설에서 자랐고 생후 24개월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진 30대 부부가 불쌍하다며 입양했다"고 민영이를 소개했다.
이어 "양부모는 학대피해아동을 위한 그룹홈을 운영한 적도 있어서 누구보다 아동학대와 학대피해아동에 대한 이해가 높았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럼에도 "입양 6개월 만에 양부모에게서 학대를 당하기 시작해 그 나이에 맞게 호기심이 많던 만 2살 민영이는 의자에 올라가 논다는 이유로 몸이 날아갈 정도로 뺨을 맞고 울지 말라고 했는데 운다고 폭행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두 살배기 입양 아동에 대한 학대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한 아파트단지. 정성욱 기자
또 "가해자들은 겨우 만 2살 아이에게 물건을 만지다 부쉈는데 사과를 안했다, 저녁 식사 후 싱크대에 빈 그릇을 가져다 두라고 했는데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끔찍한 학대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결국 민영이는 뇌사상태에 빠져 생사를 오가지만 양부는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아 살인미수가 아닌 아동학대중상해 협의만 적용됐다"며 민영이 관련 사건번호를 기재해 대중을 상대로 서명지와 엄벌진정서를 법원에 제출해 줄 것을 촉구했다.
협회는 서울 양천구 입양아 학대사건인 이른바 '정인이 사건' 때도 사건번호를 공개하며 엄벌진정서 제출을 독려한 바 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아이가 잠을 자는지 의식을 잃었는지는 누가 봐도 구분할 수 있는데 7시간이나 쓰러진 아이를 방치해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 것은 살인미수로 봐야 한다"며 "이에 대한 의견서를 법원에 내는 것은 물론, 정인이 사건처럼 주변의 증언을 더 많이 확보해 가면서 온라인 중심으로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와 서명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된 학대로 혼수상태, 소생 가능성 희박
두 살 입양아를 학대해 반혼수 상태에 빠뜨린 양부가 지난달 11일 호송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민영이를 학대해 혼수상태에 빠뜨린 양부 A(36)씨는 지난 3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중상해) 등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학대를 방치한 아내 B씨도 방임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A씨는 지난 4월 중순부터 지난달 초순까지 화성시 내 주거지에서 2018년 8월생인 입양아 민영이를 고집 부린다는 이유 등으로 나무로 된 등긁이와 구둣주걱으로 4차례에 걸쳐 손바닥과 발바닥을 수회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달 6일 오후 10시쯤 민영이가 잠투정을 하며 운다는 이유로 바닥에 넘어질 정도로 뺨을 강하게 때린 혐의도 있다.
그는 이틀 뒤 8일에도 민영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뺨을 세게 때려 넘어뜨리는 행위를 4차례 반복해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반혼수상태에 빠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아내 B씨는 이런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고개숙인 양부. 연합뉴스
특히 이들 부부는 민영이가 반혼수상태에 빠진 지난달 8일 오전 11시,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즉시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오후 5시까지 7시간가량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우측 뇌가 손상돼 반혼수상태(Semi-coma)였던 아이는 한 달 넘게 의식을 찾지 못하고 혼수상태(Coma)에 빠졌다. 혼수상태는 외부 자극에 반응이 전혀 없는 경우로, 소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응급의학과·신경외과·법의학 교수 등은 "수차례 뺨을 세게 맞아 갑작스러운 머리 회전과 흔들림으로 뇌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이 부부는 2019년 5월 봉사활동을 하던 보육원에서 당시 생후 10개월이었던 민영이를 알게 돼 지난해 8월 입양했다. 부부는 10세부터 5세에 이르는 친자녀 4명을 두고 있기도 하다.
검찰은 민영이의 치료와 회복 상태 등을 고려해 파양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