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 모 중사 사건관련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야가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군 당국의 미흡한 사후 조치를 집중적으로 질책했다.
◇여야 호된 질타, 서욱 장관 "무거운 책임 통감"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방위원장은 이날 개의를 선언하며 "저도 딸이 있는 아버지로서 절망 속에서 삶을 스스로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를 생각하면 가슴이 매우 아프다"고 말했다.
현안 질의에 들어간 여야 의원들도 일제히 질타를 쏟아냈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여군을 동료나 전우로 생각하지 않고 술자리 꽃처럼 부르는 일이, 성추행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기형적인 폐쇄성을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당사자이기도 하다.
같은 당 김진표 의원은 책상을 내리치며 "여중사가 얼마나 억울했으면 자기 남편이 근무하는 부대에 와서 자살을 했겠느냐"라며 "뭘 이렇게 조사가 오래 걸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국가 권력에 의한 타살로 보인다"며 "어마어마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군이 덮기에 급급하다. 이러고도 군이 여군을 타살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채익 의원은 "문재인식 국방 포퓰리즘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정말 야박하고 몰인정하다"고 문 대통령의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이에 서욱 국방부 장관은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등으로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매우 송구하다"며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죄했다.
서 장관은 '장관도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의 지적에 "저의 책임이 없다는 건 아니고,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로 근무를 한다"며 "이제 후속 조치를 잘하고, 인사권자께서 판단하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단순 사망 사건'으로 최초 인지…국선변호인 관련 의혹도
서욱 국방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 모 중사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상화 공군참모차장, 서욱 장관,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윤창원 기자
이날 현안질의에서는 서 장관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이 숨진 채 발견된 당일(5월 22일) '단순 사망 사건'으로 최초 인지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서 장관은 "5월 22일 SNS 상황공유방에 '단순 사망 건'이 올라온 것을 인지했다"며 ""5월 25일 이번 사건이 성추행 관련 사건임을 최초 보고받았고, 이후 공군의 2차 가해를 포함한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사건 등의 경우 사망 시 관련 내용을 함께 보고하게 돼 있는데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성일종 의원은 이날 피해 공군 부사관의 국선변호인이 부적절하게 가해자 측의 금전 합의 제안에 응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성 의원은 "법무관(국선변호인)이 피해자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1천만 원이 됐든 2천만 원이 됐든 금액은 정확하지 않지만, 합의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전달했다"며 "이게 국가권력이 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성 의원에 따르면, 피해자의 아버지는 가해자 처벌을 주장하면서 이 같은 합의 제안을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