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결과보고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2일 취임 한달을 맞아 가진 '민심경청 결과 보고회'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조국 전 장관도 수차례 공개적으로 반성했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당내 이견에 대해선 "정부 정책의 미흡함으로 집값이 올랐는데 현금이 없는 사람은 상당히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 요구에 따라 법이 숙고되지 못하고 통과된 측면 있었다. (이번엔) 충분히 협의하겠다"며 반성했다.
◇"공정-정의 원칙 지켜왔는지 통렬하게 반성"송 대표는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남을 단죄했던 우리들이 과연 자기 문제와 자녀들의 문제에 그런 원칙을 지켜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지위 인맥으로 서로 인턴 시켜주고 품앗이하듯 스펙을 쌓기 해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결과보고회'에서 결과보고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조 전 장관 자녀 입시비리 의혹으로 2030 세대들이 공정의 가치가 무너졌다며 민주당에 등을 돌린 상황을 직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당 대표가 '조국 사태'와 관련해 사과한 것은 2019년 10월 당시 이해찬 대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송 대표는 또 민심경청 결과 보고회가 끝난 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당내 이견을 묻는 기자들에게 "(조국 사태로 인한) 2030 청년의 공정과 가치 상실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단 조국 문제가 아니라 세대가 함께 반성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국 사태를 놓고 지도부 내 이견이 표출된 것에 대해선 "최고위원들 간 사전회의를 통해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민주당 김용민 최고위원이 이날 오전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해 당내는 물론 지도부 안에서도 시각 차가 상당하다는 게 드러난 바 있다.
◇宋, 정부 정책 미흡함 지적… "종부세 완화를 부자감세라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
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결과보고회'. 윤창원 기자
송 대표는 혼선을 거듭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와 관련해 정부안을 일부 수정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1가구 1주택자들) 본인이 집값을 올린 것도 아니다"라며 "정부 정책의 미흡함으로 집값이 올랐는데, 이것은 현실화되지 않는 소득인데 현금 과세할 경우 현금이 없는 사람은 상당히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파트를 가진 서울 시민의 24%가 (종부세 적용) 대상이 된다고 하니 100만명을 초과할 것이다. 세입도 5조원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건 바로잡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부세는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으로 인해 집값이 올라 필요 이상으로 많은 국민들이 적용대상이 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이 지난해 '임대차 3법' 등 야당과 충분한 협의 없이 통과시킨 이른바 '입법 독주' 사태에 대해서도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송 대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적 토론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지난번엔 이런 토론이 활성화되지 않고 정부 요구에 따라 법이 숙고되지 못하고 통과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선연기론 불씨 여전?…"대선기획단 출범해 정리할 것"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선연기론에 대해서도 "대선기획단을 6월 중순경 발족시킬 예정"이라면서 "여러 가지 의견을 대선기획단을 출범해서 정리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우원식 당시 후보, 송영길 대표(당시 후보), 홍영표 당시 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송 대표가 취임 직후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며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룰을 바꿀 수는 없다"고 한 것과 비교해 다소 유연해진 모습이다.
민주당 당헌 88조는 대선 경선에 대해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당 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경선 일정을 바꿀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 만큼 송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