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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키는 홈플러스, 배송노동자 죽음에는 발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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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배송노동자, 지난달 11일 출근준비 중 쓰러져 뇌사…2주 뒤 숨져
노조 "홈플러스 규정에 따라야 해…홈플러스가 책임져야"
마트 배송 노동자들, 열악한 근로 환경 속 사망 이어져

민주노총 제공

 

최근 홈플러스 배송 노동자가 출근을 준비하던 중 쓰러져 숨졌다. 열악한 노동 환경과 마트 측의 책임 회피 속에서 마트 배송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스러지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는 1일 오전 9시 30분 서울시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온라인 배송 노동자의 과로사에 홈플러스는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에 따르면,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지난 2019년 3월부터 배송 노동자로 근무해 온 최은호(48)씨가 지난달 11일 출근을 준비하던 중 쓰러졌다.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진 그는 2주 뒤인 25일 장기기증 후 숨졌다.

노조는 "최씨가 최근 들어 가족에게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며 "'일하는 시스템이 바뀌어서 일이 힘들어졌다고, 한 번도 쉬지 않고 9일 연달아 일하기도 했다'며 힘들어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고인은 48세의 젊은 나이로 지난해 건강검진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병원도 거의 가지 않을 정도로 건강했다"고 덧붙였다.

최씨의 죽음은 '과로사'라고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홈플러스 강서점은 지난 3월 요일 휴무제로 배송 노동자들의 근무 시스템을 바꿨다. 평일 배송 차량이 20대에서 16대로 줄면서 "노동 강도가 증가했고 배송 권역이 넓어져 노동 시간이 늘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이어 "4월 1일에는 홈플러스 강서점 배송 권역이 조정되면서 (최씨도) 일방적으로 힘든 지역으로 변경됐다"고 했다. 최씨는 4월 15일부터 23일까지 쉬지 않고 9일 연속 근무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배송 노동자들의 근무 시스템을 임의로 변경하고 세세한 것부터 자사의 규정을 따르도록 하는 홈플러스에 책임이 있다고 짚었다. 마트 배송 노동자들은 마트의 위탁 물류업체와 명목상 '개인사업자'로 계약하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마트의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한다. 숨진 최씨는 대다수의 마트 배송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홈플러스의 배송 일만 했다.

연합뉴스

 

노조는 "누가 봐도 홈플러스의 책임"이라며 "배송 업무를 주는 것도, 배송 시간을 준수하라고 하는 것도 홈플러스이고, 배송 방법, 복장 규정, 심지어 차량 관리도 다 홈플러스의 규정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이 이야기했던 시스템의 변경은 홈플러스의 요구로 시행됐다"며 "주말 매출을 더 올리고 싶었던 홈플러스는 배송 노동자들에게 주말에 더 일하게 했고 운송료도 삭감했다. 평일에는 배송 차량이 줄어 배송 노동자들은 더 많은 물량을 더 넓은 권역으로 배송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고 했다.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회 이수암 지회장은 "개인사업자라면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바로 계약 해지다. 쉴 권리도 없다"며 "힘들어서 쉬려면 자기 일당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용차를 구해야 한다. 형편이 어려운 노동자는 그냥 참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트들은 매출에만 관심 있을 뿐, 우리가 어떻게 일하는지,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관심이 없다"고 짚었다. 이 지회장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때로는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배송하는데 마트들은 더 쥐어짜지 못해 안달"이라며 "매출이 안 나온다고 자르고 강제로 쉬게 하고 매출이 좀 나온다 싶으면 어김없이 배송 건수를 올린다"고 했다.

고 최은호씨의 배우자 이미숙씨는 "남편과 계약한 이편한물류에서 찾아와 '회의를 해서 보상해드리겠다'고 말했다"며 "이야기를 듣고 싶다. 1년을 끌 것인지, 몇 달을 끌 것인지 궁금하다. 꼭 회의를 끝내 보상을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노조는 지난달 12일 홈플러스와 이편한물류에 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노조는 홈플러스에 유족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보상,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홈플러스는 운송사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홈플러스의 배송 일을 했으니 홈플러스의 노동자다.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책임 있게 나서라"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홈플러스는 운송사(이편한물류)와 계약을 맺고 있고 운송사와 기사들이 계약을 맺는 구조다 보니, 법적 부분에 있어서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저희 회사를 위해 근무했던 분이기 때문에 도의적인 차원에서 유족들이 경제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회사 근무, 고인의 치료비·장례비 전액 지원 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배송 기사들의 월 휴무 일수를 4일에서 6일로 추가 확보했었다"며 "(배송) 물량이 많을 때는 인센티브를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1월에는 롯데마트의 배송 노동자가 온라인몰 물품을 배송하던 중 한 아파트 승강기 앞에서 쓰러져 숨졌다. 올해 4월에는 이마트의 새벽배송 노동자가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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