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한미정상회담 이후에도 내내 침묵을 유지하던 북한이 드디어 어제 입을 열였습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체결한 미사일 지침 해제를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었어요. “미국과 남측 당국이 공격야심을 분명히 했으니 북한이 자기방어의 역량을 강화하는 걸 탓할 어떤 근거도 없게 됐다. 미국은 대화하자고 립서비스하면서 대결에 골몰하고 있다” 이런 내용들이었습니다.
사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서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을 거라는 예상들이 많았는데요. 왜 부정적인 메시지가 나온 걸까요? 게다가 다른 것도 아닌 미사일 지침 종료 문제를 언급한 건 왜 일까요. 사실은 미사일 지침 종료한다고 해서 설사 중장거리 미사일을 우리가 개발한다손 쳐도 가까운 데 있는 북한에게는 그게 상관없는 일인데 그렇게 화낼 일인가? 좀 궁금한 게 많습니다. 그래서 이분 모셨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나오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 정세현> 네.
◇ 김현정> 민주평통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이번 이 성명을 어떻게 보셨을까, 해설판이 궁금했습니다. 우선 첫 반응이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상당히 늦어졌고 내용도 부정적이고 어떻게 읽으셨습니까?
◆ 정세현> 꼭 부정적이라고 볼 건 없습니다.
◇ 김현정> 그렇습니까?
◆ 정세현> 왜냐하면 미사일 문제를 가지고 지금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는 했는데 이게 기둥을 때리는 것은 대들보 울리려는 뜻이라는 속담이 있지 않습니까? 한국의 미사일 지침 종료를 가지고 미국을 때리는 셈인데, 말하자면 내로남불이죠. 자기네는 4000km, 5000km 미사일 마음대로 쏘아올리고 1만 3000km짜리 ICBM 개발했다고 핵무력 완성이라고 큰 소리 쳤던 사람들이, 물론 그거는 자위수단으로 했다 하지만 우리도 자위수단 차원에서 지금 미사일 지침 해제를, 종료를 하고 앞으로 사거리를 마음대로 늘릴 수 있고 탄도 중량도 마음대로 늘릴 수 있도록 한 게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불리합니다. 왜냐하면 그간의 미사일에 관해선 북한이 우리보다 훨씬 더 우위에 있었는데 이게 우리가 우리 경제력라든지 과학기술력으로 볼 때 빠른 속도로 올라오면 미사일 균형이 깨진다.
◇ 김현정> 우리가 못해서 안 한 게 아니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안 해서 안 한 게 아니라 못해서 못 한 거군요.
◆ 정세현> 쉽게 말하면 미국이 못 하게 해서 못 했죠. 왜냐하면 그게 78년에 200km짜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하니까 미국에서 놀래가지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당시 국방장관이 편지를 보내서 일종의 각서죠. '180km까지만 우리가 개발하겠다' 이런 식으로 해서 묶여 있었는데 김대중 정부 때 300km로 늘어나고 이명박 때 800km로 늘어났지만 이번에 문재인 정부에서 그거를 완전히 없애버린 거 아닙니까? 거리제한을. 그다음에 탄도 중량. 그건 우리가 앞으로 우주 발사체를 발사할 수 있는 인공위성이라든지 이런 걸 할 수 있는 기술을 마음대로 개발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을 자꾸 군사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삼는데 우리는 북한을 상대로 해서 미사일 1000km 개발할 필요가 없어요. 서울 평양이 162km밖에 안 됩니다.
◇ 김현정> 택시 타고도 가는데요. (웃음)
◆ 정세현> 광주 가는 택시보다 값이 싼데요. (웃음) 그러니까 북한이 지금 자기네를 위협한다는 소리를 안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주변 관련 국가들이 조준경 안으로 지금 머리를 디밀었다’고 하는 표현을 쓰는데 중국을 의식한 겁니다.
◇ 김현정> 중국을 의식해서? 중국 대신 화내준 거예요? 그럼?
◆ 정세현> 북중 간에 굉장히 가까워지고 있거든요. 미국의 대중 압박이 강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지금 중국이 북한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그런 형국이에요. 중국으로서는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가 늘어나고 탄도 중량이 늘어나는 게 위험하다고 보죠. 말하자면 한중간에 불편한 관계를 좀 만들어서 그 와중에 자기네들이 중국으로부터 덕을 볼까 하는 계산도 있는 것 같지만.
앞으로 한미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서 북미 간의 협상이 시작이 되면 핵협상, 핵 문제 가지고 만나는 거 아니에요? 핵이라는 건 핵과 미사일이 같이 붙어 있습니다. 그때 미사일 문제에 있어서 미국에 대해서 강한 요구를, 반대급부를 많이 받아낼 수 있는 근거를 지금 하나 만들어 낸 거예요. 말하자면 차단봉을 하나 내려놨는데 나중에 그걸 올리는 대가로 무엇을 얼마나 해 줄 것이냐 하는 그 협상하는 데 있어서는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입니다.
◇ 김현정> 그럼 ‘정말 판을 깨자. 한미정상회담 진짜 기분 나빠’라기보다는 이것도 협상용 어떤 밀당의 기술, 그 카드 하나라고 보시는 거군요.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연합뉴스
◆ 정세현> 그렇죠, 그러니까 형식을 봐야 되는데 외무성 대변인 성명이나 무슨 담당 국장의 국장명의의 담화가 아니고, 또 노동신문에 본격적으로, 북한 주민들도 알도록 공개한 것도 아니고 조선중앙통신 영문판에만 나왔어요.
◇ 김현정> 그렇더라고요. 조선중앙통신 영문판에 그 명의도 평론가 명의로 나왔더라고요.
◆ 정세현> 미국을 상대로 해서 앞으로 뭔가 거래를 하고 싶은 계산에서 영문판에 냈을 겁니다. 나중에 그것은 슬그머니 거둬드릴 수 있는.
◇ 김현정> 길을 터놨군요.
◆ 정세현> 그렇죠. 당국자 이름으로 나가면 그거는 조금 거둬드리는데 자기들로서 쉽지가 않죠.
◇ 김현정> 형식이 굉장히 중요하네요. 노동신문이 아니었다는 데서 ‘이건 미국 보라는 거다’ 영문판으로, 특히나 평론가 이름으로.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직설적으로 비난한 건, 밀당이었다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잖아요. 뭐라고 했냐면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를 인근 국가의 조준경 안에 디밀어 놨다. 이쪽저쪽의 반응을 보려는 꼴 사나운 행태에 구역질이 난다.” 미국 재촉하기 위한 밀당 카드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원색적인 비난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
◆ 정세현>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고 남의 행복은 나의 불행이라는 속담이 있잖아요. 이번에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한민국의 위상이 엄청나게 올라갔고 특히 문재인 대통령 개인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상당히 높은 점수를 따지 않았어요? 평가를 좋게 받았죠. 이런 것들이 좀 꼴사나운 거예요.
◇ 김현정> 배가 아픈 거예요?
◆ 정세현> (웃음) 배가 아픈 거죠. 말하자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을 미국으로부터 확실하게 받았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문 대통령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 이거예요. 그렇게 되면 미국에 대해서 미국과 북한이 협상을 할 때 북한의 협상력이 그만큼 떨어지는 거 아닙니까? 문 대통령의 힘을 빌려야죠. 자기들 꼴이 사나워진 걸 지금 문 대통령 꼴이 사나워졌다고 얘기를 하는 거죠.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 거군요. 북한은 늘 우리 끼지 않고 (미국과) 다이렉트로 거래하기를 바라잖아요. 늘.
◆ 정세현> 다이렉트로 거래하고 싶은데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간의 관여와 대화와 협상을 적극 지지한다는 말을 직접 했단 말이에요. 공동성명에. 그 얘기는 문 대통령한테 남한 정부에게 북미 협상을 위한 소위 디딤돌을 먼저 놔도 좋다. 남한과 먼저 만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놨는데 그동안에 선미후남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대외정책을 관리해 왔던 북한입장에서 볼 때는 이게 좀 혼란스러워진 거죠.
◇ 김현정> 약간 미시적인 측면이 있을 테고 또 장기적인 거시적인 측면에서 내다봐야 할 전망들이 있을 텐데 우선은 가까운 시일 내의 변화들이 어떤 게 있을까. 혹시 어제 담화 보면서 한미연합훈련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에 북한이 뭔가 도발을 하지 않겠는가 걱정도 되던데 괜한 우려인가요?
◆ 정세현> 아마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해제된 것 때문에 지금 이렇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는데, 자기네가 자주국방, 자위수단이라고 하는 논리를 대면서, 그러면서 아마 미국을 상대로 해서 조금씩 거리가 나가는 미사일 발사 같은 것을 탄도미사일까지도 발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 김현정> 미사일 발사가 있을 거라고보세요?
◆ 정세현> 협상 카드를 키우는 차원에서. 그러니까 북미협상이 임박했다고 보면 협상이 임박하면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카드를 쥐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런 점에서 자기네들의 기술이 향상된 그런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고, 가장 대표적인 것이 SLBM. SLBM은 굉장히 위력적인 거 아닙니까? 어디서 쏘아대는지 모르게 갑자기 물 속에서 튀어올라오니까 (북한이) SLBM 발사를 위한 무슨 잠수함도 건조해 가고 있고 SLBM 실력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보는데 그걸 쏘느냐 안 쏘느냐 하는 문제만 시간 발사만 하는가 안 하는가만 지금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었죠. 그런데 이렇게 되면 그런 것을 쏘면서 판을 깨자는 게 아니라 몸값을 높이는 거예요.
◇ 김현정> 협상카드로?
◆ 정세현> 그렇죠.
◇ 김현정> 그거의 빌미가 되는 건 한미연합훈련이 될 테고?
◆ 정세현> 한미연합훈련은 별개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건 북한이 대화의 마당으로 나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춰달라는 요구를 여러 번 했어요. 그게 바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 달라. 적대시 정책의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1이 한미연합훈련입니다. 1년에 두 번씩 하는.
◇ 김현정> 북한이 정말 싫어하는 거잖아요.
◆ 정세현>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그래요. ‘한국군끼리만 훈련하는 거 우리 겁 안 난다. 미군하고 같이 한다는 게 우리로서는 매우 복잡하다. 제발 그건 좀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은 오래된 요구입니다. 그러니까 바로 미국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점에 만나야만 되는 상황에서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 이런 걸로 질러놓는 거죠.
◇ 김현정> 그게 언제쯤 될 거로 보세요. 그러면?
◆ 정세현> 나는 한미연합훈련이 제대로 손을 안 쓰면 8월쯤에 시작이 되는데 문 대통령도 지금 5당 대표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뭐 금년에는 코로나 때문에도 그게 쉽지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 김현정> 했습니다.
◆ 정세현> 그 말은 사실은 한미 간에 8월 군사훈련을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야 되는 거 아닌가, 지금 한미정상회담 이후에 남북접촉, 북미접촉을 부드럽게 하려면 그건 그 핑계 대고라도 중단했으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이 되지 않았나.
◇ 김현정> 이번에 미국 다녀오면서 그 얘기가 되지 않았는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정세현> 그러나 발표를 아직 안 하고. 북한의 태도를 봐 가면서 그 선물을 줘야죠.
◇ 김현정> 그렇게 보고 계시는 군요.
◆ 정세현> 네. 그렇게 봅니다.
◇ 김현정> ‘안 할 것 같다’라고 보시는 군요.
◆ 정세현> 안 해야만, 우리도 그걸 안 해야만 금년 한미연합훈련을 안 해야만 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 그래도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북미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걸 그냥 그대로 놔두면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가 아무것도 못하게 되고, 한미정상회담에서 좋은 말 많이 했는데 그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로 북미 협상이 시작될 수 있는 다리를 놓아줄 수가 없어요. 시간적으로.
◇ 김현정> 정리를 좀 하자면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북한 문제를 상당한 수준까지 풀고 비핵화 결실을 향해 가다가 멈춘 상태 아닙니까? 아마 이 부분에 대한 미련이 계속 있을 거예요. 임기 내에 뭔가 성과를 내고 싶은 이런 희망이 있을 텐데, 한미정상회담이 굉장히 좋은 무드로 이끌어졌기 때문에 이것을 북한과의 실무회담 재개로 이끌고 더 나아가서 남북정상회담까지 구상하고 희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렇게 정리하면 됩니까?
◆ 정세현> 네, 그 북미협상 이후에 남북정상회담을 한다기보다는 그거는 별개로 남북관계가 먼저 한 발 앞서가도 되는 정도로 지금 한미 간에 조율이 됐죠.
◇ 김현정> 북한과의 실무재개는 우리 남북 간의 실무재개를 말씀드린 거예요.
◆ 정세현> 우리가 실무적인 접촉을 먼저 하든지 그렇게 해서 북미간의 다리를 놔주던지 그것도 잘 안 되면 과거에 2018년 5월 26일날 왜 김정은 위원장을 판문점으로 불러내서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 한 적 있잖아요.
◇ 김현정> 그랬죠.
◆ 정세현> 이런 상황에서는 남북간에는 톱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훨씬 시간을 줄이고 빠른 속도로 관계가 진전이 되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는 남북 간의 실무협상 이후에 정상회담 보다는 남북정상회담. 남북정상 간의 원포인트 판문점 접촉 내지 협상 같은 것을 대화 같은 것을 먼저 하는 모양새를 만들고, 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북미간의 협상이 시작될 수 있는 디딤돌을 놔줄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북한도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린 것 같아요.
일주일 이상 가만히 있더니 갑자기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내로남불식으로 시비를 걸고 나오고 있는 건데 그러나 그것은 따로 미사일 문제도 북미 간에 앞으로 핵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거래의 품목이다 하는 그런 계산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정세현 수석부의장께서는 톱다운 방식, 지난번처럼 판문점에서 원포인트로 두 정상이 만나고 실무협상 재개는 그 후로 이루어지는 것 그 방법을 구상하고 계세요?
◆ 정세현> 그 방법도 있고 거꾸로 하는 것도 있고 그래요. 그런데 그게 6월을 넘으면 안 돼요.
◇ 김현정> 벌써 6월 시작됐는데요.
◆ 정세현> 글쎄 한 달, 30일은 깁니다.
◇ 김현정> 왜 6월 넘으면 안 된다고 보세요? 시간상?
◆ 정세현> 그렇죠. 그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한테 남은 시간이 지금 7월부터 계산하면 7, 8, 9, 10 한 몇 개월 됩니까? 1년도 안 되잖아요.
◇ 김현정> 하긴 또 대선 레이스 시작되고 이러면 어려워지니까
◆ 정세현> 대선 임박해서 정상회담, 남북관계 이런 거 하면 북풍이니 시끄러우니까.
◇ 김현정> 말이 나오죠.
◆ 정세현> 그러기 전에 이른바 대선 주자 경선 이런 것이 본격화되기 전에 남북관계를 2018년 봄과 같은 상태로 되돌려놓고 떠나줘야 돼요.
◇ 김현정> 그렇게 구상을 지금 머릿속에서 하고 계시는군요. 박지원 국정원장이 미국 간 것도 그런 맥락으로 봐도 됩니까?
◆ 정세현> 공직자가 공금을 들여서 미국출장을 갔는데, 놀러 갔겠습니까? (웃음) 여러 가지 일을 하러 갔을 겁니다.
◇ 김현정> (웃음)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정세현 수석부의장이었습니다.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