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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의 역설…만성화로 北 비핵화 목표 달성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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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사단·서촌포럼 대북제재 관련 공동 연합학술대회 개최
대북제재의 성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토론
대북제재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개선 필요 목소리

단체사진 앞열 왼쪽 2번째부터 이상철 전쟁기념사업회 회장,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법무법인 서평 이재순 대표번호사, 도산통일연구소 소장 박종철 경상국립대 교수, 전 KBS아트비전 박상재 사장 등 행사관계자들. 흥사단 도산통일연구소 제공

 

유엔의 대북제재와 한미일의 단독제재 등 각종 대북제재가 북한의 비핵화라는 원래의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북한 주민생활 및 인권의 저하, 북한의 대중 의존도 심화와 신냉전 구도 강화, 한국의 남북관계 주도성 상실 등 부작용이 커지면서 '대북제재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북핵 문제는 미중전략경쟁이라는 신 냉전 구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업그레이드 등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도산통일연구소와 서촌포럼이 21일 공동 주최한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한 대북 제재의 해법은?' 제목의 연합학술대회에서는 대북제재의 의도하지 않은 역설적 효과 등 실제 성과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이뤄졌다.

◇"대북제재의 만성화로 北 비핵화 의도 자체를 철회"

이상철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차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제재'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대북제재가 장기화되고 만성화되면서 북한은 오히려 비핵화 의도 자체를 철회하고 핵개발과 군사도발을 지속하는 등 대응력이 점증하는 '제재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며, "제재와 강압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비핵화 유도 전략의 수단인 만큼, 제재의 부정적 영향과 역설적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성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대북제재가 인도적 협력사업에 미친 영향' 발제문에서 "유엔 대북 제재는 인도주의 면제조항을 두어 북한 주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인도주의 활동을 저해하지 않을 것을 결의안에 명시했음에도, 국내외 대북지원단체들은 제재국면에서 대북 인도주의적 활동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성 사무총장은 특히 "기부와 후원 등 대북 인도적 재원의 확보가 크게 줄고, 또 유일한 대북 송금창구였던 '조선무역은행'이 2017년 제재리스트에 오르면서 송금 경로가 끊기는 와중에 각종 대북 인도사업이 축소되거나 중단됐고, 이는 다시 기존 후원자들의 후원 유보 또는 중단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대북제재로 인도적 활동도 대폭 위축…송금채널은 확보해야"

이 사무총장은 "대북 제재가 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지원을 악화시킨다면 제재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활동에 대한 일괄 면제를 실시하고, 적어도 인도적 활동을 위해 실시되는 물품구매 및 조달을 위한 송금 채널은 허용해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유엔의 대북제재 수준은 국가의 특정 개인이나 부문, 지역에 초점을 두는 선별적 '표적 제재'가 아니라 국가와 그 주민에 대하여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포괄적 제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엔 대북제재는 사실상 포괄적 제재로의 회귀"

도경옥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조치는 포괄적 제재로의 회귀(recomprehensivization of sanctions)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우 광범위하고 강력한 제재"라며, "현재와 같은 강도 높은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북한 주민들에 대한 심각한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유엔·미국·정부 대북제재는 실패했다는 평가 타당"

이장한 도산통일연구소 정책실장은 "대북제재는 북한을 비핵화와 정상국가로 견인토록 하는 유인책이자 수단일 뿐이지만 과거 십여 년간의 성과는 핵무기와 같은 비대칭전력의 강화로 이어져 한반도의 안보위협은 더욱 고조됐고, 우리사회 내 남남갈등이라는 사회적 비용과 국방비 증가라는 경제적 부담 또한 증가했다"며, "결과적으로 유엔과 미국, 그리고 우리 정부가 취한 대북제재는 실패했다고 보는 평가가 타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장한 실장은 특히 "대북 제재의 성과가 없는 근본적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국가이익이 충돌하기 때문이고, 효력 없는 대북제재는 미중 패권 경쟁구도의 부산물일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북한을 활용하고 있으며, 관계개선 이후 남북교류가 활성화 될 경우 대 중국 포위의 최전선인 한국이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포섭되는 것을 우려해 대북협상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노이 결렬의 문제 중 하나는 한국이 너무 순진하게 한미동맹과 미국정부를 신뢰했다는 점을 설명하는 이상철 회장. 흥사단 도산통일연구소 제공

 

◇"한반도평화프로세스, 미국 입장에서 명분과 실익 부족"

대북제재 등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각종 현안은 미중전략경쟁이라는 신 냉전 구도와 밀접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업그레이드 등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영준 국방대학교 교수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미국 입장에서는 명분과 실익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제거한다는 효과가 있지만, 이 경우 유엔사와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가 약화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평화 프로세스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독재자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점에서 명분이 부족하고, 중국 견제를 위한 지정학적 연계의 근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익도 없다"며, 따라서 "미국에 명분과 실익을 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2.0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명분과 실익을 줄 방법으로서 김 교수는 "북한의 단계별 비핵화 조치에 따라 단계별로 인권을 증진하는 방안, 예컨대 1단계 잘 먹고 잘 살 권리, 2단계 거주이동의 자유, 3단계 정치범 수용소 등 정치사범의 인권 개선, 4단계 북한식 사회주의의 제한적 정치참여 확대 등 북한의 인권을 증진해 명분을 확보하고, '북한의 베트남 화' 전략을 통해 북중러 군사동맹 강화를 방지하는 지정학적 실익과 경제적 실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北 중국발 안보위협도 변수…세계전략차원에서 북핵 봐야"

반면 한설 순천대학교 교수는 "미국만이 아니라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느끼는 안보위협이 변수"라고 지적했다.

한설 교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심각한 안보위협 대상일 뿐이기 때문에 북미 간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해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기존의 남북관계의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 전략적 차원에서 북핵문제의 의미를 다시 파악해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냉전에 남북기본합의서 체제붕괴…남북특수관계론 넘어야"

과거 30년간 남북관계를 규정해온 남북기본합의서 체제를 이 기회에 손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인협회 상무는 "탈냉전 시기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 체제가 미중 갈등의 신 냉전 도래를 앞두고 붕괴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좌초하고 있다"며, "5.24조치 등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제 해제조치는 남북기본합의서 체제로의 복귀를 의미하나 북한의 호응 없는 남북 기본합의서 체제는 무의미한 만큼, 안정성을 담보 못하는 '특수 관계론'에 입각한 남북 관계를 지양하는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美 최소한 1년 이상 외교적 노력해야 타협 가능"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유인책 제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눈길을 끌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타협을 했던 이란, 리비아, 쿠바 등의 사례를 검토해 보면 미국이 최소 1년 이상 인내심을 발휘하고 열과 성의를 다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뒤에야 타협이 이뤄졌고, 특히 쿠바는 교황까지 나서 중재 노력을 했다"며, "미국이 북핵문제를 불가역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북한의 선 양보, 선 행동만 요구하기보다 스냅백 장치를 활용한 제재 완화를 탄력적으로 추진해 북한이 핵을 만든 기본 동기인 체제 안보를 보장해 주는 진지한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완화한다면 2016년 유엔 제재 결의 이전으로 가야"

황재준 북한대학원대학교 심연북한연구소 객원연구위원는 "제재만으로는 북한 스스로 비핵화의 전략적 결단을 내리도록 강제하기 어려운 만큼, 북한이 실질적으로 비핵화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구체화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제재를 완화한다면 유엔 차원의 제재는 최소한 이른바 '맞춤형 제재'에서 '포괄적 제재'로 선회하는 2016년 유엔결의 2270호 이전 상태로 완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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