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선호 부친 "죽은 내 아들 잘못은 0.0001%도 없습니다"[뉴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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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빈소방문, 제도보완 약속
원청업체 사과? 기자회견부터 챙기더라
비용절감 위해 안전요원 배치 안 해
아이 하나가 죽은 게 아니라 온 집안 풍비박산
일하다 억울하게 죽는 사람 있다면 그들 위해 싸울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 FM 98.1 (18:25~20:00)
■ 진행 :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 대담 : 이재훈 (故 이선호 아버지)

◇ 김종대> 평택항에서 일하다가 300kg 무게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23살 청년 이선호 씨. 선호 씨가 벌써 떠난 지 23일이 흘렀네요. 가족들은 회사 측에 진상규명 그리고 사과를 요구하면서 아직까지 선호 씨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고 이선호 씨의 아버지 이재훈 씨를 연결해서 이야기 듣도록 하겠습니다. 이재훈 선생님, 안녕하세요.

◆ 이재훈> 안녕하십니까? 이선호 아버지 이재훈입니다.

◇ 김종대> 어제 이선호 씨를 추모하는 문화제가 열렸다고 하네요. 아버님이 어지럼증으로 부축받으면서도 끝까지 참석하고 발언도 하셨다고 이야기 들었습니다.

◆ 이재훈> 솔직히 제가 몸이 몸이겠습니까만 정신력으로 억지로 버텨가고 있습니다.

◇ 김종대> 언론의 기사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어요. 또 오늘 벌써 23일째 빈소도 지키고 계시거든요. 그리고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빈소를 방문을 했어요. 어떤 이야기 나누셨습니까?

고 이선호 씨 빈소 조문하는 문재인 대통령 (평택=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선호 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1.5.13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jaeck9@yna.co.kr(끝) 연합뉴스

 


◆ 이재훈>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대통령으로서 너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추후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 보완을 다시 하겠다 해서 그 약속을 꼭 지켜주시리라 믿고 지켜보겠습니다. 그렇게 말씀 들었습니다.

◇ 김종대> 어쨌든 대통령의 말씀을 통해서 바람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고요. 지금 유족들이 원청업체, 동방이죠. 원청업체의 사과 그리고 진상규명 약속을 받을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십니다. 그저께죠, 그러니까 사고가 일어난 지 20일 만에 동방이 공식적으로 사과는 했습니다. 관계자들의 사과가 있고 나서 허리 굽혀 인사는 했는데 유족들이 이 사과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 이재훈> 그렇죠. 사과라는 건요. 우선 유족들한테 사과가 먼저 있어야 되고요. 그다음에 대국민사과가 있어야 되는 건데 이건 순서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고요. 제가 그날 대국민사과한다는 그날 오후 6시까지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진상내용을 들고 와서 단체로 사과를 하겠다. 그러면 무슨 이야기인지 한번 어떻게 조사한 건지 들어나 보자 그랬었는데 느닷없이 기자회견 했다고 연락이 오는 거예요. 이건 유족을 너무 무시하는 처사인 것 같고 그래서 아주 불쾌했습니다. 그래서 그날 오후 10시에 오지 말아야죠. 그리고 제가 한번 제가 만났습니다.

◇ 김종대> 사고 직후에 노동부가 동방 측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는데요. 동방이 사고 발생 12일 후에 그러니까 사과 기자회견 하기 전에 안전대책 세우지도 않고 작업 중지를 해제해 달라 이런 신청을 다시 냈다는 거예요. 이 소식 들으셨습니까?

◆ 이재훈> 들었죠. 원래 참 저 회사가 원래 양심이 없는 줄은 알았습니다만 이건 아직까지도 자기들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그런 것조차 느끼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 김종대> 이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해서 정부,지자체 합동 TF가 오늘부터 가동된다고 합니다. 앞으로 내용이 어떻게 밝혀질지 지켜보도록 하고요. 평택항 현장은 아버님이 8년 동안 일하신 곳이라고 들었어요. 맞습니까?

◆ 이재훈> 제가 거기서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8년간 작업반장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고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변명, 말장난 일체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이 사고를 봤을 때 냉정하게 판단해서 우리 아이가 약간 실수라든지 잘못으로 돌이킬 수가 없는 사고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봤습니다. 단 5%, 10%, 20%라도 우리 아이가 잘못이 있다면 제가 인정을 하겠단 말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번 사고는 제 아이의 잘못이 단 0. 00001%도 없더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자기들도 이제는 어떻게 빠져나갈 수가 없죠. 왜냐하면 이 현장을 회사 관계자들보다도 제가 더 잘 아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건 인정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인정했고요.

◇ 김종대> 노동부 조사 결과 사고 현장의 법 위반 사례도 17건이 나왔다고 해요. 그래서 아버님이 보시기에 이 현장에서 이런 것만 잘 조치했어도 우리 아들이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텐데, 짚이는 대목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게 있습니까?

 


◆ 이재훈> 글쎄요. 근본적인 원인은 법으로 정한 적정 수의 안전관리 요원을 배치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회사에서 비용 절감을 하기 위해서 인건비를 줄였다는 이야기입니다. 법에서 안전관리자 신호수 2명을 정해 놨는데요. 제가 2명도 필요 없다 그랬어요. 딱 1명만 그 자리에서 작업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딱 1명만 안전관리 책임을 다했더라면 이런 사고는 벌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 딱 1명의 하루 일당이 얼마냐. 아침부터 저녁 5시까지, 퇴근할 때까지 딱 10만 원을 벌어요. 딱 10만 원이면 안전관리요원을 채워넣을 수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10만 원 때문에 남의 집 자식을 그렇게 허무하게 보낸단 말입니까?

◇ 김종대> 결국은 이런 현장이 아버님 말씀대로 매우 위험한, 그야말로 일하는 곳이 아니라 죽으러 가는 곳 아니냐 이런 생각도 들고 국민들이 많이 분노하고 있거든요.

◆ 이재훈> 일하러 갔다가 안 다치고 집으로 들어오는 게 정상인데요. 그렇죠? 일하러 갔다가 안 다치고 들어온 날은 재수가 좋은 날이다 이겁니다.

◇ 김종대> 재수가 좋은 날이다. 알겠습니다. 이선호 씨 사고를 보면서 정말 특히 분노하고 슬퍼하는 사람이 20대, 30대 청년들 같습니다.

◆ 이재훈> 그럼요, 맞습니다.

◇ 김종대> 선호 씨의 친구들도 이번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 친구들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 이재훈> 참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참 진짜 이거 애들한테 할 짓이 아니에요. 지금 벌써 며칠 째입니까? 22일부터 이날까지 친구들 와서 밤을 새주고 있습니다. 그 집의 부모님은 자기 아들이 친구 장례식장 가서 허구한 날 밤을 새고 들어오는데 걱정 안 되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참 안타깝네요, 나머지 새끼들을 고생을 시키는 게. 이제라도 빨리 이걸 어떻게 사과받을 사람한테 사과받고 이 빈소만은 빨리 접고 싶어요. 그리고 다시 내가 회사하고 싸울 일 있으면 싸우고. 정부 기관에 가서 내가 억울한 거 있으면 호소하고 다닐 텐데 참 정말 안타깝네요.

◇ 김종대> 안타깝다는 말씀 여러 번 하고 계십니다. 아직까지 가족들 보니까 누님이 두 분 계시고 굉장히 막냇동생으로서 예뻐했던 게 선호 씨였는데 가족들이 또 굉장히 타격이 크실 것 같습니다. 잘 돌봐주고 계시나요?

발언하는 이선호 씨 부친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평택항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진 20대 청년 노동자 고(故) 이선호 씨의 부친 이재훈 씨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청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5.13 hihong@yna.co.kr(끝) 연합뉴스

 


◆ 이재훈> 그 부분도 참 안타까운 부분인데요. 여러 언론을 통해서 다 밝혀진 사실입니다만 큰누나가 지적장애가 있어요. 그런 데다가 작년 12월달에 유방암 판정을 받아서 1차 수술을 한 단계입니다. 그런데 자기 동생이 이렇게 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학교 갔다 와서 알았는데 지금 제 처가 24시간 큰아이와 같이 이렇게 밀착해서 행동을 합니다. 왜냐하면 혹시라도 텔레비전을 보다가 자기 동생의 소식을 접할까 싶어서요. 자기 엄마가 계속해서 집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참 많이 안타깝죠.

◇ 김종대> 남은 가족들도 큰 어려움에 처해 계시는데잘 극복하시기 바라고요.

◆ 이재훈> 맞습니다. 제가 어제 대통령 오셨을 때도 그랬습니다. 지금 아이 하나가 죽은 게 아니고 이 아이 하나가 죽는 바람에 우리 집은 완전히 풍비박산 났습니다.

◇ 김종대> 사고 현장의 수습 과정에 대해서 좀 여쭤보겠습니다. 아버님도 그 사고 현장을 목격하신 걸로 저희가 들었는데요. 현장에서 119도 안 부르고 회사에 내부보고 먼저 했다는 거거든요.

◆ 이재훈> 그게 사람으로서 할 짓입니까? 그렇죠? 사람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어쨌든 먼저 구해 보고 아니면 119에 구조요청 신고를 해야 되는데. 그 작업에 투입됐던 외국인 근로자는 어, 하고 보니까 제 아이가 깔렸어요. 쫓아가서 철판을 들다가 허리를 다칩니다.

◇ 김종대> 아이고, 그분도 다치셨어요?

◆ 이재훈> 안 들리죠. 절대 사람 힘으로 안 들리는데 왜 그랬겠습니까?

◇ 김종대> 급하니까. 급해서 그랬던 거죠.

◆ 이재훈> 일단 들어놓고 사람부터 꺼내놓고 봐야 될 거 아닙니까? 이게 바로 사람 본능에서 나오는 행동이라는 거죠.

◇ 김종대> 알겠습니다. 현장의 수습조치에서도 굉장히 어떤 보면 가슴 아픈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요. 오늘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신다고 이야기 들었습니다. 어떤 이야기 하실 예정이십니까?

◆ 이재훈> 그 원청에서 여태까지 불법, 탈법 저지른 노동법에 해당하는 거 법적인 문제. 잘못된 게 있으면 고용노동부 장관께서 잘못된 게 있으면 한번 보고 회사에 가서 한번 따져보고 처벌받을 사람도 처벌받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한번 해 보려고요.

◇ 김종대> 제대로 진상규명하고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달라 이런 말씀이십니다.

◆ 이재훈> 그렇죠.

◇ 김종대> 그런데 지금 중대재해법 굉장히 많이 법안이 좀 왜곡이 됐고 핵심 내용이 많이 누락돼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 아버님께서 하실 일이 많지 않은가 생각이 들고요. 이후에 계획이 있다면 좀 밝혀주세요.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평택항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진 20대 청년 노동자 고(故) 이선호 씨의 부친 이재훈 씨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청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아들의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 앞에 무릎을 꿇고 오열하고 있다. 2021.5.13 hihong@yna.co.kr 연합뉴스

 


◆ 이재훈> 제가 뭐 지금 무슨 계획이 있겠습니까? 저 솔직히 저는 그렇습니다. 저도 참 열심히 살아왔던 사람인데요. 제 아이가 이렇게 되고 나서부터는 삶의 의욕이 없어졌어요. 뭘 하고 싶다든지 그런 생각도 없고 아무것도 이제 하기 싫어요. 그런 건데 이번에 제가 큰 슬픔을 당하고 있을 때 산업재해 현장에서 아시다시피 제 아이보다 먼저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이 오셔서 제 손을 잡아주실 때 참 죄송합니다,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그때 그렇게까지는 마음 아프게 생각 못하고 그냥 지나가는 뉴스를 보고 알았는데 제가 막상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그분들의 심정을 알 것 같습니다. 그때 내가 너무 무심하게 지나쳤던 거에 대해서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 땅에 정말 일하러 갔다가 재해를 당하는 혹시 죽는 사람이 있다면요. 당연히 없어야 되겠지만 저는 그 사람들을 위해서 또 싸우러 나갈 겁니다. 여러분들이 저를 갖다 도와주시듯이 저도 일터로 나갈 겁니다 하고 굳은 약속을 했습니다.

◇ 김종대> 저희도 잘 기억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 이재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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