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IT]안드로이드11년차 기자 iOS 생태계 경험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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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중 녹음하고 계신 거 아니죠?"…"저 아이폰인데요"
폐쇄적인 애플? 'iOS 생산성'…작업 시간 줄여 더 많은 일 수행
마스크 끼고 페이스ID 잠금해제, 에어팟 통화-맥북 음악감상 등 별도 터치 없이 연동

안드로이드폰만 11년. 현재 갤럭시S20울트라와 갤럭시워치를 쓰고 있던 기자가 아이폰12, 맥북에어M1, 애플워치6를 애플코리아로부터 대여받아 사용해봤다. 에어팟2는 당근마켓에서 샀다. 김연지 기자

 

"000에서는 입사 선물로 맥북을 준대"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저 부럽기만 했다.

11년차 갤럭시 유저가 iOS 생태계를 2주간 경험해 보니, 왜 그 기업에서 맥북을 주는지 알 것 같았다. 이는 신입이 마냥 예뻐서라기보단 "짧은 시간에 최대한 빨리 업무 생산성을 내라"는 '당근' 모양의 채찍이었다.

◇'iOS = 폐쇄성' 대신 'iOS 생산성' 불필요한 소모 시간 줄여 더 많은 일 수행

아이폰을 전혀 써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2011년 3월 언론사에 입사하면서 새 기분 새 마음가짐으로 아이폰3GS를 구매했다.

고난의 연속이었다. 통화 내용을 다 기억할 수 없는데 통화 중 녹음이 안되는 것과 배터리 교체가 안 되는 아이폰은, 수면 부족과 자괴감 나날뿐인 수습기자의 마음을 늘 불안케 했다. 배터리가 20%를 찍는 순간부터 심장은 미친 듯이 펄떡거렸고, 공중화장실을 전전하며 핸드 드라이어 콘센트에 기생해 위기를 모면하곤 했다. 결국 약 반년 만에 갤럭시S2로 갈아탔고, 이후로 S20울트라까지 안드로이드 인생을 이어왔다.

아이폰은 '힘든폰'이란 편견을 무너뜨린 건 맥북에어M1을 써보면서부터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기자는, 편집용 컴퓨터가 따로 있다. 2년 전에 산 구형 노트북과 최신형 맥북에어M1을 비교하려는 게 아니다. 컴퓨터 성능을 넘어 iOS 생태계는 업무나 작업 효율성을 현저히 높였다.

아이폰으로 촬영하고 이동 시간 등에 아이무비로 대략 편집, 에어드롭으로 맥북에 보내 마무리 한다. 편집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김연지 기자

 

아이폰12로 영상을 찍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서 아이무비(아이폰 영상 편집앱)로 대략 컷 편집을 한다. 애플 기기끼리 연결하는 '에어드롭'으로 맥북에 영상을 보낸다. 4K 영상도 순식간에 전송되고, 초벌 편집을 해놓은 터라, 영상 편집 시간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맥북=파이널컷'이라는 공식도 깨진 지 오래였다. 맥북에서도 얼마든지 프리미어 편집이 가능했다. 특히 애플 자체 개발칩인 M1이 탑재된 맥북에어는 4K 영상도 조금도 힘들어하지 않고, 버벅거림 없이 일반 영상처럼 빠르고 부드럽게 편집할 수 있었다. 4K임에도 불구하고, 뽑아내는 시간도 절반으로 줄었다.

에어드롭(AitDrop)은 iOS7부터 적용된 것으로, 무선으로 하는 '파일 공유 기능'이다. 파일 크기 상관없이 사진이나 동영상 파일을 선택 뒤 에어드롭을 눌러 주기만 하면 손쉽고 빠르게 전송 가능하다. 애플 기기끼리만 가능하다. 김연지 기자

 

아이폰 사용자끼리라면 사진을 주고받을 때도 에어드롭이 훨씬 편했다. 메신저로 사진을 보내면 별도로 저장해야 하지만, 에어드롭으로 보내면 곧바로 앨범에 저장된다.

배터리도 먼저 지치는 법이 없었다. 기존 편집용 노트북은 벽돌 크기의 콘센트를 꽂지 않으면, 꽂았을 때보다 속도도 느려지고 영상 편집 약 1시간이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맥북에어M1은 콘센트 없이도 약 3시간 정도 걸린 4K 영상을 뽑아내는 데까지 약 20% 정도밖에 소모되지 않았다.

맥북에어M1 배터리는 문서작업이나 간단한 서핑 등만 한다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업무 시간 내내 써도 사흘은 거뜬했다. 당일 출장 정도라면 '콘센트를 챙겨야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사라진 선, 터치할 일도 없다

서류 봉투 안에도 충분히 들어가는 크기다 보니, 주말에 아이와 함께 놀러 나갈 때도 부담없이 챙길 수 있었다. 선이나 기타 장비가 필요 없다. 무거운 노트북, 콘센트, 외장하드 등을 챙기지 않고, 맥북 하나면 충분하다. 외출해서도 아이폰으로 찍고, 에어드롭으로 전송하고, 아이가 밥먹는 동안 맥북으로 재빨리 편집하곤 했다. 에너지와 작업 시간을 줄인 만큼, 다른 일을 더 할 수 있었다. '업무 생산성 향상'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이었다.

이동하면서 에어팟으로 오디오북을 듣다가, 회사에 도착하면 맥북을 켠다. 유튜브에서 '오늘의 노동요'를 찾고 화면 상단에 기기 '연결'만 누르면 에어팟이 아이폰에서 맥북으로 바로 연결된다.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아이폰은 가방에 넣어둔다. 전화가 오면 애플워치로 발신자를 확인한다. 에어팟이 맥북에 연결돼 있었지만, 전화가 오는 순간 자동으로 아이폰으로 넘어간다. 통화가 끝나면 맥북 화면 상단에 '에어팟 연결' 버튼이 뜨고 한 번만 터치해주면 맥북에서 듣던 노동요를 이어서 들을 수 있다. 또 맥북과 에어팟이 연결됐더라도 아이폰을 슥 쳐다보기만하면, 페이스ID 잠금해제되면서 에어팟은 곧바로 아이폰으로 연결된다.

iOS 14.5 업데이트로 애플워치만 차고 있다면 마스크를 낀 상태에서도 페이스ID 잠금 해제를 할 수 있다. 아이폰 '설정'에 들어가 'Face ID 및 암호'를 누르고, 'Apple Watch로 잠금 해제'를 활성화하면 된다.

◇"통화 중 녹음하고 계신 거 아니죠?"…"아, 저 아이폰인데요"

재밌는 일도 있었다. 취재원과 통화하다 보면 '녹취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곤 한다. 통화중 녹음은 악의적으로 쓰기 위해서라기보단 모든 인터뷰 내용을 다 기억할 수 없어서, 필요시 취재원에게 양해를 구한 뒤 종종 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기자라는 직업을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늘면서, '몰래 녹취를 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늘어났다. 그러나 '통화중 녹음'은 안드로이드폰에서나 가능한 것이었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있어도 일일이 아니라고 설명해야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한 취재원이 녹취 여부를 물었을 때 "저 아이폰입니다" 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의심이 많았던 그 취재원은 "잠시 기다리라"더니, "진짜 아이메시지로 뜨네"라며 안심하고선 통화를 이어갔다. (아이폰 사용자끼리는 '아이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고, 이는 파란색으로 표시된다)

예전에는 아이폰에 통화 중 녹음 기능이 없다는 게 아쉽기만 했는데,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고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건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장점이었다. 또 아이메시지는 맥북에서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카톡 등 메신저는 PC로, 문자는 폰을 꺼내 확인하고 보내는 번거로움이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통화 중 녹음을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애플워치가 있으면 통화 중 녹음이 가능하다. 정확히는 '통화하는 것을 녹음'하는 것이다. 애플워치로 '음성 녹음' 버튼을 누르고, 아이폰은 '스피커폰'으로 켜서 녹음하면 된다. (물론 취재원의 양해가 선행돼야 한다).

통화중 녹음은 안되지만, 애플워치만 있다면 급할 시 '통화하는 것을 녹음'하는 건 가능하다. 애플워치로 녹음한 것은 곧바로 아이폰에도 저장된다. 김연지 기자

 

예전 아이폰3를 쓰던 수습 시절, 전문가 멘트 등을 따야 할 때 스피커폰+별도의 녹음기를 들고 다니며 녹음하곤 했다. 지금은 녹음기(와 배터리) 등의 기타 장비 없이, 애플워치로 손목을 들어 두 번만 터치하면 된다. 애플워치로 녹음하더라도 별도의 조작 없이 해당 파일은 아이폰에도 자동으로 담긴다.

◇"내 정보는 내가 지킨다" 앱마다 권한 설정

아이폰은 앱 또는 권한별로 앱에서 사용하는 권한을 변경할 수 있다. '설정'에 들어가서 앱을 선택하면 해당 앱 사용에 필요한 권한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의 경우 위치, 사진, 마이크, 카메라, 알림, 백그라운드앱 새로 고침, 셀룰러 데이터 권한을 사용하고 있다. 이 중에서 기자는 위치정보를 '사용하는 동안'으로, 사진도 ‘모든 사진’이 아닌 '선택한 사진'으로 변경해 쓰고 있다.

'설정-개인정보보호-사진'으로 들어가면 사용자 사진에 접근을 요청한 앱이 나타난다. 이를 보고 필요에 따라 선택된 사진/모든 사신/ 없음/ 등으로 설정하면 된다. 김연지 기자

 

앱마다 일일이 설정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앱' 단위가 아닌 '권한' 단위로 확인하면 된다. '마이크' 권한을 허용한 앱을 보고 싶다면, 설정 → 개인정보 보호로 들어가 권한 가운데 '마이크'를 선택하면 마이크 권한을 사용하는 앱을 모아서 볼 수 있다. 이를 살펴보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앱의 마이크 기능을 비활성화하면 된다.

최근 iOS 14.5 업데이트 이후 앱 추적 허용 여부를 사용자에게 묻도록 의무화한 것도 보안이나 개인정보 유출 걱정을 줄여줬다.

◇"와, 예쁘다" 안드로이드 쓸 때는 못 듣던 소리…협업 시 호환 어려움 등 '답답'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IT 기기 리뷰를 핑계로 갤럭시S9, S10플러스, S20울트라로 매년 바꿔왔다. 또 회사에서 지급한 삼성 노트북, 편집용으로 구매한 LG 게이밍 노트북을 쓰는 동안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얘기를 최근 2주간 정말 많이 들었다.

이전에는 "폰 새로 샀네, 사진 잘나와? 편해? 였다면, 이제는 "와, 진짜 예쁘다. 오~ 멋진데, 뭔가 전문가 포스"라는 말을 듣곤 한다.

아이폰12 퍼플. 요즘 예쁘다는 소리 좀 듣는다. 김연지 기자

 

애플 유저들이 이 말을 들으려고 애플 제품을 사는 건 아닐테다. 그러나 어찌됐든 한입 베어 문 사과 마크와 애플 감성이 묻어난 색은, 기능을 써보기도 전에 고급스러우면서 프로다운 이미지부터 선사하는 듯하다.

물론 마냥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우선 삼성페이를 쓰지 못하는 건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는 기자에겐 치명적이었다. 버스를 타고나서야 애플은 이런 페이 서비스가 안된다는 것을 알고, 내린 적도 있었다. 책상 속에 고이 넣어뒀던 지갑을 다시 꺼냈다.

맥북에서는 여전히 익숙지 않은 한/영 키와 한자키, 붙여넣기, 문자, 화면 캡처 등 수많은 단축키를 일일이 검색해가며 독수리 타법으로 익혀야 했다. 왼쪽에 달랑 두 개뿐인, 그것도 USB가 아닌 USB-C 포트가, 그것도 한쪽에 나란히 있는 것도 불편했다. 팀으로 협업하면서 여러가지 파일을 주고 받는데 한글 등 기존에 자주 쓰던 문서가 열리지 않는 것도, 다소 답답한 부분이었다. 비싸기로 유명한 수리비로, 행여 떨어뜨리기라도 할까봐 매순간 신주단지 다루듯 소중히 다뤄야만 했다.

※해당 기사는 아이폰12와 애플워치6, 맥북에어M1을 애플코리아로부터 2주간 대여받아 작성했습니다. 반납 뒤 맥북프로M1을 애플코리아 여의도점에서 실구매했습니다. 에어팟2는 올해 초 당근마켓에서 직거래했습니다. 실사용중인 폰은 갤럭시S20울트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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