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남은 가족이 더 걱정이에요. 안타까워 꽃이라도 놓고 가려고 왔어요." 13일 오전 인천시 서구 마전동 한 아파트단지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국화꽃이 가득했다.
이곳 바로 옆 횡단보도에서는 지난 11일 오전 9시 20분께 4세 딸의 손을 잡고 유치원에 가던 A(32·여)씨가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가 살던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다음날 사고 장소 바로 옆에 A씨를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고인을 기렸다.
아이들이 종이를 오려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모형 꽃과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뜻에서 올려놓은 막걸리, 맥주, 커피 등이 지나는 사람들을 먹먹하게 했다.
추모공간에 국화꽃을 올리고 한참을 지켜보던 한 30대 여성은 "사고 당시 저도 유치원 통학버스에 아이를 태워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그는 "소방대원들이 와서 심폐소생술을 하길래 놀랐지만 살아 있어 달라고 마음으로 기도했는데 뉴스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돌아가신 어머니도 안타깝지만 남은 딸과 가족이 더 걱정이다"고 말했다.
헌화를 한 뒤 눈을 감고 묵념을 하던 명덕순(58)씨는 "뉴스로 소식을 접하고 너무 안타까워 지나는 길에 헌화했다"며 "아이를 키운 입장에서 이번 사고는 남 일 같지 않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사고가 난 이면도로 일대에 밀집한 아파트단지의 차들이 해당 도로를 이용하다 보니 그동안 사고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근처에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밀집해 있어 어린이들의 사고 위험성이 상존하던 곳이라고 지적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인 사고지점에만 횡단보도가 4개가 있었으나 신호등이나 과속 단속카메라는 없었다.
이날도 제한속도인 시속 30㎞를 지키지 않고 달리는 오토바이 등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날 어린 딸을 유치원에 보내던 한 30대 여성은 "위험해서 항상 딸의 손을 꼭 잡고 횡단보도를 건넌다"며 "사고를 당하신 어머니도 마찬가지 마음으로 딸의 손을 잡았을 텐데 사고를 막지 못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가 살던 아파트단지의 최영수(62) 관리사무소장은 "2천여세대의 차량이 매일 좁은 이면도로로 쏟아져 나온다"며 "위험할 수밖에 없는 도로"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이번 사고를 낸 B(54·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는 지난 11일 오전 9시 20분께 인천시 서구 마전동 한 삼거리에서 자신의 레이 승용차를 몰면서 좌회전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A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사고로 A씨가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함께 건너던 그의 딸 C(4)양도 바닥에 넘어지면서 다리에 골절상을 입는 등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