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학영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윤창원 기자
코로나19 손실보상법이 결국 정치 공방에 발목 잡혔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코로나19 피해를 신속히 복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손실보상이 실제로 언제 이뤄질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공방의 내용은 간단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손실보상법안' 뿐만 아니라 '비대면중소기업육성법'이나 '벤처기업육성특별조치법 개정안' 등 다른 법안도 시급하니 같이 논의하자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손실보상법안만 논의하자'며 반대했다. 여야간 논란이 있는 다른 법안을 끼워넣는 것은 손실보상법을 논의하지 말자는 얘기라는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양당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지난 27일 열려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는 무산됐고, 다음날 열린 상임위 전체 회의에서도 '코로나19 손실보상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올들어 정치권이 앞다퉈 쏟아냈던 20여건의 손실보상법안은 법안 소위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달까지 처리하기로 했던 여야의 다짐도 없던 일이 됐다.
손실보상법안 처리는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지만 여야간 '네탓 공방'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안 소위 무산 뒤 기자회견을 갖고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외면한 채 어떤 법안을 심사한들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민주당을 비판했고, 민주당 역시 "국민의힘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고 맞받았다. 정의당은 "거대 양당이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정부도 손실보상에 대해 소극적이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최근 국회에 출석해 "손실보상으로 하면 (보상 대상) 범위가 좁아질 수 있다"며 피해 지원 방식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고 수차례 밝혔다. 손실보상의 소급적용에 대해서도 '절대 불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소상공인업계는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한국소상공인자영업자연합회 이성원 사무총장은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행사가 많다"며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에서 손실보상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어느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정부 방역지침을 순순히 따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장기간의 방역조치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피로감 정도로 다가오겠지만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문제"라며 "시급히 손실보상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