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리처드 퓨지(42)는 지난해 4월 자신의 포르쉐 승용차를 몰고 호주 멜버른 이스턴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질주했다.
시속 100km 제한 도로에서 퓨지는 무려 시속 149km로 달리다 경찰에 적발됐다.
그는 타액 검사에서 불법 약물인 엑스터시와 대마초 양성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잠깐 소변이 마려워 도로 뒤편 덤불 속으로 간 퓨지는 갑자기 큰 충격음을 듣고 뒤를 돌아봤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한 트럭이 비상 정차로에 있던 단속 경찰과 자신의 포르쉐, 2대의 경찰차와 잇따라 충돌하면서 굉음이 울린 것을 알게 됐다.
이로 인해 경찰관 4명이 즉사했고, 나머지 한 명의 경찰관은 숨은 붙어있었지만 큰 부상을 입었다.
퓨지는 그러나 부상자를 돕기는커녕 자신의 휴대전화로 현장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영상에는 "그가 박살 났네", "정의 구현", "완전히 놀랍네", "아름다워"라고 외치는 소리가 생생히 담겼다.
그는 "내가 보기엔 모두 청소가 된 것 같네. 음 집에 가려면 우버를 불러야겠는걸"이라고 말하는 모습도 기록됐다.
주변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경찰관을 돕자고 말하자 퓨지는 "이미 죽었다"며 촬영을 계속했다.
경찰에 구금된 그의 휴대전화에 촬영된 현장 모습이 알려지면서 퓨지는 대중의 큰 분노를 샀고, 결국 풍기문란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28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호주 빅토리아주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판사는 퓨지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풍기문란 혐의로 기소돼 처벌을 받은 것은 1963년 이후 처음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판사는 퓨지의 행동이 "냉담하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행동은 무정하고 잔인하며 수치스럽다"면서, 언론 기사를 보면 "대중은 당신을 악마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판사는 인격장애가 그의 행동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는 있지만, 분명히 대중의 분노를 불러온 심각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퓨지에게는 징역형과 별개로 과속 및 마약 복용 등의 혐의로 1천 호주달러(약 86만원)의 벌금과 함께 2년간 면허 박탈 조치가 내려졌다.
퓨지는 사고 직후부터 296일을 구속된 만큼 징역 10개월 형은 곧 끝날 예정이다.
AP 통신은 그러나 이와 관련 없는 혐의로 인해 퓨지가 당분간 더 감금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퓨지와 별도로 당시 경찰관들을 친 트럭 운전사는 과실치사와 마약 밀거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뒤 징역 22년형이 선고됐다.
그는 약물 복용과 수면 부족 등으로 인해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