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인 A씨와 B씨 등이 매입한 원안리 일대 한 임야 지역이다. 주변에는 대형 농장이 있어 악취가 심한 것은 물론, 농촌 지역으로 생활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주택들을 개발하기에 부적합한 곳이다. 박창주 기자
현직 경찰간부들이 경기도 수원 군공항 이전 보상을 노리고 화성 화옹지구내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은 보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른바 '유령주택' 건축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곳이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4월 14일자 "확정도 안됐는데…" 군공항이전설에 '유령주택' 지은 투기꾼들"]◇전국에서 모인 투기꾼들과 함께한 '경찰관들'27일 CBS노컷뉴스가 주택 부지로 개발행위 허가가 난 화옹지구 인근 우정읍 일대 131개 번지의 토지대장·부동산등기부등본을 전수 분석한 결과,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경찰관 A씨와 B씨가 원안리와 호곡리 소재 2개 필지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토지 매입 과정을 살펴보면 기획부동산에 의한 전형적인 투기 형태를 띠고 있다.
우선 이들은 해당 토지를 다른 매입자 30여명과 함께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사들였다. 공동 매입자들의 주소지 역시 경기도뿐만 아니라 서울, 전라남도, 대구, 인천 등 전국 각지에 분포했으며, 공동명의로 한 은행에서 13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들이 토지를 사들인 시점은 수원시의 군공항 이전에 따른 보상 계획안이 나온 직후인 2018년 2월이다.
특히 이들은 토지 매입 이후 주변 환경이 거주하기에 매우 열악한 여건임에도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주택들을 지으려 화성시에 개발행위를 신청해 승인까지 받았다.
우정읍 일대에는 색상과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단층 형태의 벌집주택이 농지 주변에 빼곡히 지어져 있다. 박창주 기자
A씨와 B씨가 산 땅도 바로 옆에 대형 목장이 있어 악취가 심한 데다, 접근성이 떨어져 집을 지어 거주하기에는 부적합한 곳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화성시로부터 주택 등을 짓기 위한 개발행위 허가를 받으면서 임야와 논밭이었던 지목이 대지로 바뀌어 공시지가는 3~4배가량 뛰었다.
이들이 사람이 살기 힘든 땅에 주택을 지으려는 이유는 또 있다.
군공항이 이전될 경우, 해당 부지는 군소음 보상지로 분류돼 토지보상법에 따라 토지 수용에 따른 분양권(대토) 또는 현금 보상뿐만 아니라, 편입 가구 수가 10채 이상이면 이주정착금까지 지원받게 된다. 실제 수원시는 90웨클(항공기 소음 단위) 이상은 토지와 건물을 모두 매입하는 보상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에 최대한의 보상을 노린 투기 세력이 열악한 농촌 지역에 다닥다닥 붙은 협소주택을 짓는 방식의 투기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경찰관들 '모르쇠'…"사정당국 내부도 수사"
투기 의혹에 대해 해당 경찰관들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일축했다.
경찰관 A씨는 처음에 "그곳에 땅을 사거나 집을 지은 적 없다"고 잡아뗐다가, 나중에는 "아는 사람이 뭐 한다고 그래서 3년 전쯤인가 아무 생각 없이 돈만 빌려줬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관 B씨는 토지대장에 나온 이름이 자신이 아니라며 짧게 답한 뒤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해당 지역에서는 '또다른 경찰 간부 C씨가 군공항 이전 관련 정보가 담긴 지도를 가지고 다니며 동료 경찰들에게 토지 매입을 적극 권유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는 사진. 황진환 기자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기획부동산 형태의 투기에 공직자가 가담했다는 것 자체가 위법성 여부를 떠나 지탄 받을 일"이라며 "부동산 투기에 대한 사정당국으로서의 명분을 실추시킨 만큼 친인척, 지인 등 차명거래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남부경찰청은 "징계가 가능한지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며 "부동산 취득 경위 등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