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홍대 공연장 '당일 취소' 사태…법이 놓친 빈틈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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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음악 생존을 위한 연대모임' 서면 인터뷰
홍대 앞 창작자·기획자·공연 운영자·음악 생태계 구성원 모여
지난 2월 벌어진 소규모 공연장의 공연 당일 취소 사태 공론화, 지자체에 개선 요구 중
공연장 설비와 주류 판매 이유로 공연장 등록에 제약 있는 것 현실
라이브 클럽으로 대표되는 소규모 공연장에 적합한 법 필요하다는 의견 대두
법 제정 외에도 소규모 공연장 위한 실질적 지원책 고민해야

픽사베이 제공

 

지난 2월 말, 서울 마포구 홍대에 있는 네스트나다 등 소규모 공연장에서 열리기로 한 공연이 취소됐다. 공연을 준비하고 기다려온 이들에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공연 개최 전 마포구청 위생과에 유선 문의로 공연 진행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지만, 공연 당일 방문한 관계자의 '서울시 방역 지침이 개정됐다'라는 통보로 공연 30분 전 무산됐다. 당일 취소 사태에 더해 공연을 '칠순 잔치'에 비유한 구청 관계자 발언이 기사화되며 음악인들의 공분을 샀다.

공연 당일 취소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공연장을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살펴야 한다. 현행법은 '등록된 공연장'에서만 공연이 가능하게 하는데, 소규모 공연장들은 안전 설비와 주류 판매 문제 등으로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한국공연장협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민간 소규모 공연장은 80곳이고 이중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된 곳은 30여 곳에 이른다.

이마저도 1990년대 말에야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악기 연주자 등 공연자를 유흥 접객원으로 보아 유흥업소에서만 공연이 가능했다. '대중음악 공연문화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등의 문제 제기와 활동에 힘입어 지금처럼 일반 음식점에서 공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일반 음식점의 지위를 빌린 공연장은 공연법이 아니라 식품위생법을 적용받는다.

서울 마포구 홍대 앞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음악 생태계의 다양한 주체(아티스트·기획자·공간 운영자·관객·관련 업계 종사자)와 이들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시민들이 모인 '공연음악 생존을 위한 연대모임'(이하 연대모임)은 '공연 취소 사태'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공론화하는 데 힘쓴 단체 중 하나다.

연대모임은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실제 공연장 운영과 현행법이 괴리된 부분으로 '공연장 등록 의무화'를 들었다. 공연장 설비, 주류 판매 문제를 풀지 못한 상황에서는 라이브 클럽이 공연장으로 등록할 수 없는데, 이런 부분이 간과됐다는 지적이다.

연대모임은 2015년 이전에는 특정 규모 이상의 공연장에만 적용됐던 공연법 시행령이 이후로는 '모든 공연장 등록을 의무화'한 점을 거론했다. 미등록 공연장을 대상으로 양성화 사업을 진행했으나, △임차인으로서 바꿀 수 있는 구조에 한계가 있고 △주류 및 음료 판매를 금지한다면 실제로는 운영이 불가능해져 상당수의 공연장이 등록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연장 안전지원센터 공연장 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무대 시설'과 '방음 시설'이 없는 곳은 공연장 등록이 반려된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장 안전 매뉴얼에 따르면, 공연장 내 모든 시설은 서로 다른 방향에 있는 두 개 이상의 출입구를 마련해야 한다. 전기와 소방 부문에서 엄격한 안전 검사를 통과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공연음악 생존을 위한 연대모임은 서울 마포구 홍대앞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음악 생태계의 다양한 주체(아티스트, 기획자, 공간운영자, 관객, 관련업계 종사자)와 이들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시민들이 모인 단체다. 연대모임 공식 페이스북

 

연대모임은 "비교적 예산상 여유가 있는 공공 공연장의 경우에는 설계 당시부터 해당 지침 등을 충분히 반영하여 계획을 설립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임차인인 라이브 클럽의 경우에는 건물의 구조를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에 해당 지침을 반영하기 어렵다"라고 짚었다.

또한 "주된 공연 레퍼토리인 인디 밴드의 공연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 음료 및 주류 등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공연법에 따르면 공연장에서 음료·주류 판매는 불가능하다. 공공 공연장은 설계 당시부터 장소를 구분하는 등, 넓은 면적을 바탕으로 분리해 운영할 수 있으나 협소한 공간이 다수인 라이브 클럽은 반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임대차 계약서부터 두 종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류 판매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시선이 있을 수 있지만, 해외의 경우에는 펍에서 공연하는 것이 당연시됨은 물론 공연장에서의 주류 섭취도 상당 부분 허용되어 있다"라고 부연했다.

불안정한 위치에 있는 소규모 공연장의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법 '라이브 클럽법'(가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이자 뮤지션인 신대철은 지난달 초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하에 사는 대다수가 다양한 창의력을 발휘할 공간을 보장해 주는 것이 진짜 정책"이라며 라이브 클럽법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이 이에 화답해 관련 법을 준비해보겠다고 밝힌 상태다.

연대모임은 '라이브 클럽법'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어떻게 법을 만들지는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연대모임은 "현행법은 '공연장'을 정책에 따른 '관리 및 통제'의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으나, 실제 공연 행위는 늘 창의성을 우선하게 되며 현행법에서 다루지 못하는 영역도 많다. 공연이라는 행위를 통제할지, 자율을 중시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연대모임은 "현행법이 결론적으로는 공연장을 '어떻게 안전하게 운영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안전과 관련된 이슈는 소규모 라이브 클럽들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보다 자율을 존중하는 시스템을 갖춘다 해도 안전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사회적 합의 못지않게 전문가들의 토론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라이브 클럽법'에 들어가야 할 내용을 예단하기보다 사회적·기술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공연음악 생존을 위한 연대모임 공식 페이스북

 

연대모임은 △현재 라이브 클럽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실태조사 △이를 바탕으로 라이브 클럽이 공공 지원책 안에 포함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공공 지원을 하는 기관 사업 대부분이 '등록된 공연장'을 대상으로 하는 까닭이다.

법안 제정과 별도로 소규모 공연장에 가장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대책이 무엇인지 묻자, 연대모임은 '임차료 지원'이라고 답했다. 다만, 현행법상 라이브 클럽이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기준점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어 관련 전문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또한 "공공지원 사업에서 '등록된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단기적으로 '등록된 공연장'에서만 공연해야 한다는 제약 조건을 해제하는 것도 고민해 볼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앞서 지난 8일 연대모임은 서울 마포구청에 △2월에 벌어진 라이브 클럽 단속 조치에 관해 공식적으로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문화예술인 및 생태계 종사자를 위해 마포구청에서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홍대 앞 음악 생태계를 지키고 발전하기 위해 예술인 지원과 관련된 조례를 제정하고 상설 민-관 협력 테이블 구축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어떤지 등 3가지 질문이 담긴 질의서를 전달했다. 이 질의서에는 총 1929명이 연명했다.

연대모임은 "모임 취지 자체가 협소한 테이블에서만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지양하고, 현장 예술가들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장(field)을 만들어내자는 것"이라며 마포구청으로부터 답변을 받으면 반드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내 음악 창작 플랫폼 정보를 파악 중이며, 오는 5월~6월 중에는 두 차례의 포럼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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