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폭탄은 채찍질…故노무현 비극 이번엔 막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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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보고서③]문파 6인 심층인터뷰
수도권 중산층 40대 직장맘이 대다수
"故노무현 생각에 눈물…文은 지켜야"
혐오발언·노골비방은 내부서도 '우려'

순수한 '덕질'이라지만 어느덧 제도권 정치에 주요한 변수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 자칭 '문파(文派)' 얘기다. CBS노컷뉴스는 수백통 문자폭탄에 가려져 있던 이들의 실체를 본격 파헤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가족 욕에 멘붕"…與 뒤흔든 '문파' 문자폭탄
② '문자폭탄'의 근원지…'문파(文派)' 카페의 작동 원리
③ "문자폭탄은 채찍질…故노무현 비극 이번엔 막아야죠"
④ '문자폭탄' 눈치보는 與 지도부…침묵하는 문 대통령

그래픽=김성기 기자

 

문파(文派), 그들은 누구일까. 문재인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한들 왜 그렇게까지 유난일까.

문자폭탄에 여념이 없다는 40대 워킹맘부터 故노무현 전 대통령 생각에 요즘도 눈물짓는다는 지지자까지. 당사자들을 만나 직접 물었다.

◇대통령 걱정에…잠 못 이루는 밤

재활치료 종사자 류모(51)씨는 매일 아침 잠에서 깰 때면 얼른 스마트폰부터 켠다. 인근에 사는 문 대통령 지지자 100여명이 한데 모인 카톡방을 열고 가장 먼저 쓰는 말은 '문모닝!'

채팅창엔 지난 밤 공유됐던 뉴스 기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2~3시간마다 한 번씩 깨 확인했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 간밤에 누가 '대통령님'을 공격하진 않았을까, 노심초사다.

류씨 하루는 그 뒤로도 대통령 지지 활동과 얽혀 있다. 일, 가사 병행도 바쁘지만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확인에 쉴 틈 없다. 혹 '가짜뉴스'가 떠돌면 바로 반박하기 위해서다.

그가 정치에 본격 관심을 갖게 된 건 한 대규모 맘카페를 통해서였다. 육아나 생활정보를 얻으려고 접속했다가 관련 정책과 정치인 개인까지 주목하게 된 것.

"무조건 할렐루야는 아니지만 그분(문 대통령)이 결코 지지자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 저희는 노무현 대통령님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울 뿐입니다"

◇입버릇처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류씨를 비롯한 문파 상당수가 이처럼 주저 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건 현실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집권여당 민주당이 압도적 과반 의석까지 확보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불안할 따름. 아직 청산되지 않은 '적폐'가 재벌·검찰·법원·언론·정부에 남아 문 대통령을 고립하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40대 워킹맘 A씨는 "야당 쪽은 엄청난 잘못을 하고 있는데도 조직이 탄탄하고 네트워크와 권력으로 커버가 되는데 대통령님은 지지 세력이 약하다"며 "문자행동(문자폭탄) 말고는 저희가 도울 방법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그 기저에는 故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죄책감이 무겁게 깔려 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표현을 입버릇처럼 되뇌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이한형 기자

 

"참여정부 시절엔 공부하느라 잘 몰랐다"는 B씨는 "지금도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하면 항상 눈물이 나온다"며 "그 죄책감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드릴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걱정하는 건 혹시 모를 정권교체다.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문 대통령 또한 노 전 대통령 전철을 밟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위기감과 절박감으로 작용한다.

경기도 동탄에 사는 C씨는 "문프(문 대통령)를 지키려면 민주당 정권이 연장돼야 어느 정도 가능하다"며 "그것 때문에 때때로 아이들 밥을 챙겨주지 못할 정도로 활동하고, 문자폭탄까지 동원해 민주당에 채찍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계기는 나꼼수, 세월호, 박근혜 탄핵

선배 격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인터넷 카페와 병행했던 '지역 조직' 중심의 오프라인 모임은 점차 흐려지는 추세다. 대신 익명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에서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때문에 상·하부 조직이 뚜렷했던 과거 방식과 달리, 지금은 '흩어진 형태'로 체계가 분명하지 않다. 스펙트럼이 넓고 구심점이 크지 않아 서로에 관해 잘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사모 출신 김기문(57)씨는 "20년이나 지났으니 지지 방식도 바뀌지 않았겠느냐"며 "그나마 문팬이 노사모 활동과 비슷하게 온·오프라인을 겸비했지만 이제는 모임도 다양해졌다"고 전했다.

문자폭탄을 보낼 정도의 과격 성향 지지자는 대다수가 대졸 이상, 중산층, 40대 직장인 여성으로 파악됐다. 지역적으로는 서울이나 수도권 내 신도시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파 당사자들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늘 바쁘지만 그래도 비교적 돈이나 시간에 쪼들리지 않고 온라인에서 관심사가 통하는 사람들끼리 뭉치는 문화에 익숙하다는 정도다. 류씨처럼 맘카페와 여초카페에 접속한 뒤 활동을 시작한 사례도 상당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또 대체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청취하며 기득권에 대한 불신을 쌓았고, 세월호 참사 때 삭였던 울분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폭발했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이들이 민주당에 갖는 '주인의식'만큼 제도 정치권에는 충분한 소통 창구가 마련돼 있지 않다. 그나마 문자폭탄에 답신을 받거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때 답답함이 해소되고 보람을 느낀다고 밝히는 건 여기서 비롯된다.

40대 여성 D씨는 "국회의원에게 답장을 받거나 그들의 불평불만을 기사로 볼 때면 '아, 이 사람들이 신경은 쓰고 있구나'하고 알 수 있다"며 "그동안 '나 혼자 미친 짓 하고 있나' 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소수의 극단적 표현이 과대 대표될 경우 당내 건전한 여론 형성이 차단되고 민심과의 괴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문파 내부적으로도 혐오발언이나 노골적 비방 등을 우려하고 있지만 돌출행동을 막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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