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복'을 연출한 이용주 감독. CJ ENM 제공
※ 스포일러 주의과거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전직 요원 기헌(공유)은 정보국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마지막 제안을 받는다.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실험체 서복(박보검)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일을 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임무 수행과 동시에 예기치 못한 공격을 받게 되고, 가까스로 빠져나온 기헌과 서복은 둘만의 특별한 동행을 시작하게 된다. 내일의 삶이 절실한 기헌과 죽지 않는 존재 서복의 동행은 결국 서복을 차지하기 위해 나선 여러 집단의 추적으로 피할 수 없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서복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존재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둘로 나뉜다. 인류의 구원 혹은 재앙. 서복과 기헌이라는 인물이 가진 상징성, 서복이 가진 의미와 그의 시선, 그리고 서복을 바라보는 존재들의 시선과 그 안에 담긴 두려움·욕망이라는 얽히고설킨 복잡한 관계 속에서 '서복'은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최근 화상 일 대 일 인터뷰로 만난 이용주 감독에게서 '서복'을 통해 관객들에게 묻고자 했던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서복' 스틸컷. CJ ENM 제공
◇ 우리와 다른 신적인 존재, 인간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서복'에서는 죽음과 삶, 그리고 이를 둘러싼 인간의 내면에 자리잡은 욕망과 두려움을 드러내는 장치로 '복제인간'이 쓰였다. 이 감독은 '서복'을 '불신지옥'의 확장판이라고 표현했다. '불신지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심인물이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는 능력을 가진 소녀 소진(심은경)이었다면, '서복'에서는 영생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서복(박보검)이 된 것이다.
이 감독은 "이른바 신들렸다는 표현도 주변에서 생산하는 게 있다. '저 사람은 어떻대'라는 식으로 말이다"라며 "서복이라는 복제인간은 인간이 만든 거다. 어떤 의지를 가지고. 인간이 만든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라는 점에서 관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1996년 복제 양 돌리를 시작으로 다양한 동물 복제 실험에 관한 뉴스가 들려왔다. 그런 이슈들을 접하며 이 감독은 "복제하면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른 존재, 그리고 빨리 죽음을 맞이한 복제동물과 달리 오래 사는 데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존재가 나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는 물음에서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영화 '서복' 스틸컷. CJ ENM 제공
극비 프로젝트로 탄생한 서복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다. 심지어 평범한 인간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도 지녔다. 그런 그는 실험실 밖으로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다. 영원이라는 시간에 갇힌 채 실험실 안 세상에서만 살아 온 서복은 기헌과 함께 난생처음 진짜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끊임없이 동행자인 기헌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감독은 "서복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그는 진짜 궁금했을 것"이라며 "서복이 인간들은 어리석다고 말한다.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인 서복은 자신을 독차지하려는 인간들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마치 신이 인간을 어리석고 긍휼히 여기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어른이 어린 미취학 아동에게 뭔가를 이야기할 때 '왜?' '왜?' 물어보는 그런 형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서복' 스틸컷. CJ ENM 제공
◇ 무한한 존재를 통해 구원을 찾아가는 유한한 존재죽지 않는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무한한 존재 서복과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 도망치려는 유한한 인간 기헌의 동행은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되는 여정이기도 하다. 죽음과 삶, 유한과 무한의 대척점에 섰던 기헌과 서복은 동행하고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며 사실상 그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게 된다.
이 감독은 "엔딩, 바로 그 장면이 마지막 완성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서복은 자신의 운명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어느 정도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민기헌을 통해 일종의 대상자를 결국 찾았다고 생각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화 후반 기헌이 모든 진실을 다 알게 된 후, 서복에 관해 설명하는 신학선(박병은)에게 기헌은 "이건 좀 아닌 거 같다"고 말한다. 이 감독은 기헌의 이 대사를 두고 여러 의미가 담긴 뜻에서 "재밌었다"고 표현했다. 잔혹하면서도 상식을 뛰어넘는 상황에 대한 반응이자 일종의 깨달음이 담긴 말이라는 것이다.
"기헌이 의연한 용기를 낸 것이죠. 그전까지 기헌은 죄인이었어요. 두려움을 외면하고 도망치던 친구였는데, 똑바로 보고 이거 아니라고 규정하는 순간 기헌의 구원이 완성된 것이죠."
영화 '서복'을 연출한 이용주 감독. CJ ENM 제공
◇ "사람들 참 겁 많죠? 욕심도 많고"서복과 기헌은 서로의 안에 있던 두려움을 꺼내어 마주하고, 서로를 통해 구원받는다. 영화 속에는 서복이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각자가 가진 욕망과 두려움을 관객들에게 내보인다.
관객들은 서복과 기헌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인물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가진 죽음과 삶에 관한 질문을 들여다보고, 두려움과 욕망에 관해 질문하게 된다. 그렇다면 감독은 이에 관해 어떤 답을 구했을까.
그는 "답이 없는 것이다. 이런 거랑 비슷하다. 사후세계가 무엇일지 거기에 대해 답을 구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며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추측할 수도 없다. 이처럼 암흑 그 자체니까 두려운 거다. 그러니까, 검증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욕망했을 때 왜 두려워하고 욕망하는지 나를 조금 응시한다고 할까? 왜 그런지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럴 필요 없는 것"이라며 "'서복' 시나리오를 쓰면서 두렵기는 하지만 도망갈 수 없다고 의연해지면서 힐링했다. 대답을 궁금해 하는 자체가 도움이 된다. 그런 마음으로 '서복'을 썼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서복' 스틸컷. CJ ENM 제공
이 감독은 "극중 임세은 박사의 대사를 공유씨가 정말 좋아했다. 영남씨도 그 대사를 좋아했다"며 "나도 쓰면서 쾌감을 느꼈다. '서복'의 메시지를 응축한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극 중 임세은 박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사람들 참 겁 많죠? 욕심도 많고."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관객 혹은 시청자를 위해 '서복'을 보다 재밌게, 제대로 관람할 수 있는 팁을 남겼다.
"아무 정보 없이 가서 보시는 게 제일 좋을 거예요. 그리고 공유, 박보검씨 위주로 즐기면 좋을 거 같아요."(웃음)<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