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낮은 곳으로 임하라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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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감독 샤카 킹)

외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 이를 타파하려는 혁명가, 그리고 혁명가를 탄압하려는 권력의 움직임은 역사 속에서 무수히 반복돼 왔다. 대의와 생존 사이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을 하는 유다 역시 끊임없이 등장한다.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이 지난한 역사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혁명가의 목소리를 재조명한다.

미국 흑인 인권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대, FBI 국장 J. 에드거 후버는 미국 내 반체제적인 정치 세력을 감시하고 와해시키는 정보활동을 진행한다. FBI는 당시 급부상하던 흑인 인권운동 지도자들을 '블랙 메시아'로 규정해 무력화시키려 했다. 그중 한 인물이 바로 흑표당 일리노이주 지부장으로서 투쟁을 이끄는 스무 살 대학생 프레드 햄프턴(다니엘 칼루야)이다.

FBI는 햄프턴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대중 정치 선동가로 지목해 그를 감시하기 위한 정보원을 잠입시키기로 한다. 이를 위해 FBI 요원을 사칭해 차를 절도하다 체포된 윌리엄 오닐(라키스 스탠필드)에게 7년간 투옥될지, 아니면 햄프턴을 감시할지 거래를 제안한다.

오닐은 FBI 요원 로이 미첼(제시 플레먼스)의 지시를 받으며 흑표당에 잠입한다. 그러나 그는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에 목소리를 내는 햄프턴에 조금씩 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외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의 두 축인 FBI 정보원인 윌리엄 오닐은 유다, 흑표당 지부장 프레드 햄프턴은 블랙 메시아다. 영화는 그중 유다인 오닐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유다의 시점을 통해 카메라는 햄프턴과 그의 목소리를 하나씩 뒤쫓아 나가며 햄프턴의 비극적 죽음 뒤에 가려진 혁명의 길을 재조명한다.

흑인들의 강인함과 존엄을 표하기 위해 스스로를 검은 표범이라 부른 흑표당은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길 주장하며 무료 아침 식사, 건강 진료소 등 생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후버 국장이 흑표당과 햄프턴을 위협적이라 느낀 것은 그들의 무력적인 부분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생존 프로그램이다. FBI가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비교한 백인우월주의 비밀결사단체 KKK(쿠 클럭스 클랜)와 달리 흑표당은 무료 급식 프로그램 등 구호와 평화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소외당한 이들을 하나로 규합하려 했다.

무력이 갖는 폭력적인 위협보다 민중의 의식과 삶에 서서히 스며들 수 있는 평화주의적 방식이 오히려 후버 국장, 그리고 그로 대변되는 미국이 가고자 하는 길에 큰 걸림돌이 된 것이다. 그래서 FBI는 흑표당을 사람들의 반발을 살 만한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존재로 꾸며내려 했고, 결국 무력으로 햄프턴과 흑표당을 제거하기에 이른다.

외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정치는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라고 하지만,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흑표당을 향한 미국 정부의 대응은 피로 이뤄졌다. 무력 진압을 통해 미국의 주류인 백인 사회에 위협이 되는 흑표당의 이념을 억압하려 한 것이다.

이러한 비극의 결말로 가는 과정에서 영화는 흑표당의 중심이자 영웅 서사 주인공인 햄프턴의 혁명적 동기와 그가 펼친 활동, 그리고 그의 고뇌와 연설을 통해 그가 남긴 유산을 살핀다.

이 영화는 무력에 의한 죽음 뒤에 가려져 있던 혁명가의 삶, 총알 속에 쓰러져간 혁명가의 삶을 그린다. 그렇게 민중이 있는 곳에 힘이 있고, 인종차별주의는 연대로 타파해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설파한다. 햄프턴의 유산이 무엇보다 절실한 지금 이 사회를 향해 말이다.

햄프턴이 가고자 했던 혁명의 길과 그의 혁명의 언어들, 그리고 영웅적인 면모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유다인 윌리엄 오닐이다.

오닐은 이익에 밝고 어떤 이념이 그 시대에서 우월적 위치를 가졌는지 잘 안다. 그렇기에 햄프턴이 말하는 민중의 힘 대신 배지라는 국가 권력을 택한다. 흑표당에 잠입해 햄프턴과 함께하며 그의 혁명론에 어느 정도 감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가 선택한 길은 자신의 생존이다.


민중의 생존 대신 개인의 생존을 택한 윌리엄의 모습은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한 햄프턴의 모습과 더욱 대조적으로 나타난다. 어쩌면 이는 대다수의 민중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햄프턴의 행동과 그의 결말은 더욱 영웅적인 모습으로 빛을 발한다.

외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오닐이라는 인물의 수많은 선택과 마지막 선택까지 보여주며 영화는 적어도 혁명가의 일면을 들여다봤던 인물이 가질 수 있는 결말을 이야기한다. 적어도 마지막 양심이었던, 일말의 부끄러움이었던, 적어도 그의 마지막 길은 자신의 선택으로 이뤄진다. 오닐의 마지막은 어쩌면 혁명을 폭력으로 유린했던 국가 권력과 한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의 다른 점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차별과 억압에 반대하며 자신의 삶을 희생했던 혁명가의 삶을 반추하고, 비극적 결말에 가려졌던 햄프턴의 언어들을 조명함으로써, 이 시대 차별받는 모든 민중이 다시금 전열을 다듬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공한다.

특히나 새로운 민권 운동의 하나인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가 다시금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금에 있어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그 자체로 커다란 메시지를 던진다.

125분 상영, 4월 22일 개봉, 15세 관람가.

외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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