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컴퍼니 제공
"티파니의 '록시 하트'요? 사랑과 보호를 받고 싶어하는, 순수한 사람이죠."
지난 2일 개막 후 연일 매진행렬 중인 뮤지컬 '시카고' 21주년 기념 공연에서 '록시 하트' 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티파니 영(32·소녀시대)은 자기 배역에 푹 빠져 있었다.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만난 티파니 영은 시카고 무대에 오르는 소감과 뮤지컬배우·가수로서 계획 등을 풀어놓았다.
'시카고'는 환락과 부정부패가 들끓던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살인을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되고 나서도 스타가 되길 꿈꾸는 록시 하트와 벨마 켈리의 이야기를 다룬다.
오디션에서 200대 1 경쟁률을 뚫고 이번 시즌에 처음 합류한 티파니 영은 "춤과 대사를 미리 외워갔고, 당시 듣던 음악, 술, 옷 등을 준비해 연습했다. 특히 재즈보컬리스트의 목소리 톤을 많이 공부했다"고 했다.
그는 '시카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2009년, 소녀시대 멤버들과 최정원·옥주현 선배님이 나온 시카고 공연을 본 후 그 매력에 푹 빠졌죠. 각본이 탄탄하고, 미니멀하지만 임팩트 있는 스타일이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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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시 하트 캐릭터에 대해서는 "사랑받고 보호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순수한 록시 하트가 자신의 야망에 눈뜨는 모습을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김태훈) 연출님이 '티파니가 록시를 보호하고 사랑해주면 그런 록시가 나올 수 있다'고 조언해줬어요."
지금까지 6번 공연했다. 첫 공연 전 긴장되지 않았을까. "물론 연습과정이 치열하고 힘들었지만 창작진과 동료배우들의 따뜻한 격려와 조언 덕분에 마음이 편했어요. '넌 다 할 수 있어', '넌 록시 그 자체야'라고 해주셨죠.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채워가면서 무대에 서니까 매일매일 즐거워요." 특히 주변에서 "'역시, 네 걱정은 하는 게 아니었어. 너무 잘해'라는 말을 들을 때 밤잠을 설칠 만큼 기분 좋다"고 웃었다.
밥 파시가 만든 춤은 '시카고'의 백미다. 단순한 듯하지만 관능미가 넘친다. 보기엔 쉬운 것 같아도 난이도는 최상이다. "소녀시대 멤버들이 공연을 보고 난 후 '엇박자에 맞추는 걸 보니 티파니, 이제 댄스해야겠구나'라고 칭찬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2011년 '페임' 이후 10년 만의 뮤지컬 무대다. 그는 "당시와 비교하면 모든 것이 성장했다. 제 손톱조차도"라며 웃었다. "'페임'에 참여했을 땐 뉴욕을 무박으로 다닐 만큼 스케줄이 바빠서 연습을 많이 하지 못했어요. 이후에도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뮤지컬 무대에 서지 못했는데, 지금은 좀 더 자유로운 상태고 뭔가를 선택할 여유가 생겼죠."
'시키고'에 참여하면서 자신을 내려놓는 법도 배웠다. "연습 초기에는 실수라도 할라치면 자책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실수해도 '뭐 어때, 그럴 수도 있지'라며 긍정적이고 유연한 록시를 연기하면서 스스로에게 관대해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시카고는 배우가 가진 실력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걸그룹으로 활동할 때의 엄격함과 치열함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줄 수 있어 좋다. (시카고를 만나) 제 삶이 건강해지고 균형잡힌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 도전하는 싶은 뮤지컬은 뭘까. "지킬앤하이드의 루시, 위키드의 글린다, 뮬랑루즈의 새틴 역이 욕심나요." 가수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곡도 쓰고 솔로 콘서트도 하고 음악 프로듀싱도 하고 싶어요. 소녀시대 완전체요? 좋은 음악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활동을 시작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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