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압류의 '덫'…우련통운 '빼돌리기' 빌미 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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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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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책임 기업의 수상한 '재산 빼돌리기' 의혹]⑦
우련통운 관련 구상권 소송, 5년째 지지부진
압류 자산 대부분 부동산…빼돌리기 빌미 준 정부
참여연대 이상훈 변호사 "지금이라도 다른 재산 압류해야"
법무부 "내부논의중…빼돌리기 필요한 조치 할 것"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가 화물에 대한 고박 부실이었다. 법원은 고박 업체의 과실을 인정해 업체의 배상을 명령했다. 하지만 최종 판결은 7년이 넘도록 아직이다. 그러는 사이 기업의 자산이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기업의 배상 책임 회피 정황을 추적해 연속 보도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우련통운, 왜 '알짜 자산'을 오너에 넘겼나?
②주식 양도 후 배당금 급증…우련통운의 '꼼수'
③세월호 책임 회피 의혹 '우련통운'…어떤 기업?
④"악의적 꼼수다" 유가족·시민사회, 세월호 책임기업에 '분노'
⑤참여연대 이상훈 "'세월호참사 책임' 우련통운 즉각 수사해야"
⑥인천시민단체들 "우련통운 의혹, 정부 책임…선제적 수사" 촉구
⑦부동산 가압류의 '덫'…우련통운 '빼돌리기' 빌미 준 정부
(계속)


# 100명 가까운 사상자에, 재산피해액만 120억원이 발생한 1998년 부천 대성에너지 가스충전소 폭발사고. 부천시는 피해자 보상금과 사고 수습비용 등으로 106억원을 먼저 지출한 뒤 돈을 받아내려 했지만, 업체 대표는 돈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사고 발생 10년이 지난 2008년 급기야 파산신청까지 하면서 부천시가 받은 돈은 고작 2억3천만원이 전부였다. 하지만 업체 대표는 그 사이 돈을 빼돌려 동생 명의로 땅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 당시 화물 고박 부실 책임이 있는 항만물류업체 '우련통운'(배요환‧윤기림 대표이사) 역시 자산 빼돌리기 의심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그동안 대성에너지나 우련통운과 같은 기업들의 책임 회피에 빌미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7주기인 16일 전북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제 끝나나" 재판 시간 끌기에 '속수무책'

18일 세월호 참사 관련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015년 11월 우련통운 배요환 대표이사 등 27명을 상대로 1878억원 규모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은 5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한 상태다.

재판부가 연관 사건인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자녀들(유혁기‧유섬나‧유상나)과 관련된 또다른 구상금 청구 소송 결과를 보고 판단하기 위해 심리 자체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유혁기 등의 소송은 서울중앙지법 제22민사부가 지난 2020년 1월 1심 판결을 내렸지만,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에는 유 씨 남매들이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을 냈다. 위헌심판까지 가면 유혁기 등의 항소심은 언제 끝날지 모를 상황.

우련통운 관련 소송이 더욱더 기약하기 힘든 배경이 여기 있다.

특히 우련통운의 경우 유혁기 등의 1심 판결에서 세월호 참사의 책임 일부(190억원)가 인정됐다. 그렇지만 우련통운은 재판의 직접 피고가 아니었기 때문에 구상금 가집행 대상에서 제외됐다.

세월호 참사에 우련통운의 과실은 확인됐지만, 재판이 끝나지 않아 회사의 자산을 빼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셈이다.

해양수산부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 관계자는 "세월호 책임 관계자들이 계속해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행위가 있었는데 그 배경에 재산을 빼돌리려는 시도가 있었는지 몰랐다"며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더욱 철저하게 자산 변동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세월호가 인양돼 있다. 연합뉴스

 

◇압류 자산 대부분 부동산…빼돌리기 빌미 준 정부

보통 대형 사회적 참사는 책임 여부를 따지는 과정이 복잡해 10년 넘게 구상권 소송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해당 업체의 재산을 가압류해 놓는데, 재판에서 이겼을 때 구상금 집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 허점이 있다. 정부가 기업의 경영상 차질을 우려해 가압류 대상을 현금성 자산보다는 대부분 부동산을 중심으로 선정한다는 것.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압류대상의 관리도 쉽고 담보비용이 저렴하다는 것도 이유로 작용한다.

하지만 사고 책임 업체들로서는 이를 악용해 환금성이 좋은 회사의 '알짜' 자산들을 재판이 늘어지는 사이 빼돌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부천 가스 폭발 사고를 낸 대성에너지의 대표가 현금을 빼돌려 동생 명의의 땅을 산 것처럼 말이다.

전문가들은 우련통운이 소송이 제기된 2015년 이후 우련TLS(Total Logistic System)로 관계사들의 지분을 넘길 수 있었던 것도 가압류 설정의 허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5년에는 우련통운이 94.75% 지분의 우련국제물류㈜가, 2017년에는 수상화물 취급업체 ㈜평택당진항만의 우련통운 지분 전체(34.97%)가 우련TLS로 넘어갔다. 또 2018년에도 우련TLS는 우련통운의 가공소금 제조업체 ㈜솔트원을 인수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이상훈 변호사는 "정부의 의지가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만 가압류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재산을 빼돌리고 거래선을 바꿔 우련통운이 깡통기업이 되면 가압류한 부동산이 남는다하더라도 다른 채권자들과 경합이 되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게 별로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또 책임져야 할 기업은 빠져나가고, 국민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일이 되풀이 되는 셈이다.

이 변호사는 또 "지금 현재 재산을 다른 기업으로 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실질적으로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지금이라도 또 다른 재산에 대해 가압류 같은 보존 처분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를 대리해 구상금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법무부는 이번 CBS노컷뉴스 보도 이후 추가 조치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소 제기 당시 인지한 부동산과 예금 채권에 대해 빠짐없이 보존처분을 해 놓은 상태"라면서도 "재산 빼돌리기 의혹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쳐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하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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