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적자 극복하려던 남양의 자충수…공장 문까지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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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농업축산과, 식약처 고발 토대로 세종공장에 두 달간 영업정지 명령 사전통보
불가리스 연구 결과에 남양유업 주가도 급등락…금융당국도 주가조작 혐의 조사중

지난 13일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 남양유업 제공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가 심각한 얼굴로 주주들 앞에 섰다.

그는 "창사 이래 가장 큰 적자라는 참담한 성적을 받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새로운 시장개척과 미래 성장 먹거리 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며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 이를 극복하고 더욱 강한 기업으로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광범 대표가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7.95% 감소한 9489억2641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액은 771억4471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코로나19 여파라는 핑계도 불가능했다. 남양이 적자로 돌아설 동안 경쟁사인 매일유업은 865억원, 빙그레는 39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조급해서였을까.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자"는 대표의 선언이 발표된 후 보름만에 남양은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의 실험실 실험 결과, 코로나바이러스 77.8% 저감효과를 확인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발표인가 제품 홍보인가…불가리스 사태의 시작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표시법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한 가운데 1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남양유업 불가리스가 진열돼 있다. 박종민 기자

 

지난 13일 남양유업이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이라는 제목으로 배포한 PPT 자료에는 "불가리스 1회 음용량(150㎖) 및 구강을 통해 음용할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다"고 단언했다

한국의과학연구원과 충남대학교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은 공동으로 개의 신장세포와, 원숭이 폐세포로 각각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원측은 개의 신장세포를 활용해 인플루엔자 H1N1에 대한 항바이러스 테스트 결과 99.9999%의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원숭이 폐세포를 이용한 코로나19 실험에서도 77.78%의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남양유업이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이라는 제목으로 배포한 PPT 자료에는 "불가리스 1회 음용량(150㎖) 및 구강을 통해 음용할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다"고 단언했다

한국의과학연구원과 충남대학교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은 공동으로 개의 신장세포와, 원숭이 폐세포로 각각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원측은 개의 신장세포를 활용해 인플루엔자 H1N1에 대한 항바이러스 테스트 결과 99.9999%의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충남대학교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은 원숭이 폐세포를 이용해 진행한 연구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에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남양유업 제공

 

또 원숭이 폐세포를 이용한 코로나19 실험에서도 77.78%의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발표자인 남양유업 항바이러스 박종수 연구소장은 "안전성이 담보돼 있는 식품(발효유)에 대한 실험결과"라며 "1회 음용량(150㎖) 및 구강을 통해 음용하는 점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연구소장은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밝혀냈다"고 자화자찬하며 "발효유가 생명공학의 결정체로 새로운 식품 발전방향의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국내 면역 연구의 선구자(first-mover)로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원숭이 폐세포로 연구를 진행한 충남대학교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 다른 실험실과 달리 해당 실험실의 사진만 내려져 있다. 충남대학교 수의과 홈페이지 캡쳐

 

전문가들은 원숭이 폐 세포에 배양한 바이러스로 이뤄진 이번 실험은 세포 단위의 실험으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 인간에게 유의미한지 알 수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하지만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장은 들썩였다.

남양유업 주가는 심포지엄 결과 발표 직후 장 마감을 두고 급등했고, 14일 장 초반에는 전날보다 20% 이상 오른 48만 9000원까지 치솟았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불가리스 품절 사태까지 빚어졌다.

업계에서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인데다 유산균을 폐에 적용시킨 점 등을 이유로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남양, 결국 세종공장 영업정지 2개월…당국 "사안 중대성 감안 신속히 진행"

남양 연구결과를 두고 논란이 커지면서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쳤다. 남양유업 주가는 사흘 연속 하락하면서 16일엔 전날 대비 4.81% 떨어진 32만 6500원에 마감했다.

자사의 특정 제품이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보건당국도 칼을 빼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세포실험을 했던 세종공장에 2개월 내달부터 2개월 간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세종공장 관할인 세종시 농업축산과는 16일 행정처분에 대한 사전통지를 남양유업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세종시 농업축산과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안이 중대한 만큼 신속하게 행정처분을 내렸다"며 "오는 30일까지 남양측이 의견서를 제출하면 이를 검토해 영업정지 명령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업정지 처분으로 남양유업 제품 생산에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남양유업 세종공장은 유제품 전체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곳으로 발효유뿐 아니라 분유와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불가리스 사태로 불거진 주가 급등 사건을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거래소는 남양유업이 제품 효능을 과장해 주가조작을 했는지 여부와 발표 전 임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로 주식을 매매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남양유업은 16일 "심포지엄 결과 발표에서 실험이 인체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 단계 실험으로 효과를 단정지을 수 없음에도 소비자에게 코로나19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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