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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앞에선 일단 멈추세요?"…실제 도로 현장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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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부 속도 낮추는 '안전속도 5030' 17일 시행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화 제도 도입 예정
실제 현장에서는 보행자와 차량 '눈치싸움'…아찔한 상황도
횡단보도 '멈춤' 정착 필요…교통흐름과의 조화도 관건

도심부 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제도가 17일 시행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주행이나 차량 우회전을 할 때 운전자에게 일시 정지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올해 안에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3081명으로 197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보행자 사고'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3년 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 사망자는 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및 우회전 '일시 정지' 제도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역 인근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한 차량이 시민들 사이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사건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우회전 일시정지?…차들은 '쌩쌩'

15일 오전 8시 50분 서울 서대문역 인근의 한 횡단보도. 출근 시간인 만큼 시민들은 분주하게 횡단보도를 오고 가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신호등이 없는 탓에 보행하는 시민들과 차량 간의 '눈치싸움'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차량 대부분은 횡단보도에서 일시정지를 하기 보다 서행하며 횡단보도를 통과했다. 서행하지 않고 길을 건너는 시민을 아슬아슬하게 스쳐가거나, 앞차를 꼬리물기하며 들어오는 차량도 종종 보였다. 길을 건너기 전 차량이 머리를 들이밀며 지나가자 한 시민은 인상을 찌푸렸다.

CBS노컷뉴스가 1시간 동안 차량 현황을 살펴본 결과 횡단보도에서 일시정지를 하지 않은 차량은 38대에 달하는 반면, 정지한 차량은 3대에 불과했다. 특히 오토바이 등 이륜차의 경우 서행을 하지 않고 빠르게 횡단보도를 통과해 지나가는 아찔한 모습들이 포착됐다.

횡단보도를 지나던 김선화(56·여)씨는 "차들이 먼저 가면 먼저 보내게 된다. 그게 속이 편하다"며 "횡단보도에서 일시정지를 하는 법이 생기면 더 안전하고 너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강남 교대역 인근 횡단보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신호등이 없는 상황에서 우회전까지 가능한 횡단보도일 경우 더욱 아슬아슬한 상황이 나타났다. 보행자를 뒤늦게 발견한 차량이 횡단보도 절반을 지나서 멈추는 경우도 있었다. 건너오는 보행자와 차가 뒤엉켜 지나가는 일도 빈번했다.

인근에서 만난 시민 박지은(31·여)씨는 "사람이 지나가면 멈춰야 하는데 오히려 더 빠르게 지나가니까 치일 뻔한 적도 있다"며 "법적인 제재나 어떤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운전자도, 보행자도 되게 힘든 상황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보행자 안전을 위한 '일시 정지'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운전자가 의무적으로 일시 정지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건너려고 할 때'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교차로 우회전의 경우 현행 법상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으면 서행하며 지나갈 수 있지만, 향후 횡단보도 앞에서 무조건 일시정지를 하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도로상에는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는 경우에도 그대로 우회전을 하는 경우가 빈번한 상황이다. 강남 교대역 인근 교차로에는 우회전이 가능하다는 표지판이 있을 뿐, '보행자 우선'이라는 문구를 찾기 어려웠다. 방향 지시등 조차 켜지 않고 우회전을 하는 차량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시민 채명환(67)씨는 "사람이 먼저지 차가 먼저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 정지한 상태에서 사람이 다 지나고 난 다음에 안전하다고 생각할 때 출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김경희(84)씨는 "노인들은 걸음이 느리고 지팡이도 짚는데, 진짜 위험하다"며 "(우회전을 할 때) 당연히 멈춰야 한다"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 교대역 인근 도로에서 한 차량이 일시 정지 없이 우회전 하고 있다. 사진=사건팀

 

◇"교통 체계도 함께 바꿔야"…교통흐름 조화 관건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7~2019년) 전체 보행 사망자 중 56.8%(2536명)가 횡단 중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40%인 1000명은 횡단보도 안에서 사망했다. 프랑스, 독일, 호주 등에서는 횡단보도 일시정지 제도가 이미 정착돼 있는 상황이다.

아주대 유정훈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외국에서는 빨간색 스탑 사인이 제일 중요한 교통신호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유명무실"이라며 "운전자들은 횡단보도에서는 서행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서는 '컴플리트 스탑'(complete stop)이 이뤄져야 하고, 정지 신호 등 교통 체계도 같이 바꾸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제도가 도입 예정인 만큼, 교통 흐름과 보행자 안전을 조화롭게 정착시키는 것도 관건이다.

마을버스 운전기사인 정종균(68)씨는 "좋은 제도지만, 저 사람이 건널 사람이다 판단을 하기가 애매할 때도 있을 것 같다"며 "교통 흐름이 정체될 수도 있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시민 오모(28)씨는 "운전자는 밤 같은 경우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중 도로교통법 및 시행규칙 개정으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와 우회전 시 일시정지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 안착을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고, 특히 횡단보도 일시정지의 경우 교통흐름을 감안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먼저 시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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