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선생님! 지금 행복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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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행복하시죠?"

지난 해 4월 지하철 출근길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인사를 해왔다. 이내 내 손을 잡고 흔들며, "선생님 어디 가시는 길인가요?"라고 물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재직 중 고교 1학년 수업 중에 만난 학생이었다.

조용했고 성적으로도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고 별 말이 없는 편이었다. 항상 구석에 앉아 공부에 열의를 보이지도 않았고,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은 적도 없었다.

30년 남짓 교직 생활하면서 후회되는 것은 공부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진지한 상담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상담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학생도 학교에서 보았을 땐 기억에 남을만한 성적도, 특기도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내가 교사 퇴직 후 5호선 출근길에선 가끔 만났다. 덩치만큼 크게 웃으며 자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나는 기억도 못하는 이야기를 하며 내게 물었다.

"선생님 지금 행복하세요?" 선생으로 근무할 때, 상담했던 학생들에게 행복하라고 하면서 상담을 마치는 습관이 있었다. 습관적으로 하는 주문 같은 것일 뿐이었다. 학생은 이 말을 기억해내곤 내게 물어온 것이었다.

한 번은 이 학생이 2학년 2학기 중간고사 후 진로진학상담실로 나를 찾아왔다. "선생님! 저 대학 보내주세요."다짜고짜 내게 말하는 학생을 보고, 무엇이든지 관심없던 것처럼 보이던 1학년 시절의 모습이 겹쳐져 좀 놀랐다.

"네가 좋아하는 게 뭔데, 무슨 일을 하고 싶니?""저는 공방을 하고 싶어요"

수 년이 지났지만 생각해 보니 학생이 앉은 자리에는 지우개 조각들이 있었다. 나는 지우개 조각들로 지저분해진 책상을 보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조각가가 되고 싶은 거냐고 말했다. 학생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지하철 퇴근길에서 만난 그 학생의 이야기는 이랬다. 결국 그 학생은 3학년을 보내고 수능시험 이후에 성적에 따라 지방 일반대학 IT계열 학과에 들어갔다. 하지만 매일 긴 시간을 통학하면서 왜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됐고, 결국 한 학기도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 그는 전문대학 졸업반 휴학생으로 실내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가는 방향이 같아서 지하철 안에 앉아 그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학창시절 말이 없고 과묵했던 학생이던 그는 이전과는 다른 눈빛과 표정으로 자신이 다루고 공부하는 나무들에 대한 말을 이어갔다. 그 모습을 보니 현재 하는 일을 정말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요즘은 작은 공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러 곳에 있는 목공소를 다니고 있고 또 올해는 복학하고 실내인테리어 디자인 공부를 통해 나무를 가지고 아름다운 뭔가를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내가 그에게 해준 일은 몇 번의 상담, 약간의 칭찬과 격려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를 우연히 만났던 일은 내가 지향하는 교육자와 상담자의 삶이 뭔지를 돌아보는데 도움이 됐다.

자신의 동력으로 길을 만들어 나가는 학생의 변화를 보니, 변화를 이뤄내는 주체는 내가 아니라, 학생 자신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진학지원관으로 일하면서 성적이 뛰어나진 않지만 자신의 삶을 신중히 설계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난다. 특히 찾아가는 진로진학설명회와 상담을 통하여 만난 학생들 중에는 스스로 성적이 부족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꽤 있었다. 그러나 전문대학에 진학하여 공부하는 제자들은 예상보다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신성철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입학지원실 진학지원관
성적이 만족스럽진 않아도, 전문적인 지식을 공부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고 있는 것 같다. 사람마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시기는 다르다.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좋아서 역량을 보이는 학생도 있고, 고등학교 졸업 후 또는 사회에 나와서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도 많다.

필자는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일을 찾고 행복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 학생을 우연히 다시 만나면, 덕분에 행복하다고 꼭 답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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