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숙명여고 시험 유출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이 항소심 재판 심경을 묻는 질문에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욕을 하는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법정에서는 1심과 마찬가지고 직접 증거가 없다며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이관형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현모 자매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자매가 법정에 들어가기 전 청사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이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냐"고 묻자 동생 현씨는 대답 없이 들어가면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욕을 했다.
자매는 지난해 8월 1심에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동일하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에 앞서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숙명여고 교무부장이었던 아버지가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됐음에도 자매는 노력에 의한 성적향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죄질이 나쁨에도 뉘우치지 않는다"며 불리한 양형요소로 고스란히 반영한 바 있다.
자매 측은 이날 항소심 첫 재판에서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변호인은 "답안 유출 흔적이나 증거가 전혀 없이 유죄로 인정됐다"며 "업무방해와 관련해 개별 고사와 과목 별로 답안 유출 증거가 확보돼야 하는데 흔적 없이 유죄로 인정됐다"며 재판증거주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본건 범죄가 중대하고 피고인의 (범행) 증거가 명백함에도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11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관련 압수물에 동그라미로 표시한 곳에 해당 시험 문제의 정답이 순서대로 적혀있다. 이한형 기자
자매 측은 아버지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숙명여고 교사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미 증언한 바 있다"며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다음 기일에 검찰과 변호인 양 측의 주장을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듣고 한 기일을 더 지정해 피고인 신문 등 변론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자매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차례의 정기고사에서 아버지이자 당시 숙명여고 교무부장이었던 현모씨와 공모해 시험문제와 답안을 유출해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2017년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까지 자매의 성적은 전교생 451명 중 언니는 121등, 동생은 59등으로 중상위권에 위치했지만 이후 성적이 급상승해 1년 뒤 언니는 문과 1등, 동생은 이과 1등을 각각 차지했다.
이같은 이례적인 성적 급상승에 비해 같은 기간 모의고사나 학원 성적은 정기고사 성적에 크게 못 미쳐 부정행위 의혹이 불거졌고 수사 결과, '정답 깨알 메모', '풀이과정 없이 답만 적힌 시험지' 등 의혹을 뒷받침할 간접 증거들이 발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