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보터 된 2030 "보수화? 민주당 찍으면 진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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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의 반란…'신자유주의 적폐 정권 탄생에 일조?'
대선에 이어 총선까지 여권에 표 몰아줘…1년 만에 이탈
"자칭 진보에 돌아서면 보수? 그때그때 유동적 선택일 뿐"
"공정 프레임만으로? 하나로 답할 수 없는 게 2030 가치"
복합적 DNA의 2030세대, 우리 사회 스윙보터로 남을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정훈 기자 (CBS 심층취재팀)

◇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김정훈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여당의 참패, 야당의 대승으로 끝난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살펴보겠다고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지난 4.7 재보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 사퇴를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왼쪽), 서울시청에 출근한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 윤창원·박종민 기자

 

◆ 김정훈>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갖가지 분석들, 평가들이 나오는데요. 그 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건 2030세대의 반란이 아닐까 싶습니다.

◇ 김현정> 정말 특징적이었어요. 원래 20대 30대 청년 세대는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 그래서 진보적인 정당에 표를 준다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20대 남성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72.5% 거의 몰표에 가깝게 여성들, 2030 여성 전체적으로 봤을 때 높은 표를 줬어요.

◆ 김정훈> 선거 운동 기간에도 그런 관측이 있었죠. 결과를 보니 현 정부 여당에 등을 돌린 2030세대의 표심이 더욱 도드라졌고요. 그런데 야당을 지지하는 청년들을 두고 "본래 극우다, 신자유주의 피해자들이 새로운 신자유주의적 적폐 정권 탄생에 일조하고 있다" 이런 비난을 쏟아내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의 박노자 교수가 자신의 SNS에 그런 글을 올렸어요.

◆ 김정훈> 그런 주장들이 인터넷에는 꽤 많이 보였는데요. 과연 이번 선거에서 야당을 찍은 청년들은 태생적 보수이고, 신자유주의 사상에 물들어서 이런 선택을 했던 걸까요? 2030세대의 진짜 생각들이 궁금했고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궁금했습니다. 오늘 훅뉴스에서는 새로운 스윙보터로 등장한 2030세대를 깊이 분석해보겠습니다.

◇ 김현정> 스윙보터, 상황과 사안에 따라서 표를 주는 내 표를 행사하는 사람들을 스윙보터라고 하는데요. 새로운 스윙보터로 등장했다고 했는데, 2030세대의 선택은 왔다갔다 하지 어느 한쪽으로 편향돼 있던 것은 아니라는 얘기예요.

그래픽=김성기 기자

 

◆ 김정훈> 그렇습니다. 연령대별 표심은 출구조사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TV 3사가 함께 시행한 출구조사에서는 18, 19세를 포함한 20대 유권자의 55.3%, 30대 유권자의 56.5%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선택했다고 밝혔습니다. 50대 유권자의 경우 55.8%가 오세훈 후보를 꼽았는데, 30대는 그보다 더 높은 비율로 보수 정당의 후보를 선택한 거예요. 그런데 이들이 원래 보수 성향이었을까요? 1년 전 총선 때 실시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을 택한 20대의 비율은 32.0%, 30대의 비율은 29.7%에 머물렀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현재의 여당이 압승을 했었고요. 4년이라는 시간을 감안해야 하지만 지난 대선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그때 문재인 대통령은 40%의 득표율로 당선됐는데 세대별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인 건 30대였어요.

◇ 김현정> 30대 56.9%, 20대 47.6%. 다른 후보에 비해서 월등히 많이 문재인 후보한테 표를 줬네요. 20~30대가요.

◆ 김정훈> 맞습니다. 이러니 20~30대가 태생적인 보수다, 신자유주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신자유주의적인 적폐 정권에 항상 표를 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겁니다.

◇ 김현정> 청년들이 보수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거에요. 표로서, 데이터로서 말씀해 주셨어요. 그러면 왜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 불과 1년 전과 다른 선택을 했을까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일인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aT센터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관계자들이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 김정훈> 그래서 심층취재팀이 이번 4·7 보궐선거 전날과 당일 2030세대를 두루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대번에 현 정부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부터 꺼내놓더라고요.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솔직히 말해서 LH 사태가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부동산 문제가."(오모씨. 30대男)
"정부 정책이라든가, 그런 게 제대로 되고 있는 것 같지 않고. 서울이나 전체적인 경제가 안 좋은 것 같아서 그냥 바꿨으면…한번 바꾸는 계기가 필요할 것 같아서."(김모씨. 30대女)
"아무래도 공정하지 못하게 눈에 보이게 되니까 자꾸 돌아서는 것 같아요."(조모씨. 20대男)
"뭐 나아지는 상황이 별로 없는 것 같더라고요. 초반에 약속한 것과 말이 너무 달라서."(최모씨. 20대男)

◇ 김현정> '정책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다', '공정하지 못하다', '약속한 것과 말이 다르다' 젊은 세대들의 따끔한 지적이네요.

◆ 김정훈> 이들은 또, 청년이 너무 보수화한 것 아니냐는 시각에는 대체로 동의하지 않더라고요. 사실 이들은 '진보'냐 '보수'냐 개념 자체도 어색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이 얘기들도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보수화라기보다 어떻게 보면 지금 자칭 진보세력을 주장하는 그쪽 정부랑 여당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반대쪽으로 가는 게 전 보수화라고 볼 순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그 사람들이 잘못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지 보수화라고 딱히 보진 않아요."(최모씨. 20대男)
"보수화된다기보다는 현재 정권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을 지지하려는 심경의 변화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조모씨. 30대男)

◇ 김현정> 이 이야기는 우리가 보수화한 게 아니다. 그럼 지금 민주당 뽑으면 진보냐? 그들은 제대로 된 진보냐라고 물음을 던지는 거네요.

◆ 김정훈> 그렇습니다. 바꿔 말하면 보수 야당의 지지층으로 묶이기도 원치 않는다는 거예요. 그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겁니다. 이 얘기를 정치권이 잘 새겨들어야 할 것 같은데, 들어보시죠.

[녹취]
"2030은 되게 유동적인 거 같아요. 제 주변만 봐도 그냥 정말 그걸 잘 실행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판단을 유동적으로 하는 집단인 거 같아요. 저도 그렇고요."(김모씨. 30대女)
"무조건적으로 찍어주는 게 아니라 잘못하면 돌아서는 속도가 아버지나 그런 분들보다는 좀 더 빠른 거 같아요."(조모씨. 20대男)

◇ 김현정> 사안과 상황에 따라서 선택이 유동적이다. 당을 정해서 무조건 이 당을 찍는다는 것은 아니에요.

◆ 김정훈> 그렇습니다. 그리고 잘못하면 다른 세대보다 더 빨리 돌아선다. 앞서 지난 대선부터 지난해 총선, 그리고 이번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2030세대의 선택을 보여드렸는데요. 이 말을 듣고 보면 이해가 되는 면이 있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연설을 한 청년들과 손을 잡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 김현정> 이렇게 보면 정치인들에게 2030세대는 훨씬 더 어려운 세대가 되는 거에요. '2030세대는 어떻다' 이렇게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거잖아요.

◆ 김정훈> 기존의 정치 문법으로는 이 세대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일각에선 이들이 '역사적 경험치가 낮다'고 폄하했지만, 오히려 과거의 부채의식이 없다는 점에서 자유롭게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특징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이재묵 교수의 말로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이재묵 교수]
"우리나라를 보면 정치적으로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이제 소위 산업화 세력하고 민주화 세력이잖아요. 그 세력을 계승하는 정당이 국민의 힘이고 민주당이잖아요. 상대적으로 2030세대는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게 아닌가.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개인주의적 속성 속에서 소속감이 없는 건 아니에요. 소속감의 종류가 다른 게 아이템이나 어젠다나 이런 것들을 중심으로 때로는 자유롭게 네트워킹하는 그런 개인들이 아닌가…"

◇ 김현정> 각각의 이슈나 아젠다에 따라 이리 묶이기도 하고 저리 묶이기도 한다? 기성 정치인이나 중장년 유권자들처럼 '나는 진보야', '나는 보수야' 이렇게 규정할 수가 없다는 거네요. 수시로 변하기도 하고, 하나의 키워드로 정의할 수도 없고요.

◆ 김정훈> 네, 저희가 만나본 20대들은 정말 다양한 정치, 사회적 이슈를 바탕으로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그들의 관심사나 정치적 성향을 두어가지 키워드로 묶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 김현정> 예를 들면요?

◆ 김정훈> 현 정부 대북 정책에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20대 남성도 꽤 만나볼 수 있었고요. 박원순 전 시장 성비위 문제를 지적하는 20대 여성도 많았습니다. 일자리나 부동산 문제, 문재인 정부 인사 등 각각이 주목하는 이슈가 흩어져 있었습니다.

◇ 김현정> 2030세대 각자가 관심 갖는 개별 사안들이 매우 다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옥수나들목 한강공원에서 자전거유세단과 동행 유세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 김정훈> 네. 각기 다양한 분야의 의견들이 공교롭게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으로 묶이게 된 측면도 있고요. 그래서 20대, 30대가 개인주의적인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뭉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죠.

◇ 김현정> 그렇겠네요.

◆ 김정훈> 그런 2030세대 입장에선 기존 시각으로 자신들을 한마디로 정의하려는 모습을 얼마나 답답하게 느꼈겠습니까. 젊은 정치인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비영리단체, '뉴웨이즈'라고 있거든요. 이 단체의 박혜민 대표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
"(2030이 원하는 핵심 가치는 뭐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그걸 하나로 답할 수 없다는 게 2030의 가치 아닐까요? '공정 프레임으로 2030을 다 설명할 수 있어' 라는 모든 생각들이 굉장히 단편적 시선들로 2030을 해석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기성세대가 얘기하는 진보 보수 프레임이, 거대 양당에서 '1번이야 2번이야?'라고 질문하는 것과 가깝잖아요. 차별성을, 과연 2030이 명확하게 느끼고 있을까?"

◇ 김현정>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 여당과 야당에서 현격한 차별성을 느끼지도 않는다는 건데요. 굉장히 유연하면서도 색깔이 다양하고, 그러면서도 때로는 결집해서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유권자 층이네요.

◆ 김정훈> 그 2030세대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허리 역할을 할 텐데요. 이들은 그 독특한 DNA를 바탕으로 스윙보터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네요. 이 부분은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의 홍형식 소장의 말로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
"문화적으로만 보면 자유주의적인 성향이 있어요. 경제적으로 보면 시장 경쟁을 받아들이니까 보수예요. 복합적인 우리나라 특유의 다양한 문화들을 체내화시킨 그런 세대들이에요. 자기네들의 이해관계나 자기네들의 경향점이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따라서 거기에 맞춰 표심을 정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과거의 40대 같은 역할을, 스윙보터의 역할을 하면서, 캐스팅보트가 지금 2,30대로 넘어온 거예요. 제가 볼 때는 스윙보터로 당분간 남을 겁니다."

◇ 김현정> 거기서 거기라면 여기에 표를 줬는데 잘 못하는 것 같으면 바로 갈아타서 저쪽에 표를 주는 거고 저쪽 줬는데 또 못하면 바로 이쪽에 주는 이런 정치 소비자가 된다는 거잖아요.

◆ 김정훈> 정치인들이 이 부분을 깊이 인식해야 하는데요. 1년 전 총선에서 여당을 압승하게 했다가, 이제는 여당을 완패하게 했는데요. 1년도 안 남은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들의 선택이 어떠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죠. 이번에 2030세대로부터 뜻밖의 지지를 얻은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 점을 깊이 인식하겠다고 했는데요. 상기 차원에서 앞으로도 잊지 말라는 차원에서, 오세훈 시장의 선거 유세중 발언 한 대목을 다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녹취: 오세훈 서울시장]
"우리 이 청년들 앞에서 정말 똑바른 정치, 올바른 정치, 미래의 비전을 그려가는 정치를 하지 않으면 이 젊은 친구들이 언제 또 우리를 향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낼지 두렵지 않으세요?"

4.7 재보궐선거 투표일인 지난 7일 서울 중계본동제4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박종민 기자

 

◆ 김정훈> 2030세대가 언제든 누구를 상대로든 회초리를 들, 스윙보터 유권자 층으로 남는다면 우리 정치가 한단계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생기고요. 그 두려움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쪽이, 결국 지지를 얻게 될 것입니다.

◇ 김현정> 오늘 훅뉴스, 4·7보궐선거의 판도를 뒤흔든 2030세대를 조명하면서 앞으로의 우리 정치 전망까지 해봤습니다. 여기까지 듣죠.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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