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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00인분 튀김요리"…급식실 노동자 '폐암死' 첫 산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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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권선중서 12년간 근무…사망 3년 만에 '업무상 질병' 승인
"2016년부터 환기시설 불량해 연기 정체…개선 요구했지만 방치"
"경기도교육청 사과 한마디 없어…급식실 근무환경 전수조사해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교육청의 공기순환 장치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 공기질 개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사로 근무하다 폐암으로 숨진 노동자가 환기시설 불량 등 근무환경에 따른 '직업성 암'을 인정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학내 급식 조리사가 폐암으로 인한 사망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최초 사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6일 서울 서대문구 마트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해 4월 학교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는 '세월호 참사'와 함께 또 다른 아픔이 있다. 급식실에서 근무하던 조합원 A씨가 폐암으로 사망한 날이기 때문"이라며 "다행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난 2월 23일 A씨의 폐암사망 사건에 대한 업무상 질병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A씨는 경기도 수원 소재 권선중학교에서 지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조리실무사로 근무했다. 그는 학생들의 점심 제공을 위한 조리작업을 주로 맡았지만 검수 및 세척작업 등도 담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튀김이나 구이 등의 요리를 위해 고온의 열기 속에 하루 수시간을 일해야 했던 A씨는 2017년 4월 28일 가톨릭대 성 빈센트병원에서 원발성 폐암을 진단받은 뒤 1년 만인 이듬해 4월 끝내 숨졌다.

유족들은 네 달 만인 같은해 8월 산재보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신청서를 근로복지공단 수원지사에 제출했고, 꼬박 3년 만에 고인의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유족들은 지난 2016년부터 학교 급식실 내 환기시설이 불량해 조리 연기가 계속 정체돼 있었다고 전했다. 권선중에서 제출한 사실관계 확인서에 의하면, 학교 측은 고인이 암 판정을 받기 직전인 2017년 3월에서야 후드 및 천장 창소 작업을 진행했고, 같은 해 7월에 배기를 보강하고 급기 닥트(공조 대상에 공기를 공급하는 데 사용되는 장비)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를 비롯한 급식실 근무자들이 환기시설 미비 등의 상황을 들어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이를 1년 넘게 방치하다 피해자가 나오고 나서야 조치를 취한 셈이다.

이 사건을 대리한 김승섭 노무사는 "A씨가 진단받은 폐암(비소세포암)은 흡연과 관련 없는 암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흡연경력도 없다. 유해시설 주변에 거주한 적도 없었고, 특이한 가족력도 없었다"며 "조리사 근무이력과 후드가 노화되고 환기가 잘 안 되는 작업 환경 외엔 폐암의 다른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근무환경으로 A씨는 근무기간 동안 다수의 호흡기 질병으로 병원진료를 받은 바 있다. 권선중에선 조리사 1명당 급식인원이 100명 이상이었다"며 "다른 공공기관의 급식 자료도 찾아봤는데 (권선중이) 2배에서 5배 정도 배식인원이 더 많았다. 이런 음식을 한번에 조리할 때 600~700인분을 요리해야 하고 다량의 음식연기에 노출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6일 서울 서대문구 마트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당국에 급식실 노동자들의 산재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의 전문조사 심의결과에 따르면, A씨는 폐암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고온의 튀김, 볶음 및 구이 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흄'(Cooking fumes)에 낮지 않은 수준으로 노출돼 발병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주 2~3일간 이같은 요리를 계속 수행하는 과정에서 각종 발암물질을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시간 유기화합물 농도를 측정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 모든 물질에서 조리가 있는 오전의 농도가 오후에 비해 높았고, 오전 중에도 솥을 이용한 조리가 있을 때 농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장조림 데침과 조림이 있었던 날에는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농도가 346ppb로 고용노동부 노출기준(300ppb)을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6년 9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식단표를 검토한 결과, 총 조리일수는 84일이었고, 튀김·볶음·구이 요리가 포함된 일수는 68일로 81%에 달했다.

권선중에서는 A씨 외 다른 발병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7년 5월 근무 중 쓰러져 병원으로 호송돼 뇌출혈 판정을 받은 B씨가 단적인 예다. 처음부터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지 못한 B씨는 소송을 통해 산재를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다 다른 학교로 옮긴 조리실무사 중에도 폐암으로 투병하며 산재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C씨 등도 있다고 노조는 전했다.

급식실. 연합뉴스

 

경기도교육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근로자대표인 최진선 경기지부장은 "아이들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숨도 쉬기 어려운 고통을 감내해야 했을 고인과 동료들의 아픔을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럽다"며 "수차례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번번이 예산을 이유로 게으르고 무책임한 방치로 조치를 미뤄온 교육당국은 여전히 자신과 무관한 일인 양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노조는 이 사건을 '제2의 삼성 백혈병 산재사망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급식실 노동자들은 발암물질과 함께 작업하며 중량물과 고온, 물과 화기로 인해 절단사고, 화상사고와 골절 등을 안고 살고 있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상 산재 처벌대상에 급식실이 전면 포함됐음에도 산업안전보건위는 현재 17개 시·도 교육청 중 11개만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교육자로서 양심이 있다면 고인의 유족들에게 사과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며 "노조는 먼저 학교 급식종사자 직업성 암환자 찾기 사업과 집단 산재신청을 시작하고,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의 산업안전보건위 미설치 등 법위반 사항에 대한 고소·고발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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