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아이들과 교사들이 먹는 음식물 등에 모기 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성분이 든 액체를 넣은 혐의로 입건된 서울 금천구 소재 유치원 교사 A씨가 직위해제 처분에 반발해 제기한 처분 취소 소청이 기각됐다.
4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달 10일 A씨가 제기한 직위해제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서울 남부교육지원청이 지난해 12월 A씨의 직위를 해제하자, A씨는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청 심사를 청구했다. 교육부가 이를 기각하면서 A씨의 직위해제 효력은 유지된다.
A씨는 아이들의 급식 통 등에 모기 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성분이 든 액체를 넣은 혐의(아동학대·특수상해 미수)로 지난해 11월 입건됐다. 그는 다른 교사의 물건 등을 훔친 혐의(절도)도 받는다. 유치원 CC(폐쇄회로)TV에는 A씨가 급식과 물, 간식 등에 액체와 가루를 넣어 손가락으로 섞는 모습이 포착됐다. A씨는 유치원에서 4년여 동안 특수학급 담당 교사로 근무했다.
앞서 경찰이 A씨의 책상에서 발견된 약병들의 성분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모기 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성분 등이 검출됐다. 계면활성제는 화장품, 세제, 샴푸 등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이다.
이한형 기자
경찰 수사는 6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지난 1월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청하며 반려했다. A씨가 '어떤 액체를 넣었는지' 등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A씨의 1년 치 카드 사용 내역을 들여다보며 액체 구매처 등을 파악하고 있다. A씨가 사용한 카드는 여러 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는 다소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서는 "액체를 구매할 때 주로 현금을 쓰지 않았겠나" 하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달 말쯤 A씨에 대한 5차 대면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아이들의 급식 등에 넣은 액체가 물, 자일리톨과 생강 가루였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교육청도 A씨 징계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남부교육지원청은 지난 2월 28일 서울시교육청에 A씨에 대한 중징계 요청안을 2차로 제출했다. 시 교육청은 3월 8일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가 미흡하다는 등의 이유로 반송했다. 시 교육청은 앞서 남부교육청이 2월 1일 중징계 요청안을 처음 제출할 때도 같은 취지로 돌려보낸 바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아동은 17명가량이다. 이들은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 검사 결과 유해한 항원에 대한 반응으로 생기는 혈중 면역글로불린(Ig)E 수치가 정상인보다 2~14배 높았다.
피해 아동의 부모들은 A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금천구 병설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유해물질을 먹게 한 특수반 선생님의 파면과 강력한 처벌을 요청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청원인은 "급식을 먹은 아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두통, 코피, 복통, 구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며 "수년이 흐른 후에 아이들에게 닥쳐올지 모르는 끔찍한 질환을 생각하면 부모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눈물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가해자는 아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자임에도 범행을 해놓고는 일말의 반성도 없이 어떻게든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병설 유치원의 CCTV가 의무 설치가 아닌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그 교사가 지나쳐온 수많은 아이와 교사들도 범죄의 대상이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소청 기각은) 연결된 내용이기 때문에 (추후 징계위에) 충분히 참고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 아동과 교사들에 대해서는 학교안전공제회 등을 통해 치료비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