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고경민 기자
생후 7개월 여아를 때리고 바닥에 던지는 등 학대해 살해하려 한 친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친모의 혐의를 학대에서 살인미수죄로 변경해 송치할 예정이다.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친모 외국인 A(20대·여)씨를 긴급체포해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익산시 영등동의 자택에서 아동의 얼굴과 머리를 손바닥과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고 바닥에 던지는 등 21회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A씨는 지난 12일 정오쯤 아이가 깨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손으로 얼굴을 때리고 바닥에 강하게 내동댕이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약 1m의 높이에서 여아를 바닥으로 반복적으로 강하게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이날 퇴근 무렵인 오후 8시쯤 친부가 여아의 이상 상태를 알고 병원으로 옮기면서 불거졌다.
직장에서 퇴근한 친부는 여아를 소아과로 옮겼으나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들은 병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119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다음날 신변 미상의 인물로부터 '뇌사 상태의 아동이 있는데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친모 A씨의 진술과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학대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19일 A씨를 긴급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학대가 3개월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친모 A씨의 범행으로 뇌사에 빠진 7개월 여아는 병원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아동의 주치의는 '경막하 출혈과 망막 출혈, 좌뇌 전체, 우뇌 전두엽, 뇌간, 소뇌 등 전체의 3/4에 해당하는 광범위한 뇌손상과 뇌압 상승으로 인한 뇌사'라는 소견을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아동을 던져 뇌사에 이르게 한 점, 던진 횟수와 가속력으로 볼 때 살인행위로 볼 수 있다"는 법의학자의 소견을 바탕으로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경찰은 당초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에서 살인미수죄로 혐의를 변경해 오는 30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외국인인 A씨와 친부는 지난 2019년 11월 외국에서 결혼한 뒤 입국했으며, 이듬해 8월 아이를 출산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어 외국에 있는 본인의 어머니와 함께 양육할 계획이었다"며 "올해 1월 초 코로나19로 인해 비자발급이 중단돼 어머니의 입국이 어려워졌다"고 진술했다.
다만 경찰은 친부를 학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를 했으나 친부가 범행에 가담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친부는 친모에게 "한국은 아이에게 조금만 잘못해도 경찰의 수사를 받고 처벌받는다"고 여러 번 말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범행은 친부가 출근한 사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경찰청 심남진 여성청소년수사대장은 "여아가 이상증세를 보여도 학대행위를 멈추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충분하다고 보고 살인미수죄로 죄명을 변경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