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윤창원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후 두 달 넘게 심혈을 기울인 조직 구성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김진욱 공수처장이 공언해왔던 '4월 초 수사'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 공수처, 조직 구성 마무리…검경과 사건이첩 등 놓고 협상
28일 공수처에 따르면 김 처장은 지난 1월 21일 출범 뒤부터 공수처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구축을 위해 총력을 쏟아왔다.
2개월 넘는 작업 결과 하드웨어인 검사·수사관 채용 등 인적 구성 작업은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지난주 19명을 뽑는 평검사 임용을 위해 면접과 대통령 추천을 1차로 완료했고, 다음 달 2일에는 4명을 뽑는 부장검사 추천 절차도 매듭지을 예정이다.
공수처가 예정대로 검사 후보자 추천을 마무리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 주 공수처 검사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검사 후보자를 추천하는 인사위원회에서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 때처럼 야당 위원이 '비토권'을 행사하며 공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비교적 순탄한 상황이다.
'소프트웨어'인 사건·사무규칙 마련 작업도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수사 시작부터 기소·공소 유지 등 전 과정의 세부 절차를 규정하는 이 규칙의 시안은 공수처 내부적으로 이미 마련한 상태다.
공수처는 29일부터 이 규칙에 대한 검경의 의견을 듣는 '3자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3자 협의처에서 논의 핵심은 공수처법에 따른 사건이첩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4월 수사' 험로 예고…신임 검사 교육 등 시간 필요할 듯
이번 주 조직 구축 마무리 작업이 순조롭게 끝난다면 공수처는 김 처장의 말처럼 다음 달 초부터 수사에 착수할 여건을 완비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공수처를 둘러싼 상황을 보면 아직 수사에 착수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단 3자 협의체 논의는 검사 기소 관할권을 놓고 검찰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재이첩하는 과정에서 핵심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 등 검사에 대한 기소권을 두고 이미 양 기관이 충돌한 바 있다.
그렇다고 사건·사무규칙 없이 '허점'이 많은 공수처법만을 근거로 수사에 착수할 수도 없다. 검사 임용이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즉시 수사에 착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수처법상 공수처 검사 중 '즉시 전력감'인 검찰 출신은 정원의 절반을 넘을 수 없다. 법이 허용하는 12명을 수사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으로 채운다고 해도 김 처장과 여운국 차장을 포함한 나머지 13명은 수사 경험이 부족하는 한계가 있다.
공수처는 신임 검사들을 법무부 산하 법무연수원에서 교육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수사에 본격 투입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이러한 악조건을 정면 돌파하며 김 처장의 수사 착수를 관철할 수도 있다. 사건·사무규칙 제정권은 공수처 소관 사항이어서 공수처가 검사 기소권을 사실상 독점하는 방향으로 밀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팀도 비록 '100% 전력'은 아니지만, 이미 검찰로부터 수사관 10명을 파견받은 데다 경찰에서도 수사관을 받기로 해 수사 착수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게 공수처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