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8월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연합뉴스
북한이 불법적인 핵·탄도 미사일 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연간 상한선인 50만 배럴의 몇배 넘는 정유제품을 반입하는 등 유엔 제재를 지속적으로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지난해 8월4일~올해 2월5일)에 따르면 북한은 안보리 결의를 통해 금지된 핵과 탄도미사일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보고서는 회원국이 제공한 정보에 근거해 북한이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하고 있고 실험용 경수로도 계속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태풍 피해를 입은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우라늄 농축시설로 의심되는 강선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보고서는 탄도미사일의 경우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과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 등으로 볼 때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진체가 액체에서 고체로 바뀌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미사일 능력이 진전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1월 14일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를 기념 군 열병식. 뉴스1 제공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뿐 아니라 중·단거리 미사일에도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수준이 됐고, ICBM의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능력 여부는 불확실한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북핵과 미사일 능력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기관은 아니고 국제사회의 일치된 견해라고 보는 것도 무리"라며 분석 결과를 절대시하는 것은 경계했다.
북한은 또 지난해 1~9월 동안에만 121차례에 걸쳐 안보리 결의 연간 상한선인 50만 배럴의 몇배를 상회하는 정유제품을 반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불법적인 석탄 수출도 계속 이뤄져 같은 기간 최소 400회 이상의 운송을 통해 최소 250만 톤을 수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부분 운송은 중국 닝보 저우산 항을 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적인 선박 선사 활동도 지속돼 국제해사기구(IMO) 번호나 선박명을 위장·도용하거나 외관 페이트 칠 변경 등 다양한 제재 회피 행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다수 국가가 제공한 정보를 근거로 북한의 조업권 거래도 계속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안보리 결의를 통해 전원 송환해야 하는 북한의 해외노동자도 일부 국가에서 건설, 의료, 식당, IT 등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보고서는 북한이 2019~2020년 사이버 공격을 통해 3억 2천만 달러로 추정되는 가상화폐를 절취하는 등 금융분야에서도 불법 행위를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도입한 것으로 보이는 벤츠나 렉서스 등 고급 차량과 싱가포르 당국이 압류한 와인 등 북한의 사치품 수입에 대해서도 경위를 조사했다고 기술했다.
보고서는 이밖에 코로나19로 인한 북한 국경봉쇄와 여행 제한조치로 유엔기구나 비정부기구(NGO) 등이 인도적 활동이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보고서는 한국의 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우리 국적 선박이 북한에 수출될 정유제품을 환적한 혐의 등이 제기됐지만 사실관계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