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경찰. 고상현 기자
국가 경찰과 자치 경찰 사무를 총괄할 '제주도 자치경찰위원회' 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했지만 갈등을 빚어온 국가경찰과 제주 자치경찰의 감정싸움은 계속됐다.
제주도의회는 25일 제393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제주도 자치경찰사무 및 자치경찰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을 찬성 32명, 반대 2명, 기권 3명으로 가결했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제주의 자치경찰 사무를 감독하는 합의제 행정기구로 자치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과 함께 교통과 생활안전 등 국가경찰의 자치경찰사무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는다.
이날 통과된 조례안은 그동안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며 갈등을 빚은 제2조 제2항을 의무화했다.
자치경찰사무를 개정할 때 제주도지사와 제주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를 '청취해야 한다'로 의무화한 것이다.
국가경찰은 제주도가 사전 협의도 없이 자치경찰사무를 독단적으로 개정할 수 있기 때문에 '들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을 둬야 한다고 주장해 온 반면 제주자치경찰은 국가경찰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위원회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의무화 규정을 반대해 왔다.
조례안은 또 제9조를 신설해 제주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은 제주도의회가 요구하면 출석해 답변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제7조 1항 실무협의회 구성에 자치경찰위원회와 제주도, 제주경찰청 공무원 외에 제주도교육청 공무원을 추가했다.
이날 조례안이 도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20명의 직원을 둔 자치경찰위원회는 4월부터 가동되고, 7월부터는 제주형 자치경찰제가 본격 운영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가경찰과 제주도는 조례안이 통과된 이날에도 감정 싸움을 이어 갔다.
제주경찰청은 25일 오전 입장 발표를 통해 "요구한 내용 중 일부만 조례에 반영돼 아쉽다"며 "일방적'으로 추진된 이번 조례안에 대해 7가지 수정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반영된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도의회 심사 과정에서 제2조 2항 '들을 수 있다'를 '청취해야 한다'로 바뀐 건 말고는 수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주경찰청은 또 "조례 제정 과정에서 협의가 없었고 만들어진 안을 국가경찰에 알려와 일부 수정을 자치경찰에 요구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주경찰청은 이어 "경찰법 개정에 따라 국가경찰은 국가사무, 수사사무, 자치사무 등 3개 사무를 나눠 맡지만, 이번 조례안에 자치사무를 맡는 직원들을 위한 복지·지원 정책에 대한 세부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곧바로 반박 자료를 발표하고 '일체 사전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는 국가경찰의 주장에 대해 "국가경찰과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2월 3일 제주경찰청으로부터 표준 조례안을 받아 3월 4일 조례안을 제출하기 전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제주청과 협의하는 절차를 가졌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또 '지난 23일 조례안 쟁점사항을 합의해 도의회에 제출했으나 자치경찰이 수용을 거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도의회 중재를 통해 실무자 간 논의 절차를 거쳤지만, 상호 합의했거나 합의안을 도의회에 제출한 사실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오히려 제주경찰청에서 일방적으로 논의 중이던 협의안을 합의안이라며, 도의회에 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주도는 도의회에서 숙의를 거듭한 끝에 제정된 조례안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