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뉴스]DNA 4번 해도 못믿어? 구미 3세, 대검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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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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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씨와 숨진 3세 여야…"모녀 관계, 100%에 가까워"
DNA 검사 결과 뒷받침할 정황은 여전히 확인 안돼
석씨 남편 "무슨 딸을 낳느냐…아내 의심할 이유 없어"
임신거부증? 해리성 기억장애? 가족 공모? 추측 난무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까지 자체 DNA 검사 착수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승모 기자 (CBS 심층취재팀)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김승모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승모> 안녕하십니까.

◇김현정> 구미 3세 여아 사건. 이 뉴스는 계속 알려드리고 있지만, 진전 사항이 없어서 답답했어요. 구미를 다녀오셨어요?

◆김승모> 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로 알려진 석모씨라는 인물이 사실 친모였다. 친모로 알려진 20대 여성은 이 아이의 언니였다는 충격적인 반전이 있었죠. 그렇다면 20대 여성이 낳은 아이는 어디 있는지,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많은 의문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 이후, 뚜렷한 수사 진척은 없었습니다.

지난 17일 오전 경북 구미경찰서에서 김한탁 구미경찰서장이 '구미 여아 사망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정> 친모를 확인한 DNA 검사 결과 이후 수사는 답보 상태이죠?

◆김승모> 그렇습니다. 경찰 수사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 사건을 두고 대검찰청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늘 훅뉴스 시간엔, 제가 직접 구미에서 취재한 내용 그리고 앞으로의 수사 포인트들을 짚어드리겠습니다.

◇김현정> 구미에서 현장에 가고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고, 한 발 더 사건에 들어간 상탭니다. 하나하나 살펴보죠. 우선,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여성이 숨진 아이의 친모였다는 사실은 확실한 거예요?

◆김승모>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DNA 검사 결과죠. 친자관계 확률 99.99% 이상. 심지어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검사를 다시 했지만, 같은 결과를 보였다는 겁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말씀드린 것처럼 정확도가 100%에 가깝게 정확하고, 여러 차례 검토했기 때문에 틀리기는 어렵습니다."


◇김현정> 과학자들이 이렇게 말한다면, 틀릴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라는 거잖아요. 과학적으로 석씨의 딸이 맞다는 것이고. 그런데 석씨는 여전히 '딸을 낳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이죠?

◆김승모> 석씨뿐만 아니라 그 남편도 마찬가지 주장입니다. 아직도 사건이 일어난 그 빌라에 사는 석씨의 남편을 직접 만나고 왔는데요. 처음엔 언론 접촉을 완강히 거부하다가 억울하다며 얘기를 풀어냈습니다. 출산한 사실이 없는데, 아이 한 명을 두 명으로 만들어놓고 아이 한 명을 내놓으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주장입니다. 남편 김모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김모씨(석씨 남편)]
"내가 하루라도 집사람이 집을 비웠으면 내가 의심을 하지. 근데 집을 안 비웠는데 무슨 의심을 하냐. 애를 낳고 하루 가지고 되나? 하루 만에 움직일 수 있어요?"


◇김현정> 아내가 임신했다면 매일 함께 있는 남편이 모를 수 있느냐는 얘기예요.

◆김승모> 정말로 아이를 낳은 적 없다는 거예요. 또 경찰이 부인 석씨에게 '아이를 낳고 바꾼 것 아니냐' 캐묻다가도, 출산 시점 등의 정황이 맞지 않으니 스스로 말을 바꾸더라 주장했는데요. 이 부분도 남편 김씨의 말로 들어보시죠.

[김모씨(석씨 남편)]
"경찰들이 하는 말이 병원에서 (아이를) 바꿨다고 하다가, 병원에서 그때 그 애기 하나밖에 없었다. 이러니까 또 뭐라는지 아냐. 그러면은 (출산 시점이) 이전이다. 이거다. 2월달 좋다. 내가 2월 16일날 찍은 사진이 있어가, (사진을) 보여줬다. '이게 애 밴 배냐?' 그러니까 자기들이 봐도 아니거든, '아니다' 하더라. 그럼 언제 애를 낳았단 말이냐 하니까 1월달에 낳았다 이거라. 그럼 신생아하고 3개월 된 애하고 차이가 얼마나 나겠어요? 신생아는 눈도 제대로 못 뜨고 하는 애인데 3개월 된 애하고 얼마나 차이가 나겠어요"


◆김승모> 경찰이 처음엔 석씨와 석씨 딸이 2018년 3월쯤 나란히 아이를 낳은 것으로 보았다가, 병원에서는 그때 아이가 하나였다고 하니 부인의 출산 시점을 2월로 바꿨고, 그해 2월 찍은 사진 속 석씨의 모습을 보여주니 만삭이 아닌 것을 보고는 1월에 출산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는 겁니다.

지난 11일 오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경북 구미서 숨진 3세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외할머니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정> 그러면 1월에 출산한 아이와 3월에 출산한 아이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는 게 석씨 남편의 주장인 것이죠?

◆김승모> 그 말을 100% 믿기는 곤란하지만, 만약 김씨 말대로라면 신생아와 2~3개월 된 아이는 발육 상태에서 차이가 나지 않겠습니까. 바꿔치기했더라도 아이의 부모 알아차릴 수밖에 없는데 석씨 딸 부부는 아이가 바뀌었다는 걸 전혀 몰랐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석씨는 또 2017년 12월까지 회사에 다녔는데 동료들도 임신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는 게 남편의 전언입니다.

◇김현정> 경찰도 동료들을 확인한 건가요?

◆김승모> 네 몰랐다고 합니다.

◇김현정> 김 기자가 직접 현장에 가봤잖아요. 동네 주민이나 인근에서 접촉 가능한 분들, 실마리를 풀어줄 인물이 한 명쯤은 있을 것 같은데요.

◆김승모> 모른다는 대답만 나와서 저도 좀 맥이 빠졌습니다. 석씨가 살았던 빌라의 주인도 사건 관련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했고요. 지금 경찰이 숨진 아이의 친부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당 지역 택배기사들의 DNA 검사도 벌이고 있지 않습니까? 또 산부인과는 물론 조산원까지 뒤지며 석씨의 출산 기록을 확인하고 있고요. 저희도 그 마찬가지로 주욱 취재를 해봤는데 이렇다 할 단서를 찾을 수는 없었네요. 사건이 일어난 지역의 택배기사의 말, 그리고 인근 조산원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구미지역 한 택배기사]
"그 사건이 일어나서 생각을 해보는데 (애가) 우는 소리도 들은 적이 없고요. 어떤 분 상모(지역 택배) 돌리시는 분 머리카락하고 뭐 채취해 갔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구미지역 한 조산원 관계자]
"두 번 전화 왔는데 저하고는 관계없고 조산사들은 그 과정에 부모하고 다 얘기하고 산전에 검사 다 확인하고 그렇게 하기 때문에 (사건하고) 관계없어요"


◇김현정> 석씨의 딸도 취재를 했다면서요?

◆김승모> 네. 취재 과정에서는 수소문 끝에 석씨의 딸의 입장을 전해들을 수는 있었습니다. 원래는 숨진 아이의 엄마로 알려졌다가, DNA 검사 결과 언니로 판명된 김모씨인데요. 그의 변호인은 김씨가 얼마 전까지도 자신의 딸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합니다.

◇김현정> DNA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딸인 줄 알고 있었다, 딸로 알고 있던 아이를 버리고 왔다는 거네요?

◆김승모>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알게 됐고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다만, 아이를 빈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는 모두 인정했습니다. 이혼한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이로 알았는데, 그 아이가 보기 싫어 두고 갔다는 겁니다. 김씨 변호인의 말로 들어보시죠.

[김씨 변호인]
"피고인이 본인의 행위를 모두 인정하고 있어요. 인정하고 있고, 잘못됐다는 것도 다 인식하고 있고, 깊이 반성하고 있고...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이렇게 범죄를 저질렀다.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현정> 반성하고 있다는 것이 석씨 딸의 입장인 거군요. 그 검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네요. 그러다 보니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온라인 등에서는 각종 추측이 난무한 상황이고요.

친모로 알려졌던 20대 여성은 언니로 밝혀졌다. 연합뉴스

 

◆김승모> 친부가 누구냐는 추측부터 최근에는 산모가 자신의 임신 사실을 모르는 임신거부증이거나 부분적으로 기억을 잃는 해리성 기억장애를 가졌던 건 아니냐는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또 더 큰 범죄 사실을 숨기기 위해 끝까지 출산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 그것에 가족까지 공모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는데요. 이 부분은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
"이 두 사람의 진술은 신빙성이 매우 떨어지는데 그러면 이렇게 거짓말을 끝까지 하면서 우겨야 되는 이유는 대체 뭐냐, 그것은 이 가족들이 살아온 방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김현정> 여러 사건을 접해 본 이수정 교수가 가족들끼리 모종의 비밀이 있을 가능성을 얘기한 것이죠. 이 아이를 끝까지 낳지 않았다고 우겨야 할 만큼 더 큰 범죄가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이런 말이었습니다. 확실한 팩트는 아무도 모르는 거고요.

◆김승모> 그런데 임신거부증이라고 해도, 출산한 뒤 가족도 모르게 아이를 바꿨다면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또 석씨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내연남과 사이에서 임신을 했다면 왜 굳이 출산까지 가서, 아무 조처를 하지 않았을까도 의문이죠. 가족 모두가 더 큰 범죄를 숨기기 위해 말을 맞추고 공모했다고 해도 김씨가 구속된 지 45일 정도 됐는데 지금까지 말을 맞춘 상태가 유지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요.

◇김현정> 지금 경찰과는 별도로 대검찰청까지 나섰다고요.

대검찰청 산하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요원과 대구지검 김천지청 관계자들이 지난 19일 숨진 아이의 유전자 감식 시료 등을 채취하기 위해 사건이 발생한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김승모 기자

 

◆김승모> 네. 대검찰청 과학수사팀이 사건 발생지를 직접 찾아 유전자 감식에 필요한 시료를 채취해간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 현장을 제가 직접 봤고요. 사실 유전자 검사가 이미 네 차례 이뤄졌죠. 그런데도 대검이 한 번 더 체크해 보겠다는 뜻입니다. 당사자들이 완강하게 부인하고 의혹마저 난무하고 있어 수사에 엄중한 객관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죠.

◇김현정> 대검찰청이 다시 DNA 검사를 한다는 건 국과수 검사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김승모> 사실 국과연이 네 번이나 검사해서 같은 결론이 나온 사안을 검찰이 다시 검사한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깊게 보겠다는 것이 아닌가.

◇김현정> 더 깊게 충분히 검사할 수도 있는 건가요?

◆김승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는 전국에서 밀려드는 사건 의뢰가 굉장히 많습니다. 특정 사건을 집중해서 보기가 힘든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NDFC는 정말 파헤쳐야 하는 한 가지 사건을 두고 역량을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에서도, 범행에 사용된 둔기가 수차례 물에 씻겨져 단서 확보가 어려웠지만 NDFC의 전신인 대검찰청 과학수사과는 둔기를 10개의 조각으로 분해해 정밀감정했고 결국 피해자 1명의 DNA 정보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김현정> 검찰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겠다, 한 점 의심의 여지없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집중하겠다는 거네요.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으면 좋겠습니다.

◆김승모> 네.

◇김현정> 사건 발생 이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 진실 규명에 나선 경찰과 검찰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숨진 아이 외에, 바뀐 또 다른 아이가 있다면 그 생사부터 서둘러 확인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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