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리뷰]북한을 중국에 밀어내는 미국의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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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를 동시에 적으로 돌린 바이든…구소련 고사 전략과 상반
북한에도 인권비판 추가하며 강경…'말레이 단교' 여파 등으로 북중밀착
北, 유엔서 중국 두둔한데 이어 정상간 친서 교환…뒷배 과시
북한을 미국편 만드는 게 효율적 중국 포위전략…미국은 외면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꿈틀…한반도 냉전질서 회귀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책략이 심상치 않다. 중국을 포위·압박하되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는 방침과 달리 실제로는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우격다짐 식으로 중국을 압박했던 전임자와 차별화된 정교한 공략이 예상됐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모습은 둔탁하고 요란한 외교 '전쟁'이다.

◇중국·러시아를 동시에 적으로 돌린 바이든…구소련 고사 전략과 상반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해놓고도 러시아라는 또 다른 강대국을 동시에 표적으로 삼았다.

냉전시대 구소련을 붕괴시키기 위해 적국인 중국과도 손을 잡았던 지혜를 외면한 것이다. '베테랑' 블링컨과 '외교천재' 설리반이 포진한 바이든 외교팀이기에 과연 어떤 심산으로 세계전략을 짜는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21일 공동사설에서 "미국이 오만하게도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며 "미국은 자신을 해치는 게임을 하고 있으며 이는 동맹국들에도 이로운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23일 중국 구이린에서 중국과 러시아 외교장관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미국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는 23일 중국 구이린(桂林)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밀착관계를 한층 강화했다.

양국은 민주주의의 표준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비판했고 인권문제의 정치화나 이를 통한 내정간섭에 반대했다.

러시아는 특히 유럽연합(EU)이 러시아를 파멸시키려고 하는 만큼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과거 동서냉전을 방불케 했다.

양국의 대미공조는 단지 외교적 수사나 일시적 수준을 뛰어넘는다. 대표적 사례는 달러화를 대체할 새 국제결제시스템 추진이다.

파이낸셜타임스지에 따르면 이미 양국 무역거래에서 달러 결제 비율은 2015년 90%에서 지난해 1분기에는 46%로 급감하는 등 탈 달러화(de-dollarization)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북한에도 인권비판 추가하며 강경…'말레이 단교' 여파 등으로 북중밀착

양국의 도원결의는 말할 것도 없이 미국 때문이다. 지난 19일 미중 간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은 '화약 연기' 자욱한 거친 설전만 벌이고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났다.

미 알래스카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 연합뉴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로 규정하는 등 오히려 중국에 대해서보다 더 날선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이런 '적 늘리기'는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북정책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지금까지 드러난 행보로 볼 때 당근보다 채찍이 우세하다.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유화적 신호는 전무하다시피 한 가운데 추가 제재는 물론 인권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최근 방한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독재정권이 인민들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중국, 미얀마와 함께 싸잡아 비판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2+2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기에다 북한과 말레이시아 단교 사태에까지 이른 북한인 범죄 인도는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의 기시감마저 불러온다. 북미관계의 또 다른 시한폭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北, 유엔서 중국 두둔한데 이어 정상간 친서 교환…뒷배 과시

북한은 오래 침묵을 깨고 은근한 협박으로 맞서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다시 높였다.

김여정 담화를 통해 미국에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말라고 '충고'한데 이어 최선희 담화에선 적대시 정책을 계속할 경우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압박은 북한을 자연스럽게 중국 쪽으로 밀어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3일 구두친서를 교환한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공고한 관계를 과시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중국 신장과 홍콩 문제를 거론하는 서방국가를 비판하고 중국을 두둔한 것에 뒤이은 일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냉각됐던 북중관계가 다시 끈끈해진 것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며 비핵화 협상이 가속화된 시기를 전후해서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 가능성을 우려해 중국에 '보험'을 들었고, 실제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실패 이후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의 밀착을 더 강화했다.

◇북한을 미국편 만드는 게 효율적 중국 포위전략…미국은 외면

이런 가운데 중국과 북한을 함께 때리는 바이든 정부의 전략은 북한이 좋든 싫든 중국에 더 찰싹 달라 붙도록 하고 있다.

오히려 북한에 손을 내밀어 중국으로부터 떼어내는 게 가장 효율적인 중국 포위·전략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조언이 허망한 지경이다.

북한이 대미협상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고 중국을 뒷배삼아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도 보이지만 별 기대는 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은 최근 한미 외교·국방장관 공동성명에서 북핵문제의 우선순위를 확인했지만, 기자회견을 통해 드러난 속내는 한국의 중국 압박 동참이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 문구를 넣음으로써 대북정책 수립에 공동 참여할 근거를 마련한 게 우리로선 그나마 성과였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도 싱가포르 북미정상 선언 계승이나 제재완화 등 전향적 접근은 거론하지 않은 채 인권문제 대한 비판에만 열을 올렸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꿈틀…한반도 냉전질서 회귀 우려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 문외한이나 다름없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그 자신이 외교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굳이 적을 늘리면서 한꺼번에 대적하는, 일반 상식을 벗어난 전략을 짜고 있다.

미국의 국력을 과신한 패착이 될지, 아니면 신묘한 '신의 한 수'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세계 판도를 바꿀 거대한 승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결국 우리로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그토록 경계하던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재현될 위기를 함께 맞고 있다.

북한이 최근 김여정 담화에서 경고했듯 '3년 전 봄날'이 오기는커녕 대남대화기구마저 철폐된다면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파탄 나는 것은 물론 전운이 감도는 냉전질서로 회귀하게 된다.

어떻게든 한반도 문제를 미중 전략경쟁에서 분리해내고, 전향적 대북 접근이 결과적으로 중국 견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을 미국에 주지시켜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을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불러오고 북미 간에 상호 공정한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미중과 남북한이 참가하는 4자 실무 및 정상회담 추진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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